[Review] 추리에 역사를 더하면 - 캐드펠 수사 시리즈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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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전 세계 22개국에서 번역되고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된 역사추리소설이다. 중세 영국을 그려내는 생생한 문장 묘사와 치밀한 사건의 인과 관계로 추리 소설계의 명작이 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표지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작가인 엘리스 피터스가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표하며 시작된 이 시리즈는 18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총 21권으로 구성된다. 현재까지 「01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02 시체가 한 구 더 있다, 03 수도사의 두건, 04 성 베드로 축일, 0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북하우스에서 출간되었으며, 뒤이어 16권이 순차적으로 독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는 수도사인 동시에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자, 약제학 전문가이다. 과거 거침없는 삶을 살며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그는 이제 수도원에서 허브밭을 가꾸며 평화롭고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런 그의 주변에서 뜻밖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주변 인물의 죽음에서 캐드펠 수사는 침착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중세 시대에는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과학 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희생자를 죽음으로 몰았을 흉기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도 없으며, 사건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CCTV도 없다. 살인 사건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는 이상,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차가워진 시신과 그를 죽음으로 내몬 몇 가지 단서,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유추할 수밖에 없는 대략적인 시간뿐이다. 지나치게 한정된 증거들과 사건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범죄자의 의도, 그리고 생을 다하여 부패하려는 시신의 재촉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때 용의자를 유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추리 능력이다. 죽은 자가 온 힘을 다해 마지막까지 표현하려 애썼던 메시지를 해석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순서를 정리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와 인물 사이에 존재할 인과 관계를 알아내야 한다.
캐드펠 수사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남들이 파악하지 못한 전반적인 사건의 흐름을 본다. 마치 모든 것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듯한 시선으로 침착하게 단서를 해석해 나간다. 남다른 그의 능력은 수도사가 되기 전, 여러 삶을 경험해 보았던 그의 내력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는 인간적인 탐정이다. 살인 사건에서 장면의 단편적인 부분을 바라보기보다 주변인들과 얽히고설킨 전후 관계를 간파하고 인물의 상성으로 본질을 헤아린다. 권력에 대한 욕망, 지위와 부를 향한 탐욕처럼 인간의 악한 면에서 시작되는 충격적인 범죄의 현장에서 캐드펠 수사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야기는 수도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종교에 대한 믿음 하나로 수도사가 되기를 자처한 이들은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서로에 대한 존중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런 숭고한 신앙심을 지녔지만, 이들조차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뜻으로 모인 수도사들 사이에도 사사로운 감정이 존재하며, 지위에 대한 욕심이나 이성에 대한 관심, 권태나 야망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삶의 터전이자 하나의 사회를 이룬 중세 시대의 수도원을 바탕으로 벌어진 살인 사건은 그 미스터리함을 더욱 증폭시키고 확장하여 독자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시간이나 언어에 제한되지 않고 베스트 셀러로 남는 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장으로 하여금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기꺼이 초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캐드펠 수사의 손을 잡고 허브향이 물씬 나는 중세 시대의 수도원으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그의 수려한 수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감탄하면서. 기나긴 무더위가 사그라들어가는 여름의 끝 무렵에서 잠시나마 한기를 불어넣어 줄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접해보는 것이 어떨까.
[조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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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구운양파아몬드
- 2024.08.30 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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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 흥미롭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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