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시보다 바쁜 시골 [게임]

농사짓고, 모험하고, 사랑하고!
글 입력 2024.08.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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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연한 만남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인류를 살린 항생제 페니실린도,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는 치즈도, 어느 우연에 의해서 우리에게 온 것처럼 말이다. 기대치도 못했던 것들이 만들어주는 삶의 재미는 언제나 짜릿하다.

 

며칠 전, 게임 플랫폼을 둘러보던 내 눈에 한 게임이 들어왔다. 무려 ‘특별 할인’이라는 멋진 이름표를 달고 내 앞에 찾아온 게임, 스타듀밸리! 직접 플레이해 본 적은 없지만, 나름 인디게임에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모를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날은 이상했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갈 법한 게임을 한 순간에 구매한 것이다. 이 우연하고도 충동적인 만남은 적어도 나에게는 엄청난 재미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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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이 전부였다. 그저 농사를 짓고, 마을을 가꾸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게임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빠르게 돌아가는 하루 속 체계적인 시스템과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어느샌가 나는 매일 아침 작물에 물을 주고 있는 진짜 농부가 됐다. 재미는 단순한 농작물 재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단연 주민들과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경영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다르게, 스타듀밸리에는 명확하고 복잡한 ‘호감도’ 시스템이 있다. 매일 대화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주민들과 친해질 수 있는 일종의 메인 퀘스트가 있는 셈이다. 호감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마을에 융화되는 기분이었다.

 

외지인이던 나는 친구를 만들고 동료를 만들어 나갔다. 심지어는 연인과 배우자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순한 맛’ 게임만 하던 나에게는 조금 매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농장 경영부터 맵 확장을 위한 탐험, 그리고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이 게임의 끝은 어딘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말하지 못한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여느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호감도 시스템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리텍스쳐’ 모드 때문이다.

 

리텍스쳐 모드는 게임 내의 그래픽 파일을 원하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모드로, 캐릭터, 초상화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평범한 캐릭터들의 초상화를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얼굴로 바꾸는 순간, 평범한 농장 경영 시뮬레이션이 아닌 미소녀·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이 탄생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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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클릭 하나로 시작했던 힐링 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치열해졌다.

 

유유자적 여유로운 귀농 생활을 즐길 줄 알았던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 물을 주고, 낚시를 하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돈을 벌기 위해 미친 듯이 농사를 짓고, 일분일초도 쉬지 않는다. 종종 퀘스트를 깨고, 주민들과 시시덕거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야 만다.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게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인생을 만들었다. 친구에게 선물을 거절당하기도 하고, 쉬지 않고 돌아다니다 쓰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이 재미있다. 매일 반복되는 내가 아닌 게임 속의 나로서 조금 다른 인생을 경험해 본다. 내 인생에 새로운 재미를 찾아주는 또 다른 인생이 좋다. 결국 나는 또다시 삶을 살아갈 동기와 목적을 얻는다.

 

모든 삶이 그렇듯, 언젠가는 스타듀밸리 속 내 삶에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또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가 만나는 우연한 것들이 또다시 내 삶을 가득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건 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인생을 함께할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우연한, 어쩌면 필연적인 것들로 내일을 살아갈 이유를 얻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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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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