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품과 작품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7

글 입력 2024.07.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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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7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코엑스에서 10주년을 맞은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열렸다. 이번 주제는 THE ORIGINAL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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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100여 개의 부스와 함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가하여 작품을 홍보하고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데 의미가 있다. 각 부스마다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작품 세계 속 그림들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작가가 전시하는 것에 따른 취향이나 특색을 알아볼 기회가 된다. 나의 경우 엽서를 중점적으로 보려는 목적이 있었기에 다양한 종류의 엽서를 구경했다. 그중에는 유명한 명화를 귀여운 캐릭터로 변형한 엽서나 분위기 있는 풍경, 신비로운 세계 등을 묘사한 엽서 등 그 종류가 매우 많았다.


특히 @hezzin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음에 들어 엽서를 구매하였는데, 단순하고 여백이 있는 공간 속의 차분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가의 엽서 속 그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거울 밑에 널브러진 무언가, 찻잔과 주전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책, 계단 위에 놓인 화분과 몇 잎 떨어진 잎사귀가 그 예이다. 소소한 증정품으로 주는 스티커에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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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럼에도 시선을 돌려 발길을 멈춘 이유는 평범한 것들의 고즈넉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해가 비친 곳에 드리운 그림자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의자는 왜인지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창문 아래 책상에 놓인 책은 바람에 날려 책장이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 아니다. 의자에 앉아서 창문에 보이는 풍경과 나무를 내려다보고 싶고, 창 아래 비친 따스함을 즐기며 조용히 독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엽서에 담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속에 들어가 그 공간과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다시 말해 이곳의 배경은 이상향의 세계 같다. 아무런 걱정과 소란이 없이 평화와 안락함을 가진 세계 속에서 원하는 것을 즐기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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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엽서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소 마음에 드는 엽서가 있으면 구매해 두었다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을 때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 때 엽서를 꺼내곤 한다. 그곳에 일기 쓰듯 내 생각을 기록해 두면 빈 노트에 글을 쓸 때보다 그날의 기억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산 이 엽서도 그 안에 담긴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나만의 따뜻한 기억들로 뒷면을 채워나가고 싶다.

 

 

 

전시로 되돌아보는 또 다른 모습


 

서일페는 여러 부스만이 아닌 한쪽에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이번 주제는 DECISIVE MOMENTS를 내세워 각각의 결정적 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다. 공간 벽면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적힌 종이가 걸려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여럿의 결정적 순간을 보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답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존재 자체’가 결정적 순간이라고 대답한 이의 손글씨 너머로 당당한 자신감이 연상되었다. 어쩌면 이 전시를 마련한 목적과도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면과 관련이 높은데 자신의 인생 자체를 그렇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들의 결정적 순간을 들여다보고 나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직접 적고 오지는 않았지만, 내 삶을 복기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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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작품: "달의 뒷면")

 

 

또 다른 벽면에는 ‘꿈이 꿈을 부르는 세계’를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음 속엔 언제나 불꽃이 타오르지’, ‘달의 뒷면’, ‘지구빛 아래’ 등의 제목을 가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달의 뒷면’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둥근 달을 반으로 가른 것처럼 보이는 단면에 여러 사람과 행성이 있었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둥그런 것을 잡으려고 팔을 벌리기도 하고 바닥에 놓인 행성을 닦고 있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이 작품을 본 저마다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작품의 주제인 ‘꿈이 꿈을 부르는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작가의 상상을 직접 표현한 이 그림이 꼬리를 물고 물어 또 다른 누군가의 신선한 세계와 조우하기를 희망한다.


이번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를 보면 누군가에겐 그저 작은 종이인 것들, 누군가에겐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순한 그림인 것들은, 창작자의 애정과 향유자의 관심을 거치면 단순한 것 그 이상을 넘어 보관하고 싶고, 떠올리고 싶은 것들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년을 진행해 온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인 만큼 이제는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진행되는 서일페에서도 더욱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 세계를 볼 수 있기를, 그래서 서로 기쁨과 설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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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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