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퓨-전 재즈는 말이죠? - Something About Us 2024 [공연]

퓨전 재즈가 궁금하다면, 직접 뛰어들어 볼 것
글 입력 2024.07.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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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말이죵~?”

 

이라고 하면 대번에 생각나는 유명한 밈,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니 ‘상대방과의 호흡, 화합’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물어본 사람은 ‘아니’라고 단호히 부정한 뒤 대뜸 뻔뻔하게 스캣을 흉내 낸다. -원래 설명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니 궁금하다면 검색해 보는 걸 추천한다.)

 

한동안 나의, 많은 사람들의 ‘웃음 버튼’이었던 이 영상은 흉내의 대상이 된 원본을 꽤 충실하게 모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본은 알고 보면 정말로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재치 있으면서도 충실한 답이다. 그러니 이 밈 역시 재즈의 정체에 대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봐도 완전히 틀린 얘긴 아닐 것이다.

 

대중에게 오늘날 재즈의 위상은 어떤가? 어두운 우드톤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바나 카페에서 작게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걸 아마 가장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재즈는 클래식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꽤 고상한 음악 장르로 느껴진다. 내가 재즈라는 장르를 분명히 인식하게 된 계기는 <위플래쉬>, <본 투 비 블루>, <라라랜드>-일련의 음악 영화를 통해서였다. 예술 영화가 다 그렇지만 재즈에 대한 이야기에선 유독 이성적으로는 전혀 설명될 수 없는 정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대상에 대한 욕망이 그려진다. 이야기 속에서 재즈는 다소 비천하기까지 한 내면의 목소리의 낭만적인 표출이다.

 

그래서 지금껏 경험한 재즈는 지난날 시뻘겋게 타오르고 남은 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재즈 바에서 본 공연, 우메오 재즈 페스티벌에서 구경한 잼 세션은 잘 차려입고 와인을 마시며 감상하는 것이 어울리는 현란하고도 우아한 스펙터클로 다가왔다. 재즈가 정말로 한때 붉고 뜨겁게 타는 불꽃이었다면, 오늘날 내가 경험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취에 온기도 느껴지지 않지만 눈을 홀리는 ‘불멍’ 영상 정도가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재즈에 대해 일천한 경험을 가졌으면서 오만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번 공연에서 애초에 기대한 것 너머의 무언가를 느끼고 왔다. 앞서 “내가 경험해낼 수 있었던”이라고 적어놓은 데에서 싣고자 한 뉘앙스가 충분히 느껴졌을까? 분명 한 세기가 넘게 복잡하게 발전해 온 재즈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들을 줄 아는 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즈 뮤지션들도 자신들 입으로 인정한다. 재즈는 어렵다고.

 

그런 엘리트주의적인 일면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나는 재즈를 듣는 귀를 가지지 못했고 유려한 껍데기 안쪽을 감각해낼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죽은 것과 같이 취급하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 ‘퓨전 재즈’라는 공통 분모 아래 모인 두 밴드의 공연을 보고서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걸 깨달을 수 있었다.

 

순전히 알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그들의 음악에서 무엇이 재즈적인 것인지는 잘 알아챌 수 없었다. 공연을 보고 난 이후 두 밴드의 인터뷰들을 찾아봤을 때 양쪽 다 자신들의 음악을 반드시 재즈라는 장르에 국한해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 음악의 재즈적 요소를 만끽하며, 그렇게 읽어내는 평가도 즐겁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즈의, 혹은 예술로서의 음악의 껍데기 바깥에 서서 주춤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열성적으로 대화를 청한다.

 

무대에 매료된 뒤 좀 더 두텁게 감상해 보고 싶어서 재즈에 대한 자료를 조금 찾아봤다. 와닿는 것은 재즈는 퍼포머의 음악이라는 것과, 악기 연주에서도 보컬처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톤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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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에이퍼즈의 무대를 영상으로 다시 찾아본 것과 현장에서 울림을 느끼는 건 정말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첫 무대를 열었던 에이퍼즈의 Drive Thru에서 그릉거리는 기타 소리에 이어 내달리기 시작하는 드럼 소리는 감각을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보컬이 있는 밴드의 라이브나 라이브 세션의 연주는 그래도 들어본 경험이 꽤 있는데 밴드 사운드에 이렇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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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여태 관심이 보컬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인지도, 밀폐된 소규모 공연장에서 무대 코앞에 서 있어 본 게 처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특히 드러머 신선미에게 나는 10초 만에 매료당했다. 하이햇이 찰찰 거리는 소리, 스네어 드럼 위에서 시원하게 질주하는 소리, 심벌 가운데 맑게 챙챙거리는 소리, 그 모든 잘게 쪼갠 박 하나하나가 살아서 귀까지 도착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아봤다. 그리고 그런 감각은 ‘지금’ 눈앞에서 연주가 이루어지고 관객들이 열광으로 집단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로 ‘여기’가 아니었더라면 느껴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게는 드럼이 특히 좋았지만 분명 기타나 건반, 베이스에 더 끌린 사람들이 골고루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이퍼즈의 모두가 솔로 파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곡을 이끌고 관객의 감도를 끌어올리며, ‘퍼포머의 음악’이라는 표현 그대로 진행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듯한 연주를 했다. 굳이 꼽아보자면 Drive Thru에서 드럼, WHAT THE FUZZ에서 기타, Highway Star에서는 건반 연주가 가장 귀를 사로잡았다. 에이퍼즈의 퍼포먼스 영상은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 꼭 한 번쯤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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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컬처럼 다채로운 톤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던 건 Chihiro Yamazaki + ROUTE 14 밴드였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들은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기 때문에 말로 노래할 때와같이 작은 디테일까지 전달되도록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사가 없기 때문에 국경을 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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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그대로, 특히 치히로 야마자키의 트럼펫은 마치 밴드 사운드 위에서 다양한 감정과 분위기로 노래하는 보컬을 듣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Fairy Tail과 같은 서정적인 곡에서는 노랫말 없이도 서사가 쌓이고 풀리는 듯한 선율의 고조와 하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반면 Drag Race와 같은 곡에선 빠른 페이스로 내달리고 곡에 맞춰 같이 뛰자는 능청맞은 요구를 따라가다 보면 트럼펫은 취향이 아닌 것 같다는 처음의 감상은 온데간데없이 가장 순수하게 즐거운, 그저 지금 여기에서 함께 재밌으면 그만인 열광에 빠져들 수 있었다. 공연을 보러 온 누구든 간에 관객과 눈을 맞추며 노래하듯 연주된 멜로디 속에 담긴, 열성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초대가 기꺼울 수밖엔 없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두 밴드의 음악은 다르다. 받은 인상을 단순하게 표현해 보자면 에이퍼즈의 음악은 롱테이크로 길게 이어지는 장면, 역동하는 카메라 움직임이 쌓여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영화 같은 느낌이다. 반면 Chihiro Yamazaki + ROUTE 14 밴드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사로 공감을 끌어내고 아름다운 서사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리고 언제나 다정한 시각을 잊지 않아서 어떤 냉소주의자라도 가슴 한편이 훈훈해지고 말 따뜻한 가족 영화 같은 느낌.

 

그리고 공통점은 훨씬 명료하다. 두 밴드의 공연을 보고 나면 퓨전 재즈가 뭔지는 잘 몰라도 아무튼 음악적 열정의 세례에 푹 젖어 나오게 될 것이다. 원래 대뜸 펼쳐지는 즉흥 스캣은 재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재즈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의 답이었다. 이렇게 길게 감상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내가 뱉은 말들은 크게 가치가 없다. 그들의 음악을 직접 경험하는 일을 대체할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곧 둘의 합동 무대를 만나 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 한다. 둘의 교류는 또 어떤 사건이, 어떠한 다채로운 언어가 되어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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