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잠이 오나요? -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글 입력 2024.07.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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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조용하게 흘러간다. 마을은 평화롭고 사람들은 호숫가에서 여유를 즐긴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어른들은 각자의 일을 한다. 그리고 담 너머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이곳은 아우슈비츠. 총소리가 들려오지만, 놀라는 사람은 없다.아우슈비츠의 사람들
군 장교 루돌프는 효율적인 살인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불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24시간 가스실을 고안하는 모습에서 차분함과 익숙함이 배어 나온다.그의 집으로는 물건들이 배달된다. 아내 헤프비히는 그 중 모피를 골라 걸치고 주머니에 있던 립스틱을 발라본다. 물건이 온 캐나다 창고는 유대인들이 지고 온 45kg의 짐들을 모아두던 곳이다. 모피 주인의 행방을 생각하면 캐나다 창고를 두고 농담까지 하는 인물들의 무감각을 믿기 힘들다. 핏자국이 없다고 참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물살을 타고 흘러오는 재에는 소스라치지만, 벽 너머의 참상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이들에게 아우슈비츠는 편안한 집이자 천국이다. 그러나 몽유병에 시달리는 딸, 밤새 우는 갓난아이 그리고 아이를 달래는 유모의 모습에서 그 일상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 느진다. 이 비극에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그 열기에 대하여
열화상 카메라에 담긴 소녀가 조용하고 신속하게 사과를 숨긴다. 수용소 수감자들의 삽 아래 사과를 묻으며 긴장된 숨소리가 들린다. 할 일을 마친 소녀는 일상 속으로 복귀한다.소녀의 열기는 참혹해진 마음에 일말의 존엄함을 가져다준다. 영화 후반에 짧게 등장하지만, 핵심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 곱씹게 되는 것 또한 홀로코스트의 잔인함이 아닌 소녀의 존재와 용기였다.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의 오스카 수상소감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우리의 모든 선택은 "그때 그들이 한 일을 보라."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보라."고 말하기 위해 현재를 반성하고 직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우리 영화는 비인간화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그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형성했습니다.지금 우리는 유대인의 정체성과 홀로코스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의 반대로써 이 자리에 섰습니다.떨리는 손으로 준비한 말을 하는 감독의 모습은 이 영화의 의미를 완성해낸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직시하고 반성하자는 것. 분노에 휩싸이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열화상 카메라 속 소녀처럼 빛난다.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영화를 보며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는 담백한 미장센과 대비된다. 비극을 지켜보다 작금의 상황이 과거와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난민이 190만 명 가까이 늘어나고 사망자는 3.8만 명에 이르렀다.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보여주는 인간의 저변과 함께, 나의 일상도 그 일종이라는 알아차림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뇌의 시작이 된다. 잔혹함은 불신과 자멸로 향하지만, 용기는 널리 퍼져나간다. 수십 년이 지나 알게 된 소녀의 이야기처럼. 그러니 인간이 되자고 말하고 싶다. 이 비극과 고통을 나누고 기억하자.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돌이켜보며 영화를 보고 떠올린 시로 글을 마친다.비가 내린다…. 비극의 자칼처럼밤이 땅을 굽어본다.어머니 대지에서,어둠 속에서 무엇이 생겨날까.밖에는 고통이, 이 느린 물이,이 치명적인 물이, 죽음의자매가 내리는데,당신은 잠이 오나요?- 가브리엘라 미스트렐 <느린 비> 중[노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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