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재즈로 배우는 삶의 방식 – 재즈의 도시

글 입력 2024.07.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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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jpg

 

 

블루노트는 내가 뉴욕에서 갔던 첫 재즈클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무대에 피아노와 첼로가 놓여져있었다. 나는 주말 오전 브런치가 포함된 공연을 예매했으므로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골랐다. 와인과 단단하고 포슬한 빵, 포도 등의 과일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꼬릿한 치즈들이 올라간 플레이터를 시켰다.


시간이 남아 한바퀴 돌다가 2층에 자리한 기념품 샵에서 오늘을 기념할만한 코인을 15달러 주고 구매했다. 자리에 내려오자 곧이어 연주자들이 공연들 시작한다. 음악을 들으며 치즈와 빵을 한 조각씩 입에 넣는다. 음, 생각보다 맛있진 않네. 목이 마른데 돈 없는 학생이었던 나는 Tap water를 한 잔 부탁하고(수돗물이다) 음악에 집중한다.


빌드업이 굉장하다. 화성이나 스케일을 정확히 분석할 능력은 없지만 공연을 이끄는 연주자들을 자연스레 따라가다보면 음악은 부드럽게 흘러가고, 텐션코드에 긴장하고, 또 해결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피아노와 드럼과 첼로가 뒤엉키는 소리가 주는 풍성한 만족감이 있다. 이번엔 어디서 이렇게 먹는걸 본 것 같은데 생각하며, 치즈와 빵을 조그맣게 잘라 올리고 포도 한 알을 같이 입에 넣는다. 함께 먹으니 처음과는 완전 다른 맛이 난다. 맛있다. 아, 이렇게 먹는거였구나.


이번에는 악기들이 트레이드하며 솔로를 주고받는다. 때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서 솔로를 이어가고, 때론 거칠게 공격하듯 상대에게 솔로를 넘겨준다. 음악을 하면 이런식의 대화도 가능한건가, 어릴때 밴드부를 하며 열심히 배웠던 악기들을 다시 꺼내고싶어진다. 음악과 분위기에 젖어들다보니 처음에는 별로였던 빵과 치즈도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솔로 하나에 치즈 한 조각, 다른 솔로 하나에 빵 한 조각, 브레이크 후 풀어지는 구간에서는 박수와 함께 와인 한 모금을 한다. 나는 그렇게 재즈에 스며들어갔다.


그 다음은 빌리지 뱅가드였다. 뉴욕 재즈 클럽 중에서도 역사가 깊은 장소로 존 콜트레인, 빌 에반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연주자들이 공연했던 공간이라 기대가 컸다. 내가 여기에 직접 와 있다니. 일찍 도착했으니까 주변의 풍경을 즐기며 좀 걷고, 근처에 있는 매그놀리아에 들러 바나나 푸딩 두개와 그 날의 추천메뉴였던 레드벨벳 컵케이크를 하나 샀다. 그 날 트럼펫 연주를 들으며 꺼내먹었던 바나나푸딩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 내가 위스키에 대해 좀 알았더라면 오렌지쥬스를 시키지는 않았을텐데, 재즈와 위스키를 함께 즐기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고작 3개월 정도 머물렀을 뿐인 짧은 미국생활이었지만, 뉴욕의 재즈클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언젠가 꼭 그 도시에 다시 들러 밤마다 재즈카페를 돌며 음악을 듣고 싶고, 거리연주자들과 협연도 해보고싶다. 지하철이나 거리를 걷다보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재즈 즉흥연주들은 뉴욕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끊임없이 심어주었다.


그러니 내가 어디 이 책을 쉽게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파이퍼프레스에서 나온 <재즈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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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도시, 뉴욕에서 발견한

매력적인 재즈 음악과 아티스트 이야기

 

 

<재즈의 도시>는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한 저자 ‘김소리’의 글을 모아 펴낸 책이다. 논픽션 플랫폼 파이퍼의 인기 연재작이었던만큼, 이미 온라인 독자들에게 검증받은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뉴욕에서 재즈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예술가인 저자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시선으로 뉴욕과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재즈는 이제 카페에서도 자주 흘러나오고 영화나 미디어에서도 종종 다뤄지다보니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이다. 그러나 그 역사가 깊고 하위장르들이 다양하다보니 재즈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진입장벽이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어휘라든지, 전설적인 연주자/공간에 대한 역사와 계보라든지, 하위장르의 특징과 구성이라든지, 음악적으로 사용되는 화성학적 코드와 스케일이라든지, 재즈에는 공부해볼만한 흥미로운 영역들이 가득하다. 그 광활함은 재즈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지만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재즈에 더 깊이 발을 들여놓기를 망설이게 만들기도 한다.


<재즈의 도시>는 그런 이들에게 충실하고 편안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뉴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마치 여행하듯이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즉흥성, 트레이드, 실라블, 리얼북 같은 재즈에 관한 어휘와 지식들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딱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기에 제격이다.



재즈가 있는 삶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가장 다정한 입문서, 저자가 뉴욕의 재즈바와 재즈 명소 13곳을 둘러보면서 재즈를 쉽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출판사 소개 중에서)


“이 도시에서 제가 배우고 느낀 재즈와 재즈 클럽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려고 해요. 뉴욕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재즈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특히 재즈 클럽들은 여행의 이정표가 되어 줄 만큼, 뉴욕의 곳곳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어요.“

 


뉴욕의 재즈클럽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애 여행기의 성격을 띄고 있는 글이 꽤 많은 편이다. 덕분에 보다 쉽게 몰입하며 재즈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글마다 저자가 엄선해놓은 재즈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들으며 재즈 클럽들을 살펴보다보면 자연스레 알아둘만한 좋은 곡들와 아티스트들을 접하게 된다.


‘듣기 좋다- 재즈에 이런 곡도 있었어?’ 생각하며 책을 따라가다보면, 따로 공부하기에는 방대하고 막막한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전달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재즈를 더 넓고 깊게 즐겨볼만한 기회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행하듯 재즈를 경험하고 삶 한 켠에 재즈가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면, 김소리 작가의 <재즈의 도시>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어야 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재즈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If you have to ask what jazz is, you will never know)”라는 루이 암스트롱의 말처럼, 재즈가 무엇이냐고 묻고, 정의하려 한다면 아마 재즈를 이해하기 힘들지도 몰라요.


탄생 배경에 숨겨진 흑인 노예들의 삶, 다양한 재즈 악기들, 100년간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 온 재즈의 서브 장르들까지. 이 모든 것이 재즈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재즈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재즈와 많이 닮았다. 즉흥적으로 할 때가 제일 좋다(Life is a lot like jazz. It’s best when you improvise)” 재즈 작곡가 조지 거슈윈은 이렇게 말해요.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변화무쌍함 속에서 동료와 호흡을 맞춰가며 자기만의 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재즈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어요. 모두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어떻게 채워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가장 원초적인 음악, 자유롭고, 다양하고, 그래서 더 고유한 음악. 재즈에서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 p.158-159

 

 

재즈 역시 그저 음악의 장르라기보다는 하나의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나는 재즈처럼 살고싶다. 빌 에반스의 음악처럼 달콤하고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을 누리고 싶고, 그러면서도 쳇 베이커의 음악처럼 블루지한 마음에도 따듯한 시선을 보내주고 싶고,  존 콜트레인 연주처럼 흥미롭고 싶다. 때론 비밥처럼 즉흥적이고 치열하게, 누군가와 얽혀들어가며 살고싶다. 조금은 거칠어도 좋고 틀려도 좋으니 갈등과 해결을 반복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다. 재즈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러기를 주저하지 않는 마음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며, 나는 재즈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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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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