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내 사진 찍기 좋은 여행지 -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글 입력 2024.06.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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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건사진뿐일지도몰라_평면표지.jpg

 

 

여행지나 관광지에 가면, 괜히 긴장을 하게 된다. 혹시 누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에 가도 사진은 잘 찍지 않는다. 사진보다는 맛으로 보고 눈으로 남기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만,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를 것이기 때문에 종종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사진을 찍어 주곤 하지만, 결과물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후다닥 도망을 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나, 흔히 말하는 인스타용 장소에 큰 감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사진은 나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안다. 사진에 예쁘게 담기는 곳이 실제 눈으로 봤을 때도 아름다운 경우가 많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내가 오늘 소개할 책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를 읽게 된 동기이다. 굳이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예쁜 곳이라면 나도 가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71곳의 여행지가 등장한다. 수도권부터 지역 곳곳의 숨은, 혹은 이미 알려져 있더라도 사진이라는 주제로 핵심이 되는 여행지들을 선정해 두었다. 사진 명소에는 워낙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 모든 장소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서울 천호동의 장미마을이었다. 마을 인근에 많은 장미가 심어져 있는, 말 그대로 장미로 꾸며진 마을로 입구에서부터 장미 터널이 조성되어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특히 사진작가들에게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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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이면 상대적으로 내가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기타 관광지보다는 그래도 한적한 편이라는 소개 글에 더욱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고, 각 잡고 만들어진 관광지보다는 작게 조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장미마을의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 공간인 듯했다.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과거에 봉사활동을 하러 종종 방문했던 곳이기도 해서, 특별히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였다.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니, 굉장한 구도 맛집이라는 생각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도서관 출입구 중간에 위치한 계단 위에 서서 뒷배경에 남산을 걸고 찍은 사진은 한 편의 작품과도 같았다.

 

국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이 있었다. 꼭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닐지라도, 온전한 여행과 휴식의 관점으로 보아도 매력적인 장소들이었다. 누군가는 책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을 읽으며, 다음 인생 샷을 건질 장소를 눈여겨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인생 샷보다는 인생 여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일반 여행책과 다른 부분은, 이런 나에게도 슬며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완벽한 날씨와 책에서 추천하는 시간대를 고려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여행을 기억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사진을 찍기 싫다 한들, 사진을 보는 것을 싫어하진 않는다. 아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렴 사진전을 일부러 찾아가서 관람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그런 관점에서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색함은 순간이지만, 만족감은 영원할 것이다.

 

우리 모두 사진을 찍어보자!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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