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연극을 만들까?

연극이 된 모바일 게임을 소개합니다
글 입력 2024.06.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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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입장한 후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뜬다. 앉아있는 이 시간마저도 아깝지 않게 만들어주는 공연이 있다. 배우가 직접 종이와 펜을 나눠주면서 “떠오르는 형용사 3개를 적어주세요.”요청하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나 지금의 나의 기분과 관련된 형용사를 떠오르게 된다.


나와 공연장의 관계성을 먼저 생각해보게 하는 이 색다른 공연은 브로드웨이의 중심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Dungeons & Dragon : the twenty sided tavern’이다. 이 공연은 남들과 다름의 ‘벽’이 아니라 ‘함께’에 초점을 둔 공연 진행 방식으로 관객들을 통합했다. 어떻게 함께 한 것일까? 바로 관객과 배우들의 거리를 좁히고, 관객과 관객 간의 거리를 좁히는 인터랙티브 공연 (interactive play) 방식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의 두드러지는 매력점은 공동체성,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모바일 게임 서사에 있다.

 

 

어떻게 관객이 커뮤니티가 되는가?


공연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또한 투표를 통해 즉석에서 정해지고 투표 결과에 따라 배우들, 즉 던전 앤 드래곤 게임 속 캐릭터들이 다음 행동을 이어 나가게 된다. ‘나’의 선택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선택에 따라 공연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내 옆자리의 다른 관객들의 선택 또한 관심이 가게 된다. 공연을 느끼고 있는 나의 감정이 투영되는 선택을 내릴 수 있고, 배우의 다음 연기는 관객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합작물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생긴다.

 

이렇게 공연의 전개가 전적으로 즉석의 다수결 투표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인터랙티브 공연이 가진 장점이 두드러진다. ‘투표’ 진행방식은 무대를 민주적인 공론장으로 변모시켰다. 여기서 다른 몰입형 공연(immersive play) 과도 차별점이 드러난다. 몰입형 공연은 관객의 개별적인 참여와 주체적인 의미부여를 가능하게 한다면, 배우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인터랙티브 공연은 관객이라는 커뮤니티 형성에 보다 더 적합하다.

 

 

기술이 덧입힌 공연 서사


‘공연’이라는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바로 기술의 힘이다. 사전에 배부된 QR코드로 관객들은 퀘스트를 풀어나가고 그 결과는 배우들이 있는 무대 공간과 잘 어우러진 여러 스크린을 통해 공개되기에 현장감이 느껴진다. 기존의 무대라는 고정적인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관객과 관객, 관객과 배우와의 거리는 더 좁혀졌다. 코로나 시기에 브로드웨이는 침체기를 맞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활발한 문화생활이 다시 꽃을 피운 현재, 관객은 더 이상 고정적인 의미로 남아있지 않는다. 관객이 직접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몰입형 공연’이 샛별처럼 등장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영국의 <슬립 노 모어> (2011) 작품이다. 무대라는 공간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공유하며 관객이 직접 배우들을 찾아가면서 보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또한 2020년 위대한 개츠비를 몰입형 공연으로 선보이며 그 시작을 알렸다. 이러한 몰입형 공연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증강 현실이 공연과 결합하여 가상의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 방식의 무대도 가능해졌다. <고스트 인 더 씨어터: 비욘드 게임>과  VR 공연으로 변모한 <오즈의 마법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XR 공연을 선보인 <노인과 바다> 연극은 증강 현실(extended reality)을 이용해 기존의 무대 공간이 갖고 있던 한계를 확장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여겨왔던 무대 공간과 공연 전개 방식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어떤 새로운 공연 형식이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다.

 

 

모바일 게임이 원형 콘텐츠; 현장감과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더해…


공연 진행방식에 있어서는 원형 콘텐츠가 게임이라는 점과 다양한 매체의 요소를 혼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던전 앤 드래곤 연극의 원형은 ’모바일 게임‘이다. 마법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표적인 롤플레잉 RPG 게임으로 수많은 팬덤을 보유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견주어 설명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이 공연의 콘텐츠가 되는 게 다반사였지만 이제는 모바일 게임 또한 원형 콘텐츠가 된 것이다. 게임 이용자라는 정확하고 고정적인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 원형 콘텐츠의 큰 매력이다. ‘Dungeons & Dragons : The Twenty-Sided Tavern”, 이하 던전 앤 드래곤 연극은 기술의 힘과 결합하여 게임이 갖고 있는 서사 자체를 잘 살려 성공한 사례이다. 이 게임은 마니아층이 많고 일련의 서사가 있다. 이야기가 있는 게임이기에 공연으로 제작하기도 더 수월하다. 여기에 더해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관객들은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관객은 임무를 조정함으로써 긴장감 넘치게 게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여행서사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남’이었던, 벽과 같은 존재였던 옆 관객의 공통 의견이 공연을 만든다는 점에서 던전 앤 드래곤은 ‘함께’라는 단어를 공연의 언어로 풀어냈다. 화려하고 유명한 작품들로 가득 찬 브로드웨이에서 이 소극장만이 가진 매력이다. 콘텐츠의 신선함, 실시간 소통 진행방식,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무대를 만드는 공동체성으로 3박자 모두에서 특별한 이 공연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눈에 띈다.

 

 

[신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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