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늘 자아실현과 자기실현이라는 말을 듣고 산다. 그 말인즉슨 '내가 된다'는 건데, 그럼 내가 되는 것은 뭘까?
세상은 넓고 길은 많다. 당장 집 앞을 나가 봐도 오른쪽, 왼쪽, 앞, 대각선으로 여러 길이 있다. 어디로 갈지 망설여지겠지만, 다행히도 망설이기 시작한 사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어디에든 닿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느 길이 내 길인지 알아보는 눈이다.
내 길이라는 건 내가 행복한 길이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꿈에도 나타나는 게 무엇인가? 어느 방향에 나의 행복이 놓여있는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바로 길눈이다. 눈이 먼저 트이고 발을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발을 먼저 움직인 후에 눈이 트일 수도 있다. 눈이 트이다 보면 또 발이 간다.
행복은 내 이상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현실의 자아가 이상적 자아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이 길눈을 트이게 한다. 그렇기에 그 열망은 평생 갖고 살아야 하는 불씨다. 그렇다면 내 안의 힘을 한 번 실현해 보고는 싶은데, 어쩐지 이 길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끌리긴 하지만 이 길이 맞는 길일까.
길눈이 트인 사람은 막연한 확신이 자신을 이끌도록 둔다. “모험이 나를 부른다!” 영웅이든 주인공이든 어릴 적 내가 본 영화나 책에서 그들은 저 대사를 멋지게 날리고는 눈을 반짝이며 저 너머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부른다’는 동사는 어쩐지 유혹하는 느낌이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를 여정의 길이 밝은 빛을 내며 유혹한다면 결국 길눈은 그 유혹의 손길을 놓치지 않는 눈썰미다. 그들은 그 길눈으로 자기 행복의 길을 찾았다. 길을 찾았고 이제 걸어가기만 하면 되니 두려워할 것도 없다. 계획되어 있지 않던 삶이 그를 기다리지만 그 삶이 곧 그의 서사를 만든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느냐 하면 무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바로 그 길로 가면 된다.
내 길을 내는 건 한 사람에게 주어진 평생의 과제다. 그러면 내가 누가 되어가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로 즐거운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누가 되어 있더라도 그게 나 자신임을 안다. 그러니 인생은 길을 걷는 것이라는 말도,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삶이 자기만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라면 세상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용기는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라 하겠다.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을 걸으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어느 날 방향을 잃고 길 위에 박힌 듯이 멈춰 서게 될 것이다. 혹은 내게 쏟아지는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바빠서 길을 잘못 들면 이런 문장이 일기에 적힌다. ‘난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는데 지금 다른 길에 서 있는 것 같아.’ 이는 나의 경험담이다.
그러다 언젠가 전공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 평생의 기억에 남을 말을 들었다. “원하는 게 있는데 왜 그걸 하려고 안 해요? 대학생이 됐는데 왜 윗사람들이 하라고 하는 것만 따르던 예전처럼 똑같이 살려고 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세요.” 이는 니체가 말한 낙타의 삶을 경계하라는 말과 같다. 책임이라는 짐을 등과 허리에 주렁주렁 매달고 ‘I should’라는 말만 반복하며 살다 보면 분명 놓치는 게 생긴다. 그러니 나보다 더 먼저, 더 많이 겪어 보신 교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진 것이다.
화두를 듣고 대답하는 건 나의 선택이다. 모험의 부름을 받고 승낙할 수도 있지만 거부할 수도 있겠다. 내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다가 사람은 왜 살고 존재는 무엇인가, 평생 다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신에 내가 무얼 할 때 행복한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 앞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자신의 이야기가 쓰인 책 하나만 품에 안고 갈 뿐이다.
그렇게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어렴풋한 행복의 자취를 따라간다. 모험을 원하는 사람은 자기 길을 알아본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밝게 빛이 나는 길'을 찾으면 된다. 내가 원하는 향기와 색을 뽐내는 희미한 길, 내겐 보이지만 남에겐 보이지 않는 길을. 그렇게 되면 누구나 ‘Be a writer 장르로는 판타지’가 되고 ‘내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 될 테다.
나 자신의 안내자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되는 것(I AM)이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 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하루하루마다 색이 달라진 느낌
밝게 빛이 나는 길을 찾아
I'm on my way 넌 그냥 믿으면 돼
I'm on my way 보이는 그대로야
'아이브 - I AM'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