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15.

글 입력 2024.06.12 17: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track15..jpg

[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Wild Safari - MFC Chicken]


그렇다면 능동적인 인물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인물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글은 저번 주, 트랙14번 기고글의 연작입니다.

 

저번 글에서 저는 '능동적으로 움직일 줄 아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그 애정을 토대로 이야기를 상상해 내 대상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내용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방법에 대한 얘기가 빠졌군요. 단지 인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겠단 이유로 그를 모든 사건의 주범인 '사고뭉치'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물론 이것도 꾸준하게 밀어붙인다면 충분히 인물의 개성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서로 연결점을 찾아볼 수 없는 갈등을 무분별하게, 무작위로 유발하는 인물은 예측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인물은 능동성을 갖췄지만 독자들은 다시금 그를 '타인'으로 인식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날개를 펼칠만한 지반이 필요한데, 몰이해는 그런 지반을 제공해 주지 못하죠. 능동성을 갖추되 설득력 있는 능동성이어야겠습니다.

 

자, 이제 여태껏 갈고 닦아온 도구를 활용해 봅시다. 바로 '인물의 욕구'를요. 욕구는 현재의 감각에 충실한 단편적인 성격을 띠거나, 꿈처럼 미래지향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순간 반짝였다 사그라드는 충동일 수도 있고 혹은 인생 전반을 통틀어 추구해야 하는 신념일 수도 있지요. 인물마다 욕구는 시점도, 규모도 달랐습니다. 그 중, 그림의 우측에 위치한 인물의 욕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측 인물의 욕구는 자신의 노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추상을 어떠한 타협점도 없이 완벽하게 노래로써 구현하고자 했지요. 가사, 멜로디, 보컬, 세션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모든 구성요소를 통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인물은 곧 이러한 욕구에 대비되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찾아준 프로듀서는 데뷔 조건으로 기존의 밴드 멤버들을 모두 교체할 것을 제안했죠. 인물은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반발심과 함께 인물에게는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데뷔 무대에 자신의 밴드와 함께 오르자고 다짐하게 되었죠. 앞으로 인물은 이 상세목표에 집중해서 행동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후 갈등들도 이 목표를 중심으로 생겨날 것이고요.

 

조금 더 예를 들어볼까요. 유명만화 <원피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원피스>의 주인공인 '루피'의 어릴 적 꿈은 해적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루피는 모험을 좋아합니다. 원피스의 세계관 특성상 제약 없는 모험, 특히나 항해의 자유를 위해선 반드시 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고, 자신이 동경한 어른이자 은인인 '샹크스' 또한 해적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모험을 떠나고 싶다는 루피의 욕구는 자연스레 해적으로 축을 기울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인물의 다음 행동을 구상하기에 욕구가 아직 작고 모호해 보입니다. 그러나, 루피를 포함한 모든 예비 해적으로부터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이 하나 있지요. 바로, 세간을 주목시킨 대해적 골 D. 로저가 자신의 처형식 날, "내 보물 말이냐? 원한다면 기꺼이 주지. 찾아봐라. 이 세상의 모든 걸 그곳에 두고 왔다!"라고 선언했던 일입니다. 이 사건 덕분에 루피의 욕구는 전보다 더 상세하고 분명하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루피의 욕구는 해적이 되고 싶단 단순 장래 희망에 그치지 않고, '해적왕이 되고', '원피스를 찾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모험은 광대한 단어입니다. 모험하고 싶다면 당장 밀림에 뛰어들거나, 바다 괴물과 맞서 싸워도 됩니다. 단어가 장소나 대상을 특정하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마을 어른들의 꾸지람에 또박또박 받아치는 것도 일종의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욕구의 범위가 넓으면 인물의 다음 행동을 설정하는 데 난항을 겪기 십상입니다. 해적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또 어떤가요? 만화의 전체 줄거리가 루피가 해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면 괜찮겠지만, 해적이 된 이후의 모험을 얘기하고자 하는 <원피스>에서 이 욕구는 지속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루피의 욕구가 해적이 되고 싶은 것에 그쳤다면, 해적이 되고 난 후에는 욕구를 새로 설정해 주어야 했을 겁니다. 반면에, 해적왕과 원피스라는 상세목표는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장편을 끌고 가기에 보다 탁월합니다. 해적은 바다를 부유해도 해적이지만, 해적왕은 수많은 이름난 해적들과 그를 가로막는 해군들과 대적해야 하지요. 상세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대상은 명확해지고, 인물의 행동은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인물은 이제 자신만의 북극성을 따라 갈등을 만들고, 해결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게 됩니다. 욕구는 분명 인물을 설명해 주는 훌륭한 근거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봅시다. 인물의 다음 문을 열어줄 만능열쇠로요.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1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