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의 스펙트럼이 내 몸 위에 - 크루즈 디에즈: RGB, 세기의 컬러들 [전시]

글 입력 2024.06.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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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디에즈 RGB, 세기의 컬러들은 퐁피두 센터의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퐁피두 센터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미술관으로 20세기 초반 이후의 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평소 관심이 많던 미술관이었다.

 

특히, 요즘은 색채를 공부 중이었는데 빛과 색채의 거장이라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베네수엘라 출생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Carlos Cruz-Diez, 1923-2019)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세계 각 도시에서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색채학의 원리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전시의 소개 글은 이 전시가 우리에게 빛과 색을 인식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연구해 온 독특한 형태의 결과물 보여주고 다양한 시선과 색을 통해 새로운 색의 사고를 확장 시켜주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구성 1965년 크루즈 디에즈가 처음 고안한 공간 설치 작품[색 포화(Chromosaturation)]는 R(red, 빨간색), G(green, 녹색), B(blue, 파란색)의 단색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공간 속에서 새로운 색을 발견하거나, 순간 색이 사라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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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성 [평면 작품(Bidimensional Artworks)]은 빛과 색의 현상학에 관한 연구 중 색 추가, 색추 유도, 공간의 색을 보여주는데 단순한 색의 선들이 무수히 겹치는 가운데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색을 관찰하게 된다.

 

 

DIG_2023_ARC_CN_Shanghai_Rainbow_Bridge_Chromostructure_Inauguration_411.JPG

 

 

세 번째 구성 [색 간섭 환경 (Environment Chronointerferent)]은 빛의 스펙트럼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착시 공간을 조성, 빛이 담고 있는 색상들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인공적인 환경으로 색상 간섭을 체험할 수 있다.

 

 

DIG_2012_IND_KR_Jeonbuk_Art_Museum_Color_in_Space_444.JPG

 

 

 네 번째 구성 [색채 경험 프로그램 (Interactive Chromatic Random Experience)]은 1995년 작가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이자 디지털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으로, 관객이 직접 작가의 도구를 조작하여 자신만의 색과 패턴을 조합하여 시각적인 색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DIG_2012_IND_FR_Paris_Musee_en_Herbe_RVB_224.JPG

 

 

나는 운이 좋게 도슨트와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 전시만큼은 도슨트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슨트를 만나기 전 홀로 체험할 때는 생각보다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작용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어렴풋이 추측하는 것보다 도슨트의 설명이 함께하니 확실한 효과를 알 수 있었다.


색 포화 단계는 정말 색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을 주었다. 빨간색으로만 구성된 공간을 응시하다 보면 우리의 눈은 빨간색에 익숙해지기 위해 빨간색이 점점 주황색이나 핑크색으로 색이 연해진다. 그 상태에서 다른 색의 공간으로 눈을 돌리면 그 공간을 아까 봤던 색보다 더 진하게 보인다. 색으로 만드는 마술 같았다.

 

평면 작품으로 넘어갔을 때 도슨트는 우리에게 작품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게 만들었다. 눈이 빠질 듯 작품에 가까이 다가갔던 다른 전시와는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달랐기에 흥미로웠다. 멀리서 본 다음 가까이서 작품을 보면 놀랍게도 멀리서 봤을 때의 색을 찾을 수 없다.

 

색 간섭 환경의 공간으로 들어가면 빛의 스펙트럼이 나를 감싼다. 동그라미와 네모로 이루어진 설치들과 나의 몸으로 직접 색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색채 경험 프로그램에서는 앞에서 보았던 색의 개념들을 이용하여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입구에는 크루즈 디에즈의 인터뷰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데 전시 구성이 수미상관 구조였기에 전시를 다 보고 나면 다시 입구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인터뷰가 있는 전시를 좋아하는 데 작가가 가진 생각을 알면 알수록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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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 나와서 다시 보는 작가의 인터뷰는 다시 작품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특히 그가 관객들 에게 궁극적으로 색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을 추구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는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색을 체험해 보는 경험을 처음 만든 사람이었는데 앞서 말했듯 1965년 고안된 색 포화는 처음에 길거리의 한복판에 생뚱맞게 설치되었던 작품이다.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그곳을 지나쳐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언가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것이 작가가 관객에게 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색을 체험하여 무언가를 느끼는 것. 단색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해보는 것.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은 그 당시에 획기적인 생각이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것은 현대의 나에게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색의 개념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는 명확했고 이 전시는 색의 개념을 체험하고 몸으로 느끼고 비로소 그것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아, 색이란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색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끊임없이 바뀐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 무언가. 무엇에 둘러 쌓여져 있는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에 따라 존재했다가 또 존재하지 않았다가 하는 개념이 매우 흥미로웠다.

 

6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우리에게 세계를 이루는 무수한 요소 중 하나인 색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전시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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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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