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자가 보기에 초심자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차마 견디지 못하고 외마디 훈수를 두듯이 피시방 옆자리 학생이 제 플레이를 보고 답답해서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를 시전하듯이 옆사람은 그게 아닌 걸 아는데 상대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누구든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심지어는 4대 성인(聖人) 중 한 명인 소크라테스마저도 "아뇨, 그냥 여러분은 아무것도 모르세요."(무지의 지)를 설파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가서 캐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발설욕구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해서 토론은 이러한 욕구를 가장 고취시키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발언권을 가지고 있고, 정당하게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이 허용되는 장이니까요.
2. 덕후들의 특징: 아는 주제가 나오면 신이 난다
주변인과의 대화시간에 갑자기 아는 주제가 벌컥 튀어나오면 '아아-.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라는 준비 태세와 함께 봉인해둔 화술로 앉은 자리를 아테네 학당으로 만들어 버리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들뜨는 마음은 모든 덕후들의 공통된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주제를 잘 아니까 반갑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일상적인 대화 중에는 그런 마음을 잠시 접어 두는 게 예의입니다. 이런 종류의 대화 시간은 서로가 핑퐁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토론 시간만큼은 지정된 주제 내에서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토론은 각자의 의견을 설파하고 교환하는 것이기에 목적이기에, 그야말로 욕구의 실현과 동시에 목적이 달성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간일 겁니다.
3. 재밌는 이야기 무제한 제공!
평소에 호기심이 많고 재밌는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토론은 이 욕구들을 실현하는 데데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그리고 토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마치 놀이하듯이 그 대화 순간 자체에 몰입하는 체험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던진 아이디어를 통해 머릿속에 여러 가능성을 굴려보는 것 역시 재밌는 활동입니다. 만일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토론이라면 토론 과정에서 해학과 밈(Meme)도 함께하기에 그것 자체로 재밌기도 하고요. 마치 여름밤 *그르륵갉 의자에 앉은 기분으로 말이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해당 주제 내부로 계속해서 헤집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마 한바탕 토론 시간을 가지고 나면 의자에서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4. 재미를 넘어 유익함으로 : 즉석 피드백 타임
토론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을 건드려준다는 것입니다. 유명 철학자 칸트도 하루 중 3시간은 타인과 질좋은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고 방식, 가치관, 전공 분야가 다른 타인과 얘기하면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습니다. 반박하고 질문을 해주는 상대방이 없다면 나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론을 통해 내 관점을 수정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 거겠죠. 또 단순 정보도 많이 얻어갈 수 있습니다. 요새들어, 쓰는 것만큼이나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토론 시간은 즉석 피드백 타임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토론즐기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미난 토론을 위한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1.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것 - 개인이 아무리 중립적으로 생각해본다고 한들, 나와 사고방식 자체가 아예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라면 토론을 통해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을 건드리며 일종의 계몽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2. 브레인스토밍하듯이 - 브레인스토밍하듯이 의견을 뱉다보면 더 토론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초안이어도 괜찮으니 우선 얘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점차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토론이니까요.
3. 유연하게! - 학창시절의 토론은 엄격한 규칙과 함께 격이 갖춰져 때문에 부담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의견을 나눈다는 느낌으로 캐주얼하게 스타트를 끊는다면 좀 더 토론에 쉽게 입문할 수 있습니다. 저도 대학에 들어와서 나눈 광의(廣義)의 토론은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였기에 훨씬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답니다.
*그르륵갉 의자: 일종의 밈으로, '그르륵갉'은 플라스틱 의자를 끄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며 여름밤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면 끝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SNS상의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에서 유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