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것'에 관한 성찰 - 과학 잔혹사 [도서]

글 입력 2024.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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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남겨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것에는 대개 명과 암이 존재해 왔다. 과연 우리가 빛보다 어둠에 주목한 적이 많았는가?

 

‘과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샘 킨(Sam Kean)은 ‘거의 항상’ 인류 발전의 기틀로서 칭송받던 과학의 이면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집착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인 ‘미치광이 과학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롤로그 속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는 과학과 실험, 연구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잔혹한 행위가 만연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비윤리적 과학은 나쁜 과학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하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저지른 실험 아닌 만행 역시 ‘틀린’ 결론만을 가져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냥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만행들도 많았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섬뜩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탈, 노예무역, 시신 도굴, 살인, 동물 학대, 증거 조작, 의료 과실 등 도저히 과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한 행위와, 그 행위의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는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책 <과학 잔혹사>를 들여다보자.


 

우리는 과학을 진보적인 것으로,

세상에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힘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대개는 그렇다. 대개는.

 

- <과학 잔혹사> 서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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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논점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범죄와 과학 사이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표본 수집을 가장한 약탈, 노예무역, 시신 도굴 등은 명백한 범죄가 맞지만, 어찌 됐든 그로 인한 발견들은 현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몇몇 사례에는 사람을 해하겠다는 뚜렷한 목적보다 지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집착적인 목적이 더욱 여실히 드러나기에 그 딜레마를 키우는 것 같다.


책의 3장 <시신 도굴>에 등장하는 ‘존 헌터’의 사례를 보면, 그는 의학의 현대화를 위해 해부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신 도굴꾼들과 거래했다. 그저 해부학 자체를 광적으로 좋아하기도 했던 그는 눈물길과 후각 신경 이외에도 각종 해부학적 발견을 수십 가지 이루어 냈다. 헌터의 이야기는 ‘과연 이 발견들이 시신 도굴이라는 행태 아래에서도 박수받아 마땅한지’에 관한 딜레마를 선사한다.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 어딘가 큰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교류 전기보다 직류 전기가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교류 전기를 ‘악마화’했고, 그것을 위해 교류 전기로 여러 동물을 감전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젠더(gender)’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존 머니’는 수간과 식분이 건전한 페티시임을 주장했고, 소아성애증과 근친상간을 옹호했다.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우리는 결국 과학 앞에 윤리가 우선시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어쩌면 야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들이 단순히 과거의 악행에만 그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과학적 발전 역시 무궁무진할 것이며, 그만큼 어떤 방식으로의 비윤리적 행위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그것에 대한 ‘경고’를 시사하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비윤리적인 과학에 관한 책임이 그것을 연구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뒤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만큼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흥미에 눈이 멀어 그러한 일을 용인하고 지나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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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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