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족이 다 함께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기에 [영화]

글 입력 2024.05.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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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꿈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에 진학하며 쭉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휴학을 하게 되면서 자취를 시작하였다. 벌써 자취를 시작한 지도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기숙사에 살 때는 학업에 집중하면서 과제에 치이기도 하고 방학 때마다 집에 가서인지 딱히 서울로 올라왔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자취를 하면서 드디어 내가 서울로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가족이 서울로 잠깐 놀러 와서 자취방에 머물다 갔는데, 연휴라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원룸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서 잤다. 그러한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옛날에 다 같이 모여서 자던 시절도 생각나서 좋았다.


가족과 함께 이틀을 서울에서 보내고 썰렁해진 집을 보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허전한 마음이 몰려왔다. 좁은 방이 너무 넓게 느껴졌다.


나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 나의 밥 친구가 되어주는 애니메이션 ‘아따맘마’를 시청했다. 왜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아따맘마’를 봤는지 묻는다면,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언제나 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가장 적절한 대답일까.


그렇게 ‘아따맘마’의 에피소드들을 쭉 시청하다가 2011년에 개봉한 극장판을 발견하였다. 나는 괜히 반가운 마음과 오랜만에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아따맘마 극장판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서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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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아따맘마 극장판’은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어 버렸다!’라는 신선한 소재로 재미는 물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엄마’와 ‘딸’인 아리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서로 몸이 바뀌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엄마와 딸은 서로의 생활을 대신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목숨이 위험한 딸을 위해 엄마가 희생하려는 장면에서 딸은 물론 아들까지 엄마의 진심을 깨닫는다. 더하여 중간중간 아빠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이 영화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에는 아따맘마 특유의 코믹함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부분에서 조금 울었던 기억도 있긴 하지만, 그 당시의 눈물은 그저 워낙 풍부했던 감수성에서 비롯된 눈물이지, 진심으로 공감하여 흘린 눈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봤을 때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깊은 공감을 했다. 아마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 이유는 아따맘마의 가족들 성격과 내 가족들 성격에서 비슷한 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엄마, 아빠, 남동생, 나(누나)로 가족 구성원이 똑같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다루고 있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똑같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가장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한 장면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나 네 식구의 모습이 아닌 엄마의 모습을 한 딸이 엄마의 동창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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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습을 한 딸은 엄마의 동창과 대화를 나누면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바보 딸내미라며 반성하고, 그에 대해 엄마의 동창은 이러한 말을 한다.

 

 

“그 바보 딸내미랑 그러고 살 수 있는 것도 앞으로 몇 년뿐이다. 자식들은 금방 쑥쑥 커서 시집, 장가를 가버리니까. 식구들이 모두 모여 살 수 있는 세월이 얼마나 짧은지. 다 눈 깜짝할 새야. 우리 집 바보 딸내미는 작년에 멀리 시집을 가버렸지. 철없는 것이니, 바보 딸내미니, 화내면서 싸울 수 있는 것도 다 함께 부대끼며 살 때 이야기라니까. 지금은 그저 그립고 보고 싶을 뿐이지.”

 

 

엄마의 동창은 몸이 바뀐 사실을 알지 못하기에 엄마가 딸이 본인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즉, 그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한 장면일 뿐인데,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동창의 딸처럼 시집을 간 건 아니지만, 나는 꿈을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앞으로 가족과 부대끼며 살 수 있는 시간이 두 번의 방학 기간밖에 남지 않았다. 영화 속 동창의 말을 듣고 나의 상황을 돌아보니 식구들이 모두 모여 살 수 있는 세월은 너무나 짧은 듯하다.


하지만 내 눈물은 내가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느끼는 그리움과 아쉬움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눈물을 흘린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의 입장이 떠올라서였다. 나는 영화 속 동창의 말을 통해 내 입장을 대입하여 공감하기보다 부모님의 입장을 대입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부모님이 나보다 훨씬 더 가족끼리 부대끼며 살던 세월을 짧게 느끼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요즘은 덜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때와 방학마다 항상 서울로 올라가는 나를 보며 부모님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그동안 그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타지에 살 딸이 걱정도 되고 괜히 아쉬운 마음에 그런 거라며 이해하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이후부터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제 부모님이 흘린 눈물의 진짜 의미를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 눈물은 걱정과 아쉬운 마음뿐만이 아니라 함께 살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운 마음도 포함된 눈물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드디어 그 모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접하고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 이전보다는 진심으로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가족이 다 함께 살던 시절을 통째로 행복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서로 상처를 주는 순간들도 많았다. 어떻게 식구들이 항상 화목만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완전 남인 사이보다 가족이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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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인력난에 관한 뉴스가 꾸준히 나올 정도로 서울로 상경하는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나 또한 서울로 상경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는 지방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인이 선택한 간접적인 이별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기 위한 목적으로 상경한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처음엔 자식들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외로움도 느끼겠지만, 결국 떨어져 지내는 삶에 금방 적응하고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는 횟수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끝내 부모님만 계속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남게 되고, 자식들은 나중에 돌이킬 수 없을 때 후회를 하곤 한다.


그렇기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앞서 언급한 영화 속 장면에 공감이 간다면 부모님 혹은 가족에게 자주 연락했으면 한다. 초반엔 쉽지 않겠지만, 연락도 습관이기에 자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연락을 안 드리는 것이 어색해질 때가 올 것이다.


비록 목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자주 연락할수록 부모님은 물론 본인도 모여 살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앞으로 계속 느낄 보고 싶다는 마음, 외로움까지 달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집 바보 딸내미인 나 역시 다시 한번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꾸준히 부모님께 연락을 자주 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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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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