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좌충우돌 대학생 생활 - 사망년의 일기 [사람]

글 입력 2024.04.27 09: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40426_220044904.jpg
금요일의 기차 안에서 쓰는 사망년의 일기

 

 

오늘까지 죽 시험 기간이었다. 대학생이 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이 되었고, 벌써 9번째의 시험을 치러냈다. 그리고 시험 직전 일요일에는 오픽이라는 자격증 시험도 치르고 왔다. 이제 대학 생활의 중후반부 한가운데 서있는구나라는 자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이제 2년 정도의 대학 생활을 거친 나는 어떤 사람인가? 2년만큼의 성장을 이뤄냈나? 그 시간의 유의미하게 나에게 작동했나? 라고 자문해 본다면 나는 그래도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나에 대한 TMI가 될 것 같지만 평범한 3학년의 대학생이 어떤 생각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말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선 공부라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밈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미루는, 벼락치기를 하는 대학생들의 유쾌한 모습이 가득하고 나 역시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시험공부는 직전에 열심히 달려서 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대학생으로서 좋은 교수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강의를 통해 지식을 얻고 사고의 확장할 수 있는 경험한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 굉장히 소중한 기회이구나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작년에 들었던 국제 인권 관련 수업이 기억난다.

 

Flip side of the coin, 사회현상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하나의 해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이면적 의미가 존재함을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디어 산업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해석의 다양성이 늘어나기보다는 특정 시각에 경도되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이른바 여론몰이가 심해진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저런 시각을 전제하고 이를 대하는 태도를 견지해야겠다는 가르침을 받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령 나에게 있어 회계, 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딱딱하고 수식만이 가득하며 영화에서 등장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회계사처럼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회계는 단순한 수식이 아닙니다. 기업의 현재 상황과 가치, 더 나아가 미래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까지도 해석해 낼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경영적 언어인 거죠”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해당 학문이 가진 무게에 대해 세상 실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달까?

 

내가 배우는 학문이 세상을 구성하는 데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 배움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고 나는 그 배움들을 나름대로 착실히 수행하며 내 안에 쌓아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성장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나와 타인, 즉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알아나가고 나름의 정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사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을 친구들과 서로 반추해 보면서 “그때는…. 대학생이라기보다는 고등학생에 좀 더 가까운 원시적인 존재지….”라고 농담으로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펼치지 않는 이상, 고등학생 때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자의적이기보다는 타의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게 된다. 같은 동네 친구, 같은 반, 학원 친구 등등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환경에 의해 이미 주어진 인간관계를 주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소속감이 느슨해진 대학이라는 곳에서 처음 스스로 노력하여 관계를 맺는 것을 연습하게 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교 시절 내내 입시에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삶을 살았기에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는 연습이 되어있을 리 만무했다. 경제학에 나오는 “야수의 심장” 마냥, 날 것 그대로의 상태에서 사회화의 장으로 던져졌다랄까. 물론 타고 태어나 눈치와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친화력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내 집단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인간관계에 필요한 '거리'를 배워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내가 조절하지 않아도 알아서 거리가 조절되었다. 일단 생활에 있어 지도와 제약을 받는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내 시간과 돈을 타인에게 쏟는 것이 어느 정도 제약되어 있었고, 또한 어차피 학교에서 원치 않아도 매일 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적절한 거리를 둔다는 개념이 애초에 자리 잡지를 않았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 거리를 지키면서 나의 생활을 스스로 잘 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 초반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하루 종일 어울리며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것의 시간을 다 보냈다. 그런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거쳐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몸소 겪어보고, 술 살도 쪄보고 사람들과의 갈등도 해 보면서 내 생활을 혼자서 잘 꾸려나가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따끈하게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다짐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안정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또 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지금의 이 생각들에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2년 전의 나보다는 더 인간관계에 능숙해졌다는 것에 있어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 외에도 내가 성장한 부분은 꽤 많다. 이제는 혼자서 밥을 뚝딱 지어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빨래와 청소, 그리고 벌레를 잡는 일까지 와일드한 자취생활을 하면서 생활인으로서의 감각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성인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험을 보는 것을 식상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제대로 학문을 깨달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표현한다면, 오늘의 글은 지금까지의 내 대학 생활이 나름대로 의미 있게 굴러가고 있었는지를 중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정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