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빛을 쫓아 -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전시]

글 입력 2024.04.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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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무의식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무지한 탓에 용감해지는 것인지. 그림 앞에 서면 울컥 좋다, 싫다는 원색적인 감정이 튀어나온다. 왜 좋은지 싫은지 이유를 손가락을 접어가며 골라도 결국 좋아, 라는 마음이 가장 선명하게 남는다.

 

나는 미술관에 갈 때면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난다. 내가 좋아할 법한 그림인데 좋아하지 않고, 남들 다 싫어하는데 나는 좋아하는 그런 순간을 맞닥트린다. 그때 나는 정말 나에게조차 신선한 타인이 되어버린다. 익숙하지 않은 나를 그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미술관에 간다.

 

이번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원화전>은 19세기에서 20세기 전환기, 북유럽 국가에서 두드러진 예술 발전과 북유럽 특유의 화풍이 정립된 배경을 조명한다.

 

당대 젊은 스웨덴 예술가들은 보수적인 예술계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회화 실험과 전시 기회를 갈망하며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고국으로 귀향한 후 그들은 표현의 대상과 예술적 주제를 지역 모티프에서 찾는 등, 이국에서 체득한 화풍을 북유럽의 정경과 현실에 접목하였다.


북유럽이 심적으로 가깝지는 않았다. 그림을 보러 가서도 글자에 먼저 이끌리는 나이기에, 사실 그림도 그림이었지만. ‘새벽부터 황혼까지’라는 전시명에 유독 마음이 끌렸다. 빛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붙잡을 수 없는 빛이 좋았다. 눈이 시리게 환한 빛부터 희미한 빛까지.

 

온전히 포착하고 담아낼 수 없는 빛을 담아내려는 시도들이 나에게는 각별하게 와닿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우리의 본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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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oberg, Mountains. Study from North Norway, 1900


 

캔버스에 유화나 아크릴로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마음을 뺏겼다. 붓의 결이 생생하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꾸덕한 유화를 어느 정도의 힘을 주며 어떤 방향으로 쌓아 올렸는지 상상하다 보면 화가가 떠오른다. 그의 음울한 마음, 혹은 대상을 향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팔뚝의 떨림 같은 것들이 상상된다.

 

유채는 잘못 칠해도 그 위에 다시 물감을 쌓아올리면 되니까, 원래 스케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꼭 사람과 같다. 그 아래 켜켜이 쌓인 밑그림이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는 점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그 안을 보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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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Pauli, Breakfast Time, 1887


 

그림을 볼 때면, 화가들의 눈이란 꼭 프리즘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빛 아래 세상의 풍경은 그들의 눈을 프리즘 삼아 거쳐 여러 빛깔로 분리된다. 그저 하얀 눈은 화가를 거쳐 그림 속에서 빛의 노르스름함과 그늘의 파르스름함을 더해 캔버스 위에 펼쳐진다.

 

완성된 그림을 보면 현실과 깊이 닮아있다.

 

 

사진 출처: ©Nationalmuseum Stock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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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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