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은 수채화 같은 것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도서]

‘행복을 그리는 화가’의 행복이 쉬워지는 비밀
글 입력 2024.04.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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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술은 어려운 내게 ‘칼 라르손’이란 이름은 전혀 생경한 이의 것이었다.

 

그러니 굳이 낯선 화가의 그림과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결심했던 건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보단 ‘행복을 그리는 이유’라는 수식에 대한 끌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운명을 애써 거부하려 노력하는 자칭 이성주의 자이지만, 때론 삶의 특정 시기에 다가오는 강렬한 인상이 마치 운명인 것 마냥 시기적절한 해답처럼 느껴져, 방황하는 내게 삶이 주는 선물이라고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문득 또 이런 생각을 했다. 굳이 누군가의 행복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했던 건, 요즘의 내가 무의식중에 행복을 간절히 좇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란 걸 말이다.

 

 

[표1]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양장 특별판).jpg


 

스웨덴의 국민 화가이자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설립 모토에 영감을 준 예술가로 알려진 칼 라르손은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본인의 가정을 모델로 북유럽의 목가적인 풍경을 담아낸 칼 라르손의 그림들은 책으로도 출간되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성경 다음으로 군인들이 가장 많이 지니고 다닌 책이 되기도 했다.

 

행복을 그린다는 수식이 화가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찬사가 되는지는 나는 결코 알 수 없겠지만, 내가 만약 그 입장이라면 그 무엇보다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별명이라고 느낄 듯싶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막상 너무 어렵고, 누구나 알지만 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 너무나 쉽게 사용하지만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그것. 내게 '행복'이란 그런 존재이니 말이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가 그린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하며 책을 넘겼다. 내게는 행복이 왠지 ‘추상’에 가까운 개념처럼 느껴지는지라, 책을 읽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 막상 마주하게 된 그림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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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는 달리 칼 라르손의 그림들은 직관적이면서 실재적이었다.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그림이라기보단 그 대상이나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행복은 아주 가까운 것들이었다. 쉽고 단순하며 소박하고 편안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이었다. 

 

칼 라르손의 행복의 비결을 위해 생전 그가 살던 집 ‘릴라 히트나스’까지 찾아간 이 책의 저자가 보았던 것. 그리고 그녀가 내린 행복에 대한 결론, 행복은 ‘결괏값이나 목적지가 아닌 어떠한 상태나 상황’이라는 그 말의 의미가 칼 라르손의 그림을 감상한 뒤 더욱 와닿는 기분이다.

 

 

‘따듯한 차를 마실 때, 반려견과 함께 낮잠을 잘 때, 여유롭게 책을 읽을 때...’

 

내게 행복은 결괏값이나 목적지가 아니라 늘 ‘어떠한 상태나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삭막해질 때면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를 도록처럼 자주 꺼내 본다.

 

5p. 개정판을 내며 中

 

 

사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보느냐일 뿐이다.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정의 풍경을 화폭에 그려 넣은 한 화가가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명명된 것은, 그 대상의 특별함이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애정 어린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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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라 하면 왠지 겨울이 떠오르지만, 그곳을 배경으로 둔 칼 라르손의 그림들은 겨울에서도 봄과 여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포근한 기웃이 웃돈다. 행복의 비결은 크기가 아닌 밀도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거창한 것을 좇는 것이 아닌 애정을 채워 넣는 과정일 테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의 유년 시절은 불우했다. 애정을 받았어야 했을 아버지께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라는 악담을 듣고 자란 아이가 한 가장이 되어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어른이 되었다는 서사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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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음에도 넘치는 사랑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칼 라르손’에게 존경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스스로의 행복을 담아낸 그림이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며 사랑을 받는 모습에서 예술과 행복의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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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큰 힘을 주고 사는 건 피곤하다. 어렵고 복잡한 것을 선망할수록 답은 쉽고 단순한 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 답에 얽매이느라 막상 주어진 행복을 놓치고 산다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멀고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 매일 당연하게 주어진 것들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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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한다 한들 결코 모두 같은 세계관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어떤 필터를 끼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느낀다는 것,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미술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화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세계관을 엿보게 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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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관이 미술의 형태로 구현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지금의 미적 감각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칼 라르손의 작품을 보며 느낀 건, 행복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역시 그의 것처럼 ‘수채화’의 필터가 끼워진다면 좋겠다는 거다. 

 

강렬하기보단 은은하며, 부드럽고 편안한 매력이 돋보이는.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 크고 작은 우연들이 숨어 있는. 

 

매일 당연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세상을 보다 가볍게 살아가고 싶은 내가 바라는 행복 역시 칼 라르손의 수채화를 닮은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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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행복이란 쉽고 자연스러운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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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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