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에 접했던 문화예술을 다시 향유하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3.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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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전에 접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 책 등을 다시 향유하면서 신기한 점을 발견하였다. 바로 처음 접할 때 느꼈던 감정과 시간이 흘러 두 번, 세 번 다시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새롭게 보이고, 어떤 장면에 대해 과거에는 이렇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생각과 다를 때도 있다. 분명 내용은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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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열렬히 응원했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주인공의 행동이 지금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악랄하게만 느껴졌던 악역은 지금 다시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던 조연의 서사에 마음 아파하며 더 눈길이 가게 되고,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던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은 나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온 친구들이 예전에 접했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다시 보고 이야기할 때 예전엔 멋있어 보이던 인물이 지금은 비열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냥 아무 이유 없이 좋아했던 인물의 행동에 감동하거나 공감된다는 이유로 더 좋아지게 되었다면서 과거와 달라진 감정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그저 성인이 되면서 어린이나 학생 때보다는 아는 것이 많아졌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친구들과 나의 변화한 감정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같은 작품을 다시 보면서 어떤 친구는 작품 속 인물의 행동이 지금은 너무 오글거린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같은 행동에 대해 예전엔 아무 생각 없이 넘겼다면 지금 위로를 받는다.


더하여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지금 보니 왜 좋아했는지 이유를 모르게 되었고, 더 보고 싶지 않아서 넘기기 바빴던 장면은 중요한 장면이었음을 깨닫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좋아하는, 여전히 싫어하는, 여전히 공감되는, 여전히 공감되지 않는 등 예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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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거에 접했던 문화예술을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이유는 내가 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연하다. 과거에 접했던 문화예술은 인물, 대사, 행동, 기승전결 등 모든 게 그대로고 변한 것이 없으니까.


‘과거의 나’와 가치관, 성격, 취향이 달라진 ’현재의 나‘가 그 자리 그대로 있던 과거의 문화예술을 찾아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깨달았다. 문화예술은 나 자신을 알게 해주는 힘이 있다. 내가 변했기 때문에 과거에 접했던 작품을 시간이 흘러 다시 봤을 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지만, 내가 변한 점을 깨닫는 과정에 문화예술이 항상 함께한다.


문화예술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조금 더 알 수 있게 해준다.


과거 향유했던 문화예술을 다시 향유하면서 나는 저런 유형의 인간을 좋아하는구나, 저런 행동은 싫어하는구나, 나는 이러한 삶을 지향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취향, 가치관, 성격 혹은 여전한 취향과 가치관을 알아가고 있다.


‘나’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해주는 문화예술의 신비한 힘. 이것이 우리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향유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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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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