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채워넣는 우리들의 피에타 [공연]

글 입력 2024.03.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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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라 하면, 십중팔구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떠올릴 것이다.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은 예수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그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형상화 한 작품.

 

어떠한 개인만의 감정이나 해석을 떠올릴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이 작품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나에게 큰 의미를 전달해 주지는 못했다. 그저 다소 편안해 보이는 성모 마리아의 표정을 보며 약간의 의아함을 가졌던 기억만이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여러 생각들이 함께 했다. 특히 ‘종교적 배경지식이 아예 없어서 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그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종교적 배경지식이 없어서 더 다양하게 확대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은 함께 따라가되, 디테일한 부분들은 내 세상의 것들로 채워 넣은 것이다.

 

 

 

빈 공간에 채워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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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피에타>는 마리아 (김사라 배우) 혼자 70분간 무대를 이끌어간다. 보조적인 장치나 소품을 과감히 생략하여 무대에는 그저 맨발의 마리아만이 존재한다. 심지어는 그녀의 아들 예수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아들이지만, 마리아는 그 무엇보다 선명히 아들을 바라본다. 손을 잡고 냇가를 산책하고, 웃으며 춤을 추고, 꽃을 구경하며 다가오는 봄날을 잔뜩 즐긴다. 사랑스러운 아들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보여주고 직접적으로 소통시켜 주는 마리아 덕에 우리도 차츰차츰 손을 흔들고 악수하며 그를 바라본다.

 

내가 보는 아들의 머리카락 색은 갈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노란색일 수도 있고, 내가 바라보는 아들의 눈동자 색은 검은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파란색일 수도 있다. 각자가 각자의 것들을 채워 넣으며 마침내 아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우리의 귀에는, 어미의 절규가 더욱 절망스럽게 들린다.

 

사회적으로 살해 당한 아들을 잃은 어미의 찢어질 듯한 고통. 못 박는 소리와 함께 핏빛으로 물드는 마리아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김사라 배우가 앞서 보여주었던 풍부한 성량과 시원한 고음은 온데간데없고, 목이 메인 듯한 외침뿐이다.

 

예수를 빈 공간으로써 보여준 것은, 모노드라마로 그 어떠한 소품이나 부가적인 장치 없이 단출한 형식으로 진행된 것은,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엄마와 아들 간의 관계성에서 벗어나,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운 여러 인물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껏 그들의 영웅과 같은 삶 자체에 대해 집중하고 감탄했다면, 뮤지컬 <피에타>에서는 그들의 뒤를 묵묵히 지켜주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조명이다.

 

‘마리아’라는 인물을 종교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보편적인 감정 자체에 대한 탐구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한 사람의 고통. 무신론자여도, 아이를 가져보지 못한 자여도, 그 어떤 작은 사랑만이라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한 <피에타>는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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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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