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원히 그곳을 꿈꾸고 싶다 - 북극을 꿈꾸다

글 입력 2024.03.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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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북극이, 지구온난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이, 안쓰럽게 시들어가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북극곰에게 터전을 돌려주세요! 빙하가 녹고 있어요!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는 자연스럽게 '온난화 = 북극'이라는 상징적인 수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책 <북극을 꿈꾸다>의 저자에게는 아직도, 북극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있는 듯, 아니 남아있기를 바라는 듯하다. 책의 두께가 증명하는, 북극을 향한 저자의 진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큰 곰의 땅'이라는 어원을 가진 북극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단락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북극성에 대한 설명이었다. 북극성은 눈으로 볼 때 위치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실제로 천구의 북극점과 무척 가까워서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었던, 이름값을 하는 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제2장과 3장, 4장에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사향소와 북극곰, 그리고 일각고래가 등장한다. 이 세 장은 생명을 다루고 있는 만큼, 문장 사이사이의 울림이 강렬했다. 특히 북극의 생명체에 대한 외지인들의 집착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낼 뿐인데,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터를 내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징성을 부여받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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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은 북극의 인간 및 동물들의 대이동을, 제6장은 북극의 아름다운 얼음과 빛을 소개한다. 제7장은 땅의 의미, 제8장은 인간의 역사 속 항로의 의미를, 마지막 제9장은 과거의 북극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의 우리가 북극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태도를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라고도 불리는 저자는 책 <북극을 꿈꾸다>를 통해, 잊혀가는 북극의 진면모를 표면 위로 끄집어 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북극이라는 공간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북극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살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북극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에서 북극을 향한 무해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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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서의 여정을 무사히 끝내기 위해선, 다소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보았을 때, 책을 손에 익히는 과정에서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북극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을 통해 익힐 수 있다는 말은 한편으론, 책 <북극을 꿈꾸다>를 통해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는 말과 같다.

 

제1장만 해도 북극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역사, 과학 등 다학제적인 정보가 담겨 있었다. 북극이라는 대상에 대해 이렇게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꽤나 버거운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정보성 책을 읽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현상이다. 이럴 땐 욕심을 버리고 숨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을 좀 가지라는 말이다. 한 번에 모든 장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면, 자신에게 그나마 친숙하거나 좀 더 관심이 있는 장부터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 모름지기 처음에는 흥미를 끌어내야 한다. 흥미가 있어야 이어나갈 의지가 생기는 법이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책 <북극을 꿈꾸다>만큼 진심으로 북극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북극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저자가 말했듯 툰드라를 걷고 싶고 바람을 느끼며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진심이 필요할 테다.

 

언제까지고 북극을 꿈꾸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으로부터 시작될 행동의 결과를 믿어본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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