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고민의 기회 -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글 입력 2024.03.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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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내가 나로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비판적인 사고, 의문을 품는 사고를 하지 않다가 쳇바퀴 같은 일상에 갑작스레 의문이 들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풀어내진 못했지만, 고민과 그 결과적으로 현재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건, 무언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시간에 ‘내 생각’이 개입되고 쳇바퀴더라도 무언가 ‘내 의도’가 있는 시간이라면 충분히 나를 위해 시간을 구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릅니다. 하나의 책에서도 마음에 남은 장면, 문장이 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생각하지 않으면 넘기기 쉬운 감정이나 사회현상, 사회의 문제 같은 것에서 포인트로 요점을 집어내는 것은 정말 독서의 큰 이점이라 생각합니다. 좀 더 내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일.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AA)라는 이름의 자조 모임은 익명성을 성역으로 지켜주었지만, 지속적인 책임감도 수반되었다. ... 그런 정체감의 인정은 두 가지 정반대 충동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먼저 정체성을 잃어야 할 때가 맣다는 역설을 암시한다.
 

 

AA 모임처럼 완전한 익명이지만 무엇보다도 진솔한 나의 속의 이야기를 타인과 나누는 것. 완전한 익명이 보장되기에 더 그렇게 솔직한 교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살다 보면 주변의 친구들과도 다 대화하는 종류의 주제가 다 다릅니다. 어떤 친구인지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연애나 진로, 취미, 사회현상, 요즘 근황 등... 그러다 보면 독서 같은 취미나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만난 아예 처음 본 사람들과 더 나의 깊은 생각을 꺼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이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역시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주변에 이전부터 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이미 굳어진 이미지,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깊게 파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는 나를 정의하지 않았기에 내 정체성이 드러나는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허물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소스의 자화상은 다른 방식의 인식 재구성을 제시한다. 그의사진들은 얼굴 인식 시스템과 조금은 거리가 먼 대안으로 존재한다. 무엇이 우리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까? 그 사진들은 묻는다.
 

 

내가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이런 감각들, 신체적인 자율성이나 운동감각 등... 이렇게 내가 ‘실제’라고 생각하는,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진짜가 아니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자아를 단일한 실체로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런 단일성은 환상일 뿐이에요.”입니다. 사람은 영원히 그럴 것 같으면서도 놀랍도록 바뀌곤 합니다. 저 사람은 절대 저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내가 우습게도, 몇 년 뒤에 누구보다 이전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발견하는 겸험을 종종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무언가가 어떤 형태로 영원할 것이라 단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나조차도 마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마음이 다르곤 하는데, 확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종종 그녀가 가진 이 몸, 모든 능력을 가진 이 몸이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존재라고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이제 그저 남편의 이름으로 확인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여성이자 나이가 든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젊었을 적이나 남성인 것과는 대비되는 시선들. 이들에 대해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이들이 이루어낸 것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에서 눈에 띄는 것이 줄어들어도 반드시 경험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있었습니다.

 

3명이 걸어가면 반드시 그중 1명에게서라도 배울 점은 있다는 말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들에게도 분명히 배울 점은 있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점차 고령화사회가 심화되는 상황에도 노인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귀를 닫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계속 선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여성으로서 생각해 보면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특히 독서를 통해서는 짧은 시간을 들이고도 많은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소중한 조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나의 이 고민을 먼저 겪은 이가 있는지 같이 나만 고민하는 것 같은 문제도 언젠가는 누군가 겪었던 일이고, 이에 대해 기록을 남겨놓았다면 나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둘러보고, 생각하고, 도움을 받고, 나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훗날 나도 방황하는 이들에게 인생 선배처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욱더 좋을 것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이 우리 생각보다 더 유동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계속 젼화하는 중인데도 이미 완성되었다고 착각한다. 바로 지금의 우리는 지나간 매 순간의 우리처럼 일시적이고, 임시이고, 순간적이다. 우리 삶에서 변치 않는 건 변한다는 사실밖에 없다."
 

 

또 가끔 고민하게 되는 것은, 알츠하이머 병과 같이 내가 알던 사람들이 그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특성을 점차 잃어버리고 낯설게 느껴질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책에서도 나왔었지만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신체적인 문제로 인하여 개인의 정체성, 존재감을 흔드는 강력한 문제가 생긴다면 생길 상실감과 우울감, 혼란 같은 감정들. 그렇다면 끊임없이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보면서 이미 모든 순간순간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어떤 곳을 지향하고자 하는가에 대해 의식적으로 되뇌며 향하려 노력하는 게 나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성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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