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을 비튼 서늘한 틈 사이에,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도서]

글 입력 2024.03.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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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벽 사이, 목소리. 문 뒤,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게 생긴 무언가, 사라짐. 일상적인 소재로 작성된 이 단편집은 현실을 비튼 그 조그마한 틈 사이에 스며오는 공포감을 잘 묘사한다. 말하자면 스산함과 서늘함이 이 책을 읽는 나를 관통한다.

 

잘 조립된 무언가는 완벽해 보인대도 반드시 틈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상황을 이용해, 이를 치밀하게 조합하여 당연하지만 계산된 공포감을 제공한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려 가장 어둑한 공간을 탐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았을 때, 필연적으로 불빛을 조그만 틈 사이로 스미게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물건의 존재에 따른 묘한 긴장감에 휩싸이듯이,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도 흘러가지 않아도 경험하고 있는 순간과 과정 자체가 아슬아슬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장 내밀한 자기만의 세계


 

모종의 이유로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불가피함’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이해가 되기도 전에 상황이 전개되고, 내가 끌려가는 듯한 그 느낌을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느끼게 되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옮겨놓았기 때문에 독자들 또한 사건의 주체가 되어 이입하게 된다.

 

<룸 톤>에서의 주인공인 영화 감독 ‘필립’은 마지막 한 신을 찍기 위해 조금만 조용히 공간을 내어달라는 요청을 하는데, 이를 집주인이 들어주지 않자 살인 충동을 갖게 되고 즉시 이를 실행하게 된다. 가장 무서운 점은 여기서 개인적인 분노나 복수심 등이 크게 묘사되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이 사건이 벌어질 뿐이고, 이 사건이 벌어진 이유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뿐이다.

 

반면 <새어나오다>의 라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종의 이유로 흘러 들어가게 된 집에서 다른 이의 껍데기를 벗겨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 외의 존재를 만나게 되고, 이후 도망쳤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한 번 더 들어오게 되어 결국에는 그 존재에게 먹히게 되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일어나는 이 일련의 과정은 가장 내밀한 공간인 집에서 이루어진다.

 

이 이야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의 이야기들은 타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개인의 세계에서 전개된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단편이 전개되는데, 누군가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이라는 공간은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이다.

 

낯설지만 친밀한 공간인 집은 일단 한번 발을 들이기 전까지는 타인의 가장 내밀한 사연을 알 수 없다는 데에서 공포감이 피어오르기 쉽다. 남들이 알 수도 없는 일을 공모하고, 생전 보지도 못한 모습들,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전시 그곳에서 추악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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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 못한 채 감각하라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모조리 허구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도 허상인가?

 

인간 외의 무언가가 누군가의 살갗을 가르고 그의 영혼을 차지할 때 독자의 살갗에서 오소소 돋아나는 유사한 느낌은 실재하는가? 애초에 이들처럼 인간의 육체와 영혼은 분리되어 있는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란 없고 나는 과연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강박과 집착 속에서 내 몸을 기어오르는 의문들 틈에서, 설명할 수 없고 미스테리한, 섬세한 피부의 떨림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펴라. 그리고 기꺼이 이 환상 속에 몸을 내던져 모조리 감각하라.

 

집어 삼켜져 이제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존재를 위해.

 


 

컬쳐리스트 김하영 태그.jpg

 

 

[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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