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 -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How To Disappear)

글 입력 2024.03.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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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고작 한 시간 숲에 머물렀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게 우리 삶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느낀다. 나는 침묵의 은총, 분별력 그리고 완전히 자율적이고 개인적이면서도 세상을 깊이 인식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요즘은 너무 드문 일이어서 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 그렇게 매혹되는 지로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그저 어떻게든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가장 감동적인 경험을 할 때 우리 자신이 작아진다고 느낄 때가 너무 많아 놀란다. 작은 물방울 같은 각자가 모여서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연대감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보이지 않는 건 이제 나에게 이미지로 다가온다. 투명 망토, 요정이 산다는 아이슬란드의 바위, 은퇴 후 올드 네이비 옷 가게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 팀 덩컨, 군사시설이 사라진 비무장지대, 겨울 해변에서 돌처럼 분장한 베루슈카, 깊고 맑은 바닷속 투명한 물고기, 푸른색 옷을 입은 아이슬란드 여성."]

 

네모난 사진상 속에서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매일 먹고 입는 것들을 전시된다. 유튜브에서는 일상을 편집한 브이로그가 넘쳐난다. 무엇을 먹고 보고 입고 소비하는가는 또 다른 콘텐츠가 되어 소비된다. 퍼스널 브랜딩, 자기 PR이 생존기술인 시대. 상품이 얼마나 바이럴 되느냐가 사업의 승패를 결정하고, 얼마나 유명해지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는 시대. 이런 시대에 오히려 보이지 않게 사라지라니. 사라지는 것은 패배자가 된다는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상품화시켜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온라인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퍼스널 브랜딩 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SNS에 개인적인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나조차도 SNS가 포트폴리오, 스펙이 되는 시대에 SNS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나서다. 원해서가 아니라 나를 노출시켜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매일 누군가가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살아가면서도 아이러니하지만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없는 세상으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SNS 속 화려한 삶보다 부러운 건 연결되고 노출되어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이 책이 이야기하는 "사라짐"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피로를 느끼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되찾고 싶어 하지 않을까. 좋은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스스로를 잊고 순간에 머물 수 있다면. 광활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은 자아가 사라지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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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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