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 우아하게 사라지고 살아나기

글 입력 2024.03.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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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법을 이해하는 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일의 일부라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진다." (p332)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인스타그램에서는 유명인이 아니어도 일상을 편집해 공유하며 잠시간 반짝거린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B면'을 비추거나 새로운 자아를 탄생시킨다. 자신의 일부를 내놓으면서 만들어낸 일종의 디지털 생명인 셈이다.

 

자의로 나를 표현하고, 타인에 의해 나임을 확인받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반응이다. 비밀 일기장과 디지털 생명체의 큰 차이가 바로 이 점이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행적이 기록되고, 반응으로 남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감정이 '하트'라는 이름으로 뭉그러지고, 디지털 생명체에 생명을 주입하는 연료가 된다.

 

물론 사람이 항상 빛날 수는 없다. "하이라이트"가 있다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일을 마주하고 있을 때 인스타그램을 잘못 들어가면 괜히 땅굴을 파고 들어가게 된다.

 

평소에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급주의 유리처럼 예민해질 때가 문제다. 대부분은 진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일시적 감정이어도, 감정의 낙차를 계속 겪다보면 인스타그램이 꽤 피곤해진다. 그저 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편히 쉬기란 꽤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이 거기에 많이 있어서 잘 쉬다가도 빼꼼 고개를 내밀곤 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소식을 알기 힘드니까. 물론 직접 만나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고 싶으면서도 사라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지금보다 더 나다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자.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은 "보이지 않음"의 미의식을 다양한 레퍼런스로 우아하게 엮은 책이다. 문화, 자연, 건축, 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가로질러 글을 기고한 경험을 살려 생물학자, 물리학자, 예술가, 작가 등과 만나 '비가시성'을 다층적인 범주에서 탐구한 점이 인상깊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어린 시절의 숨바꼭질부터 '해리 포터의 망토'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나눈 대화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음'이 지닌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피로함을 느낀 기억이 있다면, 저자의 통찰에 희열을 느끼리라고 확신한다. 분명히.


"이제 '보이지 않기'와 '숨기'가 똑같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삶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끊임없는 노출에 대한 어떤 해독제를 찾아내고, 이 새로운 세상에서 보이지 않고, 들키지 않거나 눈에 띄지 않는 게 얼마나 값진지 다시 생각할 때다. (...) 사라지는 건 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서다." (p23-24)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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