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밴드 걸(Band Girl)이 된다는 것 [사람]

글 입력 2024.03.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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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밴드에 대한 로망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언젠가 록 음악에 빠지고 나서부터 일렉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을 늘 품어왔습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기타를 단 한 번도 쳐보지 않았어도 환영한다'라는 소개말에 홀랑 이끌려 학과 밴드부의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덜컥 밴드부에 입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열린 밴드부 모임에서 왜 많은 악기들 중 기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도 기타가 멋있게 생기기도 했고, 워낙 록 음악을 좋아하니 일렉기타를 직접 쳐보는 게 로망이었다고 언급했죠.
 
한편, 오아시스(Oasis)의 멤버 노엘 갤러거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었습니다. "기타 연주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된들 어떠하냐, 구석 스탠드에 세워놓기만 해도 보기에 멋지잖아!"
 
입부한 순간부터 무의식중에 이 말을 표어 삼아 왔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밴드 멤버가 된다는 것

 

제가 들어간 건 대학교 학과 내부에 속한 아주 작은 *카피 밴드였지만, 그래도 공연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입부 직후의 저는 그 흔한 E 마이너, G코드조차 잡을 수 없었던 기타 초보자 중 "쌩초보자"인지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제 소유의 기타조차 없어서 겨우 빌린 연습실 기타에서는 괴상망측한 소리가 나더군요.
 
"툭... 두둑..."
'어쩐지 가야금을 뜯는 소리가 나는데...?'
 
그제야 *앰프라는 게 무엇인지, 기타가 5줄이 아니라 6줄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즐겨 듣던 메탈이나 하드록에서 들리는 휘황찬란한 소리는 *이펙터가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죠. 그렇게 추후 있을 공연을 위해 기타 학원을 등록함과 동시에 맹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이게 바로 합주의 맛이로구나


가을이 되고 난 뒤, 공연을 위한 합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합주는 대부분 학교 근처 연습실에서 진행되었고, 합주에 해당하는 곡 멤버들이 모여서 바로 음을 맞춰보는 방식이었습니다. 드럼이 드럼 스틱을 두드려 박자를 이끌면 보컬과 기타, 베이스, 건반이 모여 각자가 연습해온 분량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는 연습이 아니라 '합주'이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 가장 우선시됩니다. 조금 느린 사람이 있다면 살짝 박자를 늦추고, 음 이탈이 일어나면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합주 자체가 협동에서 시작해서 협동으로 끝난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그렇기에 곡이 한 번에 원하는 대로 완성되기는 어렵습니다.
 
곡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솔직하게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는 과정 또한 필요하죠. 하지만 분명한 건 지속되는 연습으로 지쳐갈지라도 밴드 멤버들이 정말로 '합주'하게 되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밴드 멤버들은 그런 짜릿한 순간을 온 감각을 동원해 기억 속에 새기고, 그런 과정이 쌓이고 쌓여 비로소 곡을 완성해 냅니다.
 
 
 
두근두근 공연 3초 전!

 

3년 간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떨렸던 순간은 바로 2021년 가을 첫 공연이었습니다. 대부분 무대가 처음이라 많이들 떨려 했고, 공연 직전 대기실은 그야말로 카오스(Chaos) 그 자체. 왱알거리며 가사를 암기하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전부 CG였으면 좋겠다는 등 헛소리가 이어지다가 결국 눈앞으로 다가온 공연 시간!

 
다 같이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외친 뒤, 무대에 올라섰습니다. 사실 저 또한 제 공연이 어떤 공연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수를 무진장 했다고 생각해도 관객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평소에 전혀 하지 않던 실수를 하기도 하고, 합주 때에는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던 음이 기적처럼 맞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무대에 오른 순간 모든 것이 즉흥으로 완성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밴드란 그 즉흥성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 과정이 오로지 허용되는 것, 여러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무대에 오르는 즐거움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것, 모두가 빠짐없이 협력해서 조화로운 음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밴드 멤버가 된다는 것, 그러니까 밴드 걸(Band Girl)이 된다는 것이었답니다.
 
 
* 카피 밴드: 자작곡이 아닌 시중의 곡을 연주하는 밴드
* 앰프: 음향 증폭 장치
* 이펙터: 소리에 여러 가지 효과를 더하는 장치
 
 
[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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