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해법 철학 - 삶에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스토아철학을

글 입력 2024.03.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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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성격을 띠는 철학 사상을 좋아한다. 허황된 이상이나, 무조건적인 낙관주의보다는, 적극적으로 현실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상을 선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니체를 정말 좋아한다. 니체를 대표하는 ‘허무주의(Nihilism)’와 그의 대표 명언 ‘Amor Fati’는 제목만 보면 운명에 수그리는, 비관적이고 수동적인 사상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파헤쳐보면 아주 능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철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스토아주의(Stoicism)’는 처음 들어보는 사상이었다.

 

가끔 철학책을 읽다 보면 “유레카!”를 외치게 되고, 며칠은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것마냥 자신만만해지는데, 스토아주의는 그러한 면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수동적이지 않은’ 성격에 부합했다. 물론, 니체처럼 “열정! 열정! 열정!”을 외치지는 않지만, 초연한 상태로 조용히 움직이는 현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스토아주의는 불교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과대하지도 과소하지도 않은, 딱 중간의 상태 ‘중용’을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들을 거부하지 않고 절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법철학』에서 들려주는 몇 가지 주제들을 밑에서 소개해 보겠다.

 

 

 

5장 [부와 쾌락]


 

스토아주의에서는,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없는 쪽보다는 있는 쪽이 더 나은 것으로 보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선호되는 무관한 것들(Preferred in-differents)’라고 부른다. 건강이 대표적 예다. 건강하지 않은 것보다는 건강한 것이 낫기 때문이다.

 

 
“키가 작아도 스스로 멸시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키가 컸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입니다 ⋯ 갖고 있다면 덕에서 오는 영원한 즐거움에 무언가 보탬이 되긴 합니다.” - 세네카 ‘행복론’ (pg. 186)
 

 

돈도 ‘선호되는 무관한 것들’에 포함된다. 재산에 집착하고 목메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재산을 모으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초연함’만 유지된다면, ‘선호되는 무관한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여긴다. 이들은 돈을 억지로 버릴 필요도, 건강을 일부러 헤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초연함’은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상상해 보면 쉽게 감이 잡힐 것이다.

 

이번 장은 평소 내 생각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이 갔다. 나는 굳이 겪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폭언을 일삼는 아르바이트 상사를 참아가면서까지 일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차고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가, 앞으로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영향이 압도적인 일은, 참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회피랑은 엄연히 다르다. 피할 수 없다면, 도망가지 않고 용감한 자세로, 해결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망 또한 마찬가지다. 나를 망가트리고 집어삼키는 중독 상태는 주의해야 하지만, 욕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9장 [감정]


 

스토아 철학자들은 슬픔을 ‘피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슬픔을 과장하는 것은 지양한다.

 

 
“슬픔은 난폭하고 어떤 치유도 고집스럽게 거부합니다.” - 세네카 ‘어머니 헬비아에게 보내는 위로’ (pg. 294)
 

 

우리는 슬픔에 젖어있는 상태를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물컵에 비유하자면, 감정이라는 물이 컵에 가득 찰 정도로만 느껴도 충분하지만, 흘러넘칠 때까지 쥐어 짜내기도 한다.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울적한 음악을 들으며, 그러한 자신의 상태에 몇 날 며칠 몰입하기도 한다.

 

스토아학파들은 ‘자연스러운 슬픔’을 지나친, ‘더 큰 슬픔’은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자연스럽게 소멸하지만, 슬픔이 지쳐버릴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은 가장 저속한 치유책이라고 말한다. “나는 슬픔이 당신을 버리기 전에 당신이 슬픔을 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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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철학』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하는 주제, 12가지를 다룬다. 저자 워드 판즈워스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스토아학자들의 글들을 모아, 키워드별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각주 없이, 쉽고 친근한 강의 형식으로 스토아주의를 소개한다. 설명보다도 자주 등장하는 학자들의 인용문은 부담스럽지 않은 독서 경험을 선물해 준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가독성이었다. 한국어만의 고유한 언어로 다듬어졌다기보다는, 영어를 그대로 직역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자의 영어 표현들이 머리속에서 그려질 정도였다. 문장 구조 때문에 단순한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영어 원본으로 읽으면, 책의 깊은 내용이 더 잘 와닿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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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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