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기사용설명서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나를 설명하는 목차
글 입력 2024.02.24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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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 자존감 지킴이 슌이 보내는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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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제목이 한몫했다. ‘약하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고 타고난 성향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관심이 간다. 약하다는 건 나쁜 것도 아니고 극복해야 할 것도 아닌 그저 나를 구성하는 키워드 중 하나. 그런데 작가는 제목에서 약하다는 걸 ‘나’답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걸 이런 관점으로 볼 수도 있구나. 그래서 책을 읽게 되었다. 같은 주제로 비슷한 듯 다른 말을 하는 사람 같아서.

 

 

 

뭐든 해도 괜찮아. 어차피 다 너야.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 제목에 대한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때 나 자신에 대해 많이, 깊게 생각했고 모든 것의 방향이 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었는데 외적 요인에 대한 서운함이나 서글픔의 조각이 아직 남아있을지언정, 그 시기 자체는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와 마주했던 시간, 나만 생각했던 시간, 나밖에 없었던 시간. 그때가 나를 형성하는 초석이 되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다 나에 대한 반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고 모든 게 나였다. 지극히 나다웠다.

 

 

 

자존감이라는 게,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 생기는 마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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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그게 곧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나에게는 ‘그놈의 자존감’인데 자존감이 중요한 건지 그게 목표인 건지 뭘 해도 자존감 타령을 하니까 뭘 하더라도 이게 자존감으로 향하는 게 맞나 검열하게 되어서 자존감에 대한 생각을 놓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아마 그동안 쌓아 올린 존재에 대한 생각이 작용할 텐데 나는 사춘기 시절 스스로를 B급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B급 무비처럼 비주류, 내지는 어딘가 어설픈 사람. 그때는 그게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고 방식이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남들과는 약간 다른 성향과 성격과 취향이 군중 속 고독을 불러왔는데, 애초에 다르게 구분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래 그럴 수도 있지’가 되었다.

 

 

 

상처받지 않고 작아지지 않기 위한 나만의 경계선



누가 그랬더라, 페시미스트들은 인생을 괴로움이라고 생각해서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미리 예상한 것처럼 맷집 좋게 받아낸다고. 뭐 그렇게 공감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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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친하게 지낸 시간이 무색하게도 나는 잘 상처받고 자주 작아진다. 애초에 경계선이랄 게 그어질 수가 없는 성격이었다. 가만히 두면 혼자서 열심히 삽질한다. 알아서 무덤을 파고 들어가 엉엉 운다. 비슷한 성격의 친구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래, 우리는 이런다니까’라고 얘기한다. 경계선을 그을 수 없으니 공감으로 털어낸다. 이게 나인 걸 어쩌겠나.

 

 


‘거절 많이 당해 보기’


 

거절하는 일은 어렵다. 많이 어렵다. 거절을 못 해서 곤란해질 뻔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우물쭈물하는 동안 상황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순간의 거절을 신경 쓰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수습해야 했다. 뒤늦게야 상대가 거절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멋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거절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날만 많았지 거절당해볼 일은 없다시피 해서 제대로 된 거절을 당했을 때 많이 놀라고 당황했었다. 거절이 이런 일이었구나.

 

그러나 아쉽게도 그 이후로 누구에게 거절당할 일은 별로 생기지 않았고 거절해야 하는 상황조차 점차 빈도가 줄었다. 그래서 거절이 연습이 되는 영역인지 잘 모르겠다. 그 모든 거절을 연습이라고 생각해 볼까. 실전과 연습이 모호해지겠지만 해보면 감이 잡힐 수도 있으니까.

 

 

 

‘나’라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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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고백한다. 나는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한계는 이미 오래전 알고 있었다. 글 쓸 때 필요한 스킬 중 하나가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었고 보완한다고 해봐야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할 걸 알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단점을 덮는 일이었다.

 

내 글쓰기의 장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없는걸 만들어낼 수도 없고 같은 말을 더 있어 보이게 만들지 못해서 한 달에 한 번, 에세이를 기고하기 위해서 나를 쥐어짠다. ‘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느낀 감정 중에서 글로 쓸 만한 소재를 어서 뱉어내야 하지 않겠냐’며 닦달하는 시간을 보낸다.

 

지금까지 쓴 80건의 에세이 중 만족스러운 글은 하나도 없는데도 매달 에세이용 소재를 뽑아내는 걸 기특해하면서 말이다. 어디 내보이기 부끄럽더라도 솔직히 내 취향에 맞는 글은 과거 내가 쓴 글이라.

 

*

 

책을 읽으면서 ‘나’가 아닌 ‘나다운 것’에 대해 생각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묘한 차이가 있다. 저자가, 책 내용이 그랬다. 분명 아는 감정이고 이야기고 공감할 수 있는데 묘하게 다르다. 큰 줄기는 같고 뻗어나간 잔가지만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래서 모처럼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방법도 있었지 하고 생각하며 이런 독서를 해서 다행이라는 반가운 감정과 함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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