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감, 어디까지 오셨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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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의 여정 끝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는 마지막 날이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일은 처음 해 보는 이에게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한 편을 겨우 써서 올리고 눈 감았다 뜨면 또 다음 마감일이 들이닥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마감의 굴레 안에서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오지 않는 영감님을 기다리는 일이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영감’ 말이다.

 

영감은 글의 주제나 소재와 관련한 것일 수도, 때로는 첫 문장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영감님은 유독 고루하셔서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다고 오시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만 한다. 글은 앉아서 쓰는 것이라 하지만 영감을 엉덩이 힘으로만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동이 터 오고 나는 마감의 참수형을 기다리는 죄수의 심정이 되어 울고 싶어만 진다.

 

그리하여 에디터 활동의 대미를 장식할 글은 영감을 찾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어쩌면 단순하고 특별하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글을 쓰는 지난 4개월간 노력한 각고의 흔적이 담겨 있다. 오시지 않는 영감을 주체적으로 찾아 나서는 4가지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책장을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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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방에는 책장 한 대가 있다. 자취생의 고질적인 괴로움인 ‘짐 늘리기 금지’ 조항 때문에 종이 책을 많이 구매하지 못했다. 딱 한 대뿐인 책장에는 두꺼운 전공 책과 철학 서적, 소설과 시집 등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혹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을 때 나는 이 책장 앞을 괜히 서성거린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을 집어 가볍게 읽어 내린다. 운이 좋으면 그 안에서 글감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의 등장인물, 유명 철학자, 혹은 그 책 자체라도 좋다. 무엇이든 글의 주제가 될 수 있고 소재가 될 수 있다.

 

글을 써 내리다 막힐 때도 책을 참고하는 것은 유용하다. 소설의 전개 방식(예를 들어, 이상 「날개」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해도 좋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계라는 말이 있다. 어떤 세계가 건설되고 운영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 법칙을 훔쳐 내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어떨까?

 

 

 

2.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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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과 참고에도 한계가 있다면 스스로 떠올리는 방법이 있다. 이를 보다 쉽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바로 산책이다. 놀랍게도 가벼운 산책의 효과는 굉장하다. 하지 정맥류의 발현과 고통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소화력을 높이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글 쓰는 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우리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천천히 걸을 때 다양한 풍경을 보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과 사물, 자연의 모습은 뇌에 끊임없는 자극을 준다. 이 자극들은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글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먼저 어딘가 막혀 있지 않은가 떠올린다. 뇌에 안개가 낀 듯 흐릿한 느낌이 들면 그대로 노트북을 내팽개치고 뛰쳐나간다. 20분이라도 잠시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지고 새로운 생각이 그 자리에 들어찬다. 비단 글을 쓰는 중이 아니더라도 산책은 여러모로 이로운 행위다. 가볍게 걸으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니까.

 

 

 

3. 웹진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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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다소 세속적인 방법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도 영감님이 오시지 않으면 보다 주체적으로 그분을 낚아채러 떠나야 한다. 이때 유용한 방법은 내가 지금 기고하는 플랫폼과 유사한 매체를 참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트인사이트에서는 문화예술 관련 칼럼과 에세이를 써야 한다. 이와 유사한 영화 전문 언론이나 음악 웹진, 출판사 뉴스레터 등을 빠르게 훑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표절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영감만을 얻기 위한 참고 대상에 불과하다. 언론과 매거진은 최근 이슈와 새로운 토픽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담아낸다. 이를 참고하면 글의 소재를 정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글감을 엮어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4. 일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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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는 데도 무리가 있다면 최후의 비기를 쓰는 수밖에 없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요, 마지막 무기는 결국 고전이다. 영감을 모시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일단 글을 써 보는 것이다. 글이 안 써지는데 일단 쓰고 보라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는 의외로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우선 노래를 많이 불러 봐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더 자주, 더 많이 그리는 수밖에 없다. 글이라고 다를까. 써지지 않는 글을 붙잡고 정신적 고통의 끝을 맛보아라.

 

이 비기의 목적은 실력을 키우는 데 있다. 글감을 빠르게 떠올리는 것 역시 수많은 글쓰기 능력 중 하나다.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써내는 게 목표는 아니다. 다만 여러 편의 미완성 작을 자주, 많이 쓰다 보면 글을 시작하는 나만의 비법이 생기기 마련이다. 뜨거운 불에 칼을 담금질하듯 고통 속에서 벼려 내는 펜촉은 분명 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

 

이렇게 소개한 방법들은 영감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자부한다.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최고의 영감을 모시는 데 역경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 꺾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분은 찾아오신다. 그러니 계속해서 쓰자. 생각하고 쓰고 또 생각하자. 글의 힘으로 이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날까지 펜을 멈추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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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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