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의 다양한 정을 한국적인 발레의 움직임으로 담아내다. - 코리아 이모션 情 [공연]

글 입력 2024.02.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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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양한 정을 국악과 발레로 담아내다.

< 코리아 이모션 '情' >


 

 

‘정(情)’이 뭐길래. (feat. 코리아 이모션 '情‘ 공연)



“그렇게 싸우다 정든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참 다정하고 정감이 간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볼 때 ‘정’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연결시키게 만들거나 딱 잘라 끊지 못하는 것도 대체로 ‘정’이라는 감정에서 온다. ‘정’이 뭐길래. 이럴까?

 

 

'정(情)'

큰 틀에서 사랑의 한 종류.

애정, 연민, 동정, 애착, 유대 같은 감정들이 포함되는 정서적/심리적 유대. (출처 : 나무위키)

 


‘정(情)’(이하 ‘정’)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하면 사랑의 한 종류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친밀함을 의미한다. 또한, ‘정’은 정들다, 정 떨어지다, 미운 정, 고운 정, 다정하다, 정감가다 등 단어로도 일상생활이나 인간의 성격을 나타낼 때 역시 사용되곤 한다. 한국인에게 ‘정’이란 의미는 남다르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바라고 하지 않는 이타성으로 행하는 행동이자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감정보다는 그 사람과 자신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남녀 간의 정 뿐만 아니라 부모-자식, 형제•자매 등에서도 올 수 있으며, 혈연관계를 넘어 타인과 얽힌 다양한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코리아이모션-poster-final.jpg

 

 

이번 문화초대로 보게 된 <코리아 이모션 ’情‘> 공연에서도 이 ’정‘을 다룬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하며 국악과 발레를 연결하여 한국의 다양한 정으로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친밀히 연결된 즉, 혈연 및 연인 관계에서 오는 사랑을 ’정‘으로 선보인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형제의 정을 아름답게 그리거나 슬프고 서정적이게 자매와 모녀의 정을 그려냈고, 죽은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과 정을 애달픈 국악 선율과 발레로 표현했다.

    

 

< 총 9개 곡 및 설명 >

 

1. 한국인의 흥을 담은 화려하고 파워풀한 남녀 8커플의 군무 

 - 동해 랩소디 Rhapsody of the East Sea / 앙상블 시나위 

 

2. 가야금과 아쟁의 선율 위에 수 놓아지는 드라마틱한 여성 4인무

 - 달빛 유희 Dancing Moonlight / 앙상블 시나위


3.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남성 4인무 

 - 찬비가 Cold Rain / 앙상블 시나위


4. 자매 / 모녀의 정을 슬프도록 서정적으로 그려낸 여성 2인무

 - 다솜 Ⅰ Dasoem Ⅰ - 피터 쉰들러


5. 형제의 정을 아름답게 형상화 한 남성 2인무

 - 다솜 Ⅱ Dasoem Ⅱ - 피터 쉰들러


6.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표현한 애절한 남녀 2인무

 - 미리내길 Mirinaegil - 지평권


7. 남녀의 닿을 듯 닿지 않는 애절한 사랑, 남녀 간의 정을 담은 4커플의 군무

 - 비연 Bee Yeon - 지평권


8.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이 애처롭고 아름답게 그려진 남녀 2인무

 - 달빛 영 Moonlight Young - 지평권


9.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장엄한 피날레! 남여 9커플의 군무

 - 강원, 정선 아리랑 Arirang 2014 - 지평권

 

 

 

발레와 국악이 만나면!


 

<코리아 이모션 ’情‘> 공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서양의 클래식 발레를 동양의 국악과 한국적인 발레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적인 발레의 움직임이라는 말이 무엇일까 할 수 있다. 


즉, 클래식 발레가 강조하는 움직임은 몸을 정수리 쪽으로 길게 끌어올린 상태에서 가장 가늘고 긴 선을 강조한다. 절제 안에서 상체를 활짝 펼치고 유연하고 정형화된 동작으로 테크닉을 보여주는 서양 발레와 달리 이 공연은 한국적 정서가 깃들어 손목은 부드럽게 하고 팔도 조금 늘어뜨리며 가슴과 어깨, 팔꿈치 쪽에 집중하는 동작을 한다. 팔은 감아 상체를 안으로 둥글게 말고 한국 무용의 기초 동작인 굴신과 투 스텝 등의 다리 동작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공연에서는 턴과 리프트와 같은 화려한 동작들로 무대 전반을 채우는데 이 화려한 동작 안에서도 상체는 유연함과 부드럽게 움직여 단아함마저 느껴진다. 클래식 발레의 정석 공연과 달리 한국적인 발레로 작품에 차별화를 두어 보는 이들에까지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달한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3.jpg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2 - 복사본.jpg

 

 

이번 공연에서 특징적인 것과 감명 깊게 본 것은 다양성을 준 군무와 입체적인 영상 배경과 국악 사운드였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같은 주제와 제목을 한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와 같이 무대 시작 전 설명과 옷차림은 유사했지만 이번에는 공연 시간이 늘어나 좀 더 다양한 구성의 군무를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남녀 2인무 외에도 남성끼리 혹은 여성끼리의 군무가 그랬다.


또한,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가야금, 아쟁, 장구 등과 국악인, 성악가, 명창 국악 사운드에 맞춰 동작하는 무용수들의 연기는 ‘정’이라는 감정을 더욱 일으키고 일렁이게 했다. 또한, 동작에 따라 움직이는 무대 조명과 무대를 꾸미는 입체적인 영상 배경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니 보는 재미와 감동이 컸다. 시각과 청각 등 감각을 만족시키는 공연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리도 애절하고 애틋할까.


 

‘정’을 발레로 표현한다면 이런 무대가 아닐까 싶을까 싶다. 전반에는 [동해 랩소디]로 시작하여 자진모리와 드렁갱이 장단에 선율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축제를 벌이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달빛 유희]는 경기 도당 굿의 6박 도살풀이장단을 기본 테마로 가야금과 아쟁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무대는 깊은 밤을 밝히는 오로라와 달빛으로 발 빠른 움직임과 무게있는 감정선으로 조화와 대비, 절제와 분출을 보여준다. 


한편, 이렇게 화려하고 드라마틱하며 활기차고 웅장한 공연으로 시작과 중간을 채웠다면 중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남녀 간의 정을 담아 애절하고 애틋한 감정을 일으키는 무대가 주를 이뤘다. 조선 중기의 문신 임제가 쓴 시조 ‘한우가’를 소재로 만들었다는 곡은 평양 기녀의 심성과 마음의 소리를 차가운 비에 비유하여 [찬비가]로 표현한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보기 힘든 남성 4인무의 무대이며,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춤이었다. 특히, 한복과 부채를 사용하여 점프와 턴 그리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스텝으로 눈길이 갔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jpg

 

 

또한, 부부간의 ‘정’을 애처롭게 아름답게 담아낸 [미리내길]과 [달빛 영]은 전자는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후자는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형상화하여 모두 사별한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을 춤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즈음마다 허공을 향해 뻗는 팔과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모습은 더욱더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보여주었다. 또한, 무대에서 남녀가 함께 춤을 출 때 구름 위를 건너가는 듯한 리프트와 앞으로 향하는 몸짓은 재빠르면서도 아름다웠던 동작이었다.


마지막으로, [비연]은 4쌍의 남녀 무용수들이 함께 춤을 추며 닿을 듯 말 듯한 애절한 사랑과 남녀 간의 정을 역동적으로 풀어낸다. 조금 더 어둡고 어스름한 불빛 아래, 하늘을 향해 뻗는 손동작은 인간의 기상과 의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애절함을 머금은 흩날리는 치마와 바짓자락 그리고 팔과 다리의 힘찬 동작 또한 역동성과 감정의 고조를 보여주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3.jpg

 


오래간만에 작년에 이어 유니버설 발레단의 <코리아 이모션 ‘情’>공연을 관람했다. 이전과 유사하면서도 색다른 공연으로 이번에도 한국인의 ‘정’과 그 감정들을 발레로 깊이 느끼고 보았다. 금요일 저녁 공연으로 관람했는데 무대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았던 사람들과 얼추 보니 젊은 연령층에서 고령의 연령층까지 다양했으며, 특히 외국인의 관람객 또한 눈에 띄게 꽤 있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연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이 공연을 보며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한국의 ‘정’을 깊고도 응축해담아 그 여운과 감동을 더했던 공연이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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