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존감의 평등을 꿈꾸다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글 입력 2024.02.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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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매일이 이벤트 같은 삶을 꿈꿨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 누군가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하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진 않더라도, 잔잔한 윤슬이 반짝이는 삶. 부드럽게 떠가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책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의 저자 역시, 예측불허한 삶이 순풍처럼 부드럽게 흘러가길 바라며 '슌'이라는 필명을 지었다고 한다. 순할 순이라는 한자가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이름을 빠르게 발음한 것의 중간쯤에 놓인 소리라는 점도 필명 선택의 멋진 이유가 되었다.

 

저자는 이미 인스타툰으로는 꽤 유명하다. 조회 수가 250만 회를 기록하였고 특히 MZ 세대들의 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 스스로를 내보이고 표현하는데 가감이 없는 MZ 세대들에겐 '자존감 지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단단한 자아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예견된 사랑이었던 것이다.

 

컷툰을 기본으로 에세이와 그림일기까지 겸비하였지만, 굵직한 주제는 변함이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다 말하는 저자의 일상은 '나로 살기'라는 거대한 주제를 실천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을 닮았다. 그 과정의 결과물이 바로 '나 사용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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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동기 중에도 자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가, 알고 보니, 있다. 최근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로,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나'라는 존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늘 타인의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꼈고, 자신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사랑은 나로부터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멀리서 보면 지금의 사회는 남에게 보이는 것이, 화려한 모습이 중요한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편견과 판단에 지친 개개인들을 볼 수 있다. 진짜 단단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나의 친구 역시, 대학 시절에는 단정한 옷차림을 즐겨 하곤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그는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꾸밈이라곤 없는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가방 하나도 나름 코디에 맞춰서 들고 다니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가방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그때에 비해 지금이 훨씬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존감이라는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망토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에게 '자존감을 향상하는 방법'을 물어본다. 저자는 그 질문이 참 속상하다 말한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한 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대단한 무엇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와닿았다. 만약 자존감이 '강해 보인다'와 '약해 보인다'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아무래도 '강해 보이는' 쪽 중 한 명으로서, 자존감은 그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물론 처음에는 화려한 포장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포장지는 언젠가 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화려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없다면, 애초에 편한 길을 가자 주의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에너지는 줄어드는데, 언제까지 꾸미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편하게, 편하고 또 편하게 나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사회적인 예의와 배려는 탑재한 채로, 하지만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편안함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살아간다.

 

의지의 끝에 대단한 삶의 목표가 있을 것 같지만 아니, 그저 그게 편해서 그렇게 산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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