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과 공명하는 목소리,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음악]

다시 보사노바의 계절이 다가온다
글 입력 2024.02.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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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입춘이었다. 벌써?

 

그날 아침에 일어나 소식을 접하니 이상하게 공기가 따뜻해진 것 같았다. 정말 봄이 오는구나. 지겨운 겨울도 드디어 물러가는구나. 마음을 나른하게 갈아 끼웠다. 봄 내음 맡는 상상을 했다. 그러니 반사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보사노바를 틀자. 봄이 오면 어김없이 보사노바가 생각난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이끌린다. 보사노바는 모든 계절에 어울린다는 주의지만 봄은 스스로 명령을 내리는 유일한 계절. 당장 보사노바를 들으라고. 듣지 않으면 안 된다고.

 

코로 봄 내음을 맡고 피부로 햇살을 느끼며 귀로 보사노바를 듣는 어느 하루, 그 순간 봄보다 더 나은 감각적 쾌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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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와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는 사실상 내게 동의어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봄과 공명한다. 걸출한 연주자들도 많지만 가사를 읊는 목소리보다 더 선연한 감응은 없다. 그녀는 1940년 브라질 살바도르에서 태어나 스탄 게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주앙 질베르토와 함께 보사노바의 시대를 열었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그녀는 주옥같은 음성 하나로 평단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국인들은 그녀의 목소리와 이국적인 영어 발음에 매료되었고 평론가들로부터 '개성적인 파스텔 톤 같은 음색이다'라는 호평을 받아냈으며, 1968년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순탄치만은 않은 음악 인생을 걸어왔지만, 목소리에서는 어떠한 풍파도 읽어낼 수 없다. 지금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몽환적이다. 공허하면서도 따스하다. 듣고 있는 순간만큼은 일상의 괴로움 따위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보사노바를 듣는 하나의 팁. 모든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임을 기억하기. 그 마음을 잘 조절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종종 우리는 마음 때문에 착각에 빠지고 기분이 바닥만큼 내려가고 불안해지고 심장이 뛴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마음을 남들의 모양처럼 끼워 맞추려 한다.

 

그럴 때마다 보사노바는 도움이 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낙천적인 리듬으로 여유를 되찾는다. 소소한 번뇌에 매몰되지 않게 해준다. 문명적이든 야생적이든 삶의 목적은 휴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상에 치여 바쁘거나 불안할 때 보사노바는 하나의 피난처가 되어준다. 도시와 격리된 낙원 같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같은 곳이고, 나의 마음만 낙원 속에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을 보사노바가 멈추어도 간직하자. 분주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바쁘게 살아야만 할 때, 나는 틈틈이 보사노바를 들으며 여유를 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보사노바 덕분에 두 종류의 삶을 살 수 있다. 그 양극으로부터 균형을 유지해 가며 지치지 않을 수 있다. 아래에 개인적인 추천곡과 수록 앨범을 적어 둔다.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서 꺼내 들으며 당신도 그 마음을 느껴보길 바라며. 이젠 정말 봄이 올 것이니.

 

1. It Might As Well Be Spring - Live at Carnegie Hall [Jazz 'Round Midnight: Bossa Nova] - 봄을 고대하는 가사지만 목소리에는 이미 봄이 와있다.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 겨울인 지금과 잘 어울리는 재즈 스탠더드 넘버.

 

2. Dindi [The Astrud Gilberto Album] - 자연에 빗대어 사랑을 이야기한다. 생동하는 봄, 피어나는 사랑. 봄을 여는 음악.

 

3. Day By Day [The Shadow Of Your Smile] - 날이 가면 갈수록 짙어지는 건 사랑. 이미 유명한 스탠더드 넘버지만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진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니 모든 트랙을 들어보길 권한다.

 

 

[문충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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