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사랑이 너에게 빛이 될 수 있다면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따뜻하고 다정한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
글 입력 2024.02.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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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엔 증오만 가득 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부모, 자식, 부부 사이, 남녀 간, 오랜 친구 사이에도. 찾아보면 사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대학로에서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를 관람하고 나오며 문득 떠올렸던 영화다. 우리의 삶 속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때론 숨쉬듯 스며들어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따뜻한 빛을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되었다. 연극이 끝난 후 밖으로 나와 마주쳤던 따뜻한 노을빛 하늘이 생각난다.

 
시놉시스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

그곳에는 이상한 발명품만 만드는 투리가 살고 있다. 시계 초침처럼 규칙적인 그의 생활에 갑자기 끼어든 작가 지망생 캐롤리나와 유명작가 도미니코. 시간이 지나면서 투리는 두 사람이 ‘소설’이라는 공통사로 자주 만나는 것이 신경 쓰인다.

그렇게 캐롤리나를 통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투리는 그녀가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녀만을 위한 발명품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잔잔하고 아름다운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에 세 명의 평범한 듯 개성 있는 세 명의 등장인물 – 투리, 캐롤리나, 도미니코 – 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만의 방 안에서 이상하고 특별한 발명품을 만드는 투리는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른 시끄러운 소음에 방 밖을 나서게 된다. 그 곳에는 오랜만에 보는 옆집 살던 소꿉친구 캐롤리나가 있었다. 작가를 꿈꾸며 머나먼 로마로 떠났으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쾌활하고 따뜻한 미소로 투리를 마주한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를 반기는 건 여전히 까칠하고 무뚝뚝한 투리 뿐만이 아니었다. 연애 소설 작가로 크게 성공해 이름 있는 작가가 된 도미니코 또한 새로운 작품 집필을 위해 한적한 고향 마을로 돌아온 상태였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도미니코를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한 캐롤리나는 전처럼 함께 만나 글을 쓰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전과는 달리 우당탕탕 시끄러워진 옆집 – 캐롤리나 – 에 낯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투리, 작은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 글쓰기 모임을 가지게 된 도미니코와 캐롤리나, 그리고 또 이 둘이 조금은 신경쓰이는 투리까지. 평화롭기 그지없었던 바닷가마을 마나롤라에 작고 소란스러운 일상들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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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의 시작은 너였어
봄을 닮은 그 아이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캐롤리나는 천성이 밝고 따뜻한 사람이다. 세상을 자신만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사랑을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나눠주곤 하는, 다정한 사람이기도 하다. 반짝이는 파도에 비친 햇살의 아름다움을, 어느 날 떠가는 파란 하늘 위 구름의 시원함을, 그렇게 수 없이 반짝이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찰나의 순간들을 소중히 할 줄 아는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도미니코와 함께 글을 쓰면서 그녀는 처음 자신이 글을 사랑하기 시작했던 이유인 한 꼬마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푸른 잔디밭 위에 앉아서 두꺼운 책을 읽던 옆집 소년 투리, 그 꼬마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었다. 그렇게 만난 책 속의 세상에서 캐롤리나는 글을 사랑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처음 글을 사랑하게 되었던 시작점엔 첫사랑이었던 옆집 소년 투리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겨울 속에서 봄이 되어줘서 고마워
나의 어둠 속에서 빛이 되어줘서 고마워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극의 후반부에 다다르면 캐롤리나가 고향에 돌아오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와 잃어가는 시력에 더 이상 도시에서 작가라는 꿈을 꾸기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완전한 어둠에 잠식되기 전, 캐롤리나는 고향에 돌아와 마지막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상처 많고 어두운 자신과 다르게 언제나 쾌활하고 환하게 빛나는 캐롤리나를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투리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상처를 이해할 것 같다는, 위로해 주고 싶다는 낯선 감정과 함께. 

캐롤리나가 첫사랑이자 그녀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던 도미니코 또한 환한 그녀의 웃음 뒤에 감춰져있던 슬픈 눈동자에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끝까지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의 꿈을 잃지 않기를, 응원하고 돕고 싶어한다. 

이렇게 첫 만남부터 삐꺽대고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 하나 없는 두 남자, 이성적인 발명가 투리와 감성적인 작가 도미니코는 캐롤리나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다. 어두워지는 그녀의 세상 속에서도 그녀만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꿈을 계속 꿀 수 있도록. 그렇게 캐롤리나를 위한 글자, 타자기를 발명하게 된다. 
 
 
이건 너를 위한 작은 발명품
너만의 세상에 갇혀있지 않게 해줄게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해줄게

어둠 안으로 꼭꼭 숨지 말고
마음의 빛을 간직해

이건 너를 위한 글자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우리는 과연 살면서 몇 번의 파도를 거스를 수 있을까? 유한한 우리의 삶에 그러나 무한히 닥쳐오는 파도는, 언젠가는 결국 우리를 모두 집어삼킬 것이다. 아무리 슬퍼도 이별을 하게 될 것이고 무언가를 잃게 될 것이다. 때론 거스를 수 없는 파도에 그저 몸을 맡겨야 할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언제나 곳곳에 희망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어디에서나 크고 작은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때론 사소하고도 작은 그 빛은 우리가 계속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두워지는 세상 속에서도 기꺼이 빛이 되어 손을 내밀어주는, 꿈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주는 투리와 도미니코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온다. 자극적인 악역 하나 없이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마을 마나롤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는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여운을 남긴다. 언젠가 내 안의 빛을 잃었다는 마음이 들 때, 이 연극의 무대 위 따뜻한 주홍빛 조명 아래 캐롤리나에게 ‘너를 위한 글자’를 건네던 투리의 모습을 기억할 것 같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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