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제로 삼았더니 문제가 되었습니다. [문화 전반]

칼국수가 대체 뭐라고
글 입력 2024.01.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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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진스 민지의 사과문으로 일명 ‘칼국수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은 한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는 민지의 혼잣말에서 시작된다.

 

옆 사람의 반응조차 없었던 작은 혼잣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수많은 조롱을 불러왔다. 그녀를 욕하는 이들의 주장은 대게 하나였다. 바로 ‘컨셉질이 너무 과하다’는 것. 평소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 의식이 없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안 먹어 본 음식이 많은 이미지로 비추긴 했으나, 강원도에서 자란 소녀가 어떻게 칼국수를 안 먹어봤을 수가 있냐는 이유가 그들의 타당한 근거가 되었다.

 

이 혼잣말 하나로 약 1년간 꼬리표를 달고 다닌 민지는 결국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여러분, 제가 칼국수를 모르겠어요? 두 번 생각해 보세요”라며 다소 격앙된 말투로 항변했고, 이에 누리꾼들은 기다렸다는 듯 월척을 낚아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이번 논란의 사유는 팬들과 기싸움하고 훈계를 하려 했다는 것. 그들은 준비된 단계를 밟듯 자신들의 입맛대로 편집된 영상을 여기저기 나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칼국수 사과문’이 탄생하게 되었다.

 

혼잣말이 시작된 시점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대체 민지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큰 비난을 받은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들이 설정한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진 ‘무해한 아이돌’의 이미지에 벗어났다는 억지스러운 이유 정도. 아니, 사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민지의 컨셉질도, 욱한 모습도 그 본질이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아이돌의 가십거리를 소비하기 위해 스스로 문제를 찾아 나선 게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문제로 삼았더니 문제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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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비슷한 사례로는 ‘장원영 딸기 사건’이 있다. 사유는 한 방송에서 딸기를 두 손으로 먹은 모습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너무 예쁜 척했다는 것. 고작 딸기를 두 손으로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갓 20살 된 소녀에게 내린 ‘그들만의 형벌’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며칠 내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도배한 글과 SNS에 판을 치는 영상들, 그에 달린 무수한 악플들까지. 그들이 원하는 아이돌의 실제 인성이라 불리는 안 좋은 측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언급되곤 했다. 외에도 피자 광고에서 피자를 예쁜 척하며 먹는다던가 멤버를 흘겨봤다거나 등 진위를 알 수 없는 것들을 가져와 진실이라 우기며 문제를 키우는 일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아이돌의 사전적 의미는 ‘누군가의 우상’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룹으로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들’을 뜻하고, 암묵적으로는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오직 긍정적인 모습만 허용되며, 약간의 화도 힘든 티도 절대 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은 금기시되어야 하며, 눈짓 손짓 하나하나 검열된 채로 살아가야만 한다.

 

참 웃기는 세상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서도 떵떵거리며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데, 고작 칼국수나 딸기 따위로 한 사람을 죽일 듯이 욕하는 이 사회적 현상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해하려 할수록 이해하기 힘들 뿐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돌은 대중과 팬들에게 즐거움과 행복 주는 무해한 사람들인 동시에 연예인은 스스로 도마 위에 올라간 광대일 뿐이니 그에 순응해야 한다고 한다. 온 사방에서 나를 주시하는 이 공간에 그들이 발을 직접 들인 건 맞지만, 스스로 과녁을 자처한 건 아닐 테다. 그들이 제공한 오락을 과녁으로 착각해 무자비하게 칼을 집어던진 지난 과거를, 이 말도 안 되는 사회적 현상을 우리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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