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어 컬렉터 - 집과 예술, 컬렉팅의 세계

글 입력 2024.01.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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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지은, 내가 기억하는 화면 속 그녀의 모습은 우아했다. ‘저런 분위기의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곤 했다. 기억 속의 그녀를 다시 만나 반가웠고 그녀를 통해 예술을, 현대미술을 더 알고 싶었다.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도 잠시, 아무 페이지나 열어 훑어보다가 끌리는 작품이 나오면 그때 본문을 읽어 보라는 소개 글을 따라 가볍게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한 사람이 궁금하면 그 사람이 먹는 음식과 사는 공간을 보곤 한다. 음식의 성격과 공간의 안팎을 보면 가릴래야 가릴 수 없는 본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21명 컬렉터들이 공개한 사적인 공간은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거실, 침실, 작업실 등을 보면서 은밀하게 친밀해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흘러가듯 말한 집의 의미는 나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

 

“집이 그립지 않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내게 집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야.” - 데이비드 프란첸

 

“집은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윤규

 

“저희 부부는 집이란 어떤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서 살 때 그곳이 비로소 이상적인 집이 되지 않을까요?” - Dr. J

 

“집에 있고 싶고 말고의 문제는 공간이 아닌 사람이 좌우하는 듯하다. 집은 만나고 싶고 만지고 싶고 눈 보며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이 함께하는 곳.” - 이정민

 

“‘집에 있다’는 느낌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이 곧 집이다.” - 키어와 그레그

 

집은 무엇을 담느냐와 누구와 함께하느냐. 애호하는 작품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집’의 결은 이처럼 비슷했다. 작품에 따라 부엌이 미술관이 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어디든 집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집에 있으면서도 집이 그리워졌다. 특히 부부가 한 몸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며 자녀에게 작품을 보는 안목, 예술을 향유하는 여유, 작가를 지원하는 문화를 대물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의 기준을 고집하거나 시장의 논리를 무조건 따르는 대신 작품을 들여오는 모든 과정을 자녀와 나누며 예술은 일상임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그들의 중심에 감탄했다. 새로운 작품이 집에 오면 신나서 흥분하는 린다 로젠의 아이들, 기계는 꽉 차 있어도 되지만 자연은 비어 있어야 한다며 그림에 비어있음을 유지하는 장윤규님의 아들, 작은 도자기를 계기로 돈의 가치가 다양하게 발휘될 수 있음을 깨달아 자신의 집을 꾸밀 때를 대비해 자금을 마련하는 마르틴의 아들 등 아이들은 어느새 부모의 가치관을 닮아 있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물려주는 법인데 이들은 왜 자녀에게 또는 지인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눠줄까.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도 많은데 왜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까. 예술이 어떤 의미길래.

 

“예술은 예술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깨달음을 주고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며, 전혀 몰랐던 지식을 얻게 해준다.” - 수잔네 앙거홀처

 

“예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고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이 깃들게 할 때 비로소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 장윤규

 

“가끔은 내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커다란 뗏목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예술은 나의 ‘구명조끼’가 되어 주었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와 세계를 바라보게 해주거든.” - 이그나시오 리프란디

 

“나에게 예술이란 종교 혹은 심리 상담과도 같아요. 좋은 예술 경험은 항상 인생의 균형감을 유지하게 해주고 인생의 의미를 회복시켜주거든요.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언제나 순수한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 게일 엘스턴 

 

컬렉터들에게 있어 예술이란 관점의 전환을 통해 무언가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작품을 소장해야지만 예술이 주는 의미를 누릴 수 있을까. 자신의 집에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는 욕심이 아닐까 하던 그때 미스터 김에 관한 글을 읽었다. 작품들은 소장하는 게 아니라 곁에 머물다 간다는 생각을 한다는 미스터 김. 게다가 수잔네 앙거홀처는 작품을 수집한 적도 구매한 적도 없고 정해진 취향도 없으며 예술의 다양한 실험 정신을 높이 산다고 했다.

 

불이 나더라도 집에서 꼭 들고 나가고 싶은 작품은 없다며 그 작품 앞에서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이 작품이라 얘기하는 이정민 컬렉터의 중심은 더더욱 놀라웠다. 컬렉터는 소장을 위해 컬렉팅하는 사람이라 단정짓고 있었던 나의 무의식이 보여 부끄러웠다. 관점의 전환, 예술의 의미가 나에게도 전해졌다.

 

순서에 상관없이 넘나들기를 마치고 책을 덮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책의 커버, 질감, 글꼴 등 샅샅이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에. 나의 바쁜 손놀림에 금색 책귀는 금세 흐려져있었다. 그러다 표지 바로 뒤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지은이 지은님은 왜 본인 소개를 붙임면지에 적었을까. 사진 한 장 없이. 디자이너 유진님은 왜 본인 소개조차 넣지 않았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민트색으로 예쁘게 만들어놓고선.

 

책 속의 컬렉터들을 빛나게 해주고자, 작품들을 빛나게 해주고자, 두 사람은 겸손히 뒤로 물러난 듯했다. 빈 액자 형식의 민트색 표제지로 작품들의 등장을 암시하고서.

 

 

디어2.jpg

 

 

Dear 컬렉터, 

 

우리 모두를 부르는 말로 다가온다.

 

집에 빈 액자가 있다면 무엇을 담고 싶을까?

 

 

 

김윤 에디터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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