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빛과 같은 예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1.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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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빛과 관련된 전시회를 봤었다. 다양한 작가들이 빛을 활용해 그려낸 몽환적인 작품들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분명 ‘빛’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였는데 작가마다 작품의 느낌이 전혀 달라서 문득 빛의 성질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평소에도 예술, 특히 그림에 있어서 빛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빛은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예술과 빛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빛의 가장 큰 성질은 ‘가변성’이다. 빛은 색과 밝기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전혀 다르다. 작품에 빛을 활용한 예를 통해서 그 성질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림 속 빛의 가변성


 

그림에서 가장 큰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는 빛의 색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따뜻한 색감의 노란색을 이용해서 빛을 표현한 그림은 마치 따스한 봄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푸른색을 이용해 빛을 표현한 그림은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푸른 하늘의 한여름처럼 느껴진다. ‘빛’이라는 같은 요소를 활용했음에도 빛의 색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서 그림 속 풍경의 온도와 날씨가 달라진다. 빛의 색에 따라 그림 속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색의 빛이라도 명암, 즉 밝기의 정도를 서로 다르게 했을 때의 느낌은 또 완전히 달라진다. 아주 밝고 강한 빛을 한곳에 비추면 시각적으로 압도되어서 대체로 긴장감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약하고 은은하게 비추는 빛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재미있는 점은 위의 예시들처럼 빛의 색이나 밝기가 다르지 않고 모든 조건이 동일한 빛을 그려낸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각자 다르게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 강하고 화려하게 그려진 빛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강렬한 빛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다. 또한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빛을 보고 누군가는 정신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알록달록함이 화려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빛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각자의 시각과 감각은 주관적이며 고유하다는 걸 느꼈고 그러한 빛의 성질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빛과 같은 예술


 

빛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처럼 예술 역시 지극히 주관적으로 해석되며 무한하게 변한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예술을 통해 감동을 느낀다는 점은 같지만,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한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작품이나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감흥이 없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다. 그림, 글, 음악, 공연, 춤 등 모든 예술 작품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으며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주관에 따라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또다시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예술의 성질 역시 빛의 성질과 결이 비슷하다. 빛과 마찬가지로 예술은 정해진 정답 없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 모두가 정답을 맞히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완벽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예술의 가변성이라는 성질은 큰 위로가 된다.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새로운 정답'이라고 말해주는 예술은 지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가 아닐까.

 

 

[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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