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 뮤지컬 '렌트'&'틱,틱...붐!'

글 입력 2024.01.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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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와 '틱,틱...붐!'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뮤지컬은 자극적이다. 반짝이는 조명, 화려한 의상, 박수를 치게 만드는 넘버, 일부러 그러나 싶게 독특한 상황과 캐릭터가 무대를 누비고 돌아다닌다. 혹시나 파국으로 끝나도 커튼콜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복한 얼굴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아마 내가 배우였다면 무대 위의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관객으로 다시 뮤지컬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극을 잊지 못해서.

 


[2023뮤지컬렌트] 포스터.jpg

 

 

'렌트' 역시 자극적인 뮤지컬이다.  마약과 에이즈, 여장남자, 동성연애, 삼각관계, 굳이 따지면 친구의 배신까지 차곡차곡 담았으니 말이다. 넘버의 가사를 알아도 누구 앞에서 부르기 난감한 곡들이 제법 많다. 그중 압권은 'La Vie Boheme'과 'Over the Moon'.  'Over the Moon'은 집이 철거되고 재개발되는 걸 막으려고 부른 자리에서 한 공연인데, 뜬금없이 모린이 소를 만나는 꿈 얘기로 시작해선 나중엔 우유를 마시는 지점에 이르는데, 이때 되면 모두 다 같이 '음메'를 외치게 되는 상황까지 간다. 자세히 들어보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싶은데, 이게 꽤나 먹히는 전략이었다는 점이 재미라면 재미다.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긴 하니 성공이다.



[2023뮤지컬렌트] Christmas Bells.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트'는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등장하는 친구들 모두가 주인공이고, 이 안에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이 조각조각 담겨있기 때문이다. 결혼하더니 보헤미안 친구들에게 갑자기 월세를 내라고 하더니 건물을 재개발한다며 친구들과 부딪히는 베니. 사랑하던 여자친구의 죽음 이후 집 밖을 나오지 않는 로저. 로저에게 불 좀 붙여달라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트립 댄서 미미. 아름다운 여자이자 섹시한 남자인 앤젤. MIT에서 강사를 했던 콜린. 매력이 넘치는 만큼 바람둥이인 모린,  인권 변호사이고 모린과 만나고 있는 조앤, 그리고 이 모든 걸 찍고 있는 마크.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인 걸 잊지 않게, 부모님들이 종종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눈이 오고 지랄이야'라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실제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크리스마스 노래였다. 한 명씩 늘어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2023뮤지컬렌트] Rent_로저(장지후), 마크(정원영) 외.jpg

 

 

'렌트'에서 생기는 갈등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그나마 제일 큰 갈등은 작품명인 렌트(집세). 옛 친구 베니가 집세 좀 내달라고 하는데 친구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편하게 있으라고 했다지만 집세 좀 내달라고 하면 생각 정도는 해볼 만도 한데 올해도, 내년도 낼 생각이 없다는데 누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모린은 베니를 강아지라고 놀리고, 'La Vie Boheme'에선 베니라는 예술가는 죽었다며 놀린다. 재개발하고 나서 친구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준다고 얘기해도 거절, 재개발 반대 공연 좀 취소해 달라고 해도 거절이다. 다행인 건 베니가 이 모든 상황에 화를 내진 않는다는 점이다.

 


[2023뮤지컬렌트] Another Day_로저(장지후), 미미(김환희).jpg

 

 

그다음 갈등은 로저와 미미의 애증의 관계다. 로저는 두려우면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 적극적인 미미에게 관심이 있지만 그는 아직 이전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에이프릴을 사랑했지만 그녀는 에이즈로 세상을 먼저 떠났고, 그에게도 에이즈가 있다. 밖에도 나가지 않고 죽기 전에 멋진 곡을 하나 만들겠다고 하지만 사실 그닥 괜찮은 곡 비스무리한 것도 나오지 않았다.


큰 결심을 해서 미미와도 만나게 되지만 미미에게도 문제는 있다. 그녀는 마약을 하고, 베니와도 이전에 만난 듯하다.  로저는 미미에게 과한 질투를 하기도, 상처를 주는 말만 퍼붓기도 했다. 그녀가 떠나지 않길 바라지만 막상 곁에 두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가 진심을 보인 건 떠난 그녀가 아픈 모습으로 돌아와서 품에서 숨을 거둬간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네가 내 노래고, 너를 사랑한다고. 그녀의 숨이 끊어질 것만 같다가 다행히 숨을 쉬는데, 이상하게 시트콤 같은 구석이 있다. 사망 플래그인 줄 알았는데!

 

 

[2023뮤지컬렌트] I Should Tell You_로저(장지후), 미미(이지연).jpg

 

 

로저와 마크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콜린은 앤젤을 사랑하고, 조앤도 모린을 사랑하고, 주저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하거나 아웅다웅하면서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로저는 사랑 앞에서 늘 도망쳤고, 마크는 그저 카메라 뒤에만 있을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모린이 바람둥이기도 했지만, 그 대신 조앤을 만나게 됐어도 그는 화를 내지는 않는다. 둘이 다투는 거 보면 서로가 서로를 답답해하긴 하나보다.



틱틱붐.png

 

 

그러나 라슨의 다른 작품인 '틱,틱...붐!'을 보고 나면 이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틱,틱...붐!'의 주인공인 '존'은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서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사랑하는 수잔이 멀리 떠나는 걸 말리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못하고, 친구들을 사랑하지만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를 힘들어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친구들은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스스로를 뮤지컬의 미래라고, 브로드웨이를 바꿔놓을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가장 두려워했던 건 자기 자신이었다. 이 모든 게 시간 낭비일까 봐. 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빡치고, 곡이 써지지 않아서 괴로워했다.

 

로저 역시 단 한 곡이라도 멋진 곡을 남기고 싶어 했고, 로저와 마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늘 잃어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에게 희망보다 가까운 건 절망스러운 현실이다.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곳곳에는 죽음과 상실이 있다. 처음에는 그들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과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뉴욕에 왔을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로 어려울 거라고 예상을 하진 않았을 것이고.


그들도 그래서 잠시 포기해 본다. 예술을 하면서 먹고 살 만하기가 너무나 불가능해 보여서. 로저는 기타를 팔고 산타페에 가고, 마크는 돈이 되는 것을 취재해서 돈을 벌어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로저는 다시 기타를 사고, 마크는 찍고 싶은 것을 찍기로 한다. 다시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죽음이 가까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2023뮤지컬렌트] Seasons of Love.jpg

 

 

'렌트'와 '틱,틱...붐!' 두 작품 모두 마음이 마지막까지 따뜻할 수 있는 건, 고통이 가득하지만 삶과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집세를 내지 못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도, 아무도 '죽고 싶다'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미 세상과 자신을,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혐오하는 시기를 거치고 단단해졌을지도 모른다.

 

라슨은 다 계획이 있었던 걸까? 현실과 렌트는 생각보다 이질감이 없다. 병으로 원치 않게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은 적어졌고 오히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점만 제외하면.  생각보다 우리가 성공하긴 어렵고, 앞으로도 사는 건 힘들 것이다. 그중에서도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조금 더 힘들 수도 있다. 예술로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건 신기루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의 소중한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약해지고, 우리는 그걸 곁에서 지켜봐야만 할 때가 생긴다. 놀랍게도 이건 거의 아주 옛날 옛적에도 다르진 않았다.


 

Why do we play with fire?

Why do we run our finger through the flame?

Why do we leave our hand on the stove

Although we know we're in for some pain?


Oh, why do we refuse to hang a light

When the streets are dangerous?

Why does it take an accident

Before the truth gets through to us?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Why should we try to be our best

When we can just get by and still gain?

Why do we nod our heads?

Although we know

The boss is wrong as rain?


Why should we blaze a trail

When the well-worn path seems safe and so inviting?

How as we travel, can we see the dismay

And keep from fighting?


Cages or wings?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Louder than, louder than)


What does it take

To wake up a generation?

How can you make someone take off and fly?

If we don't wake up

And shake up the nation

We'll eat the dust of the world

Wondering why (why)

Why


Why do we stay with lovers

Who we know, down deep

Just aren't right?

Why would we rather

Put ourselves through hell

Than sleep alone at night?

Why do we follow leaders who never lead?

Why does it take catastrophe to start a revolution?

If we're so free, tell me why?

Someone tell me why so many people bleed?


Cages or wings?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than

(Louder than, louder than)

(Louder than, louder than)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ah)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Louder than, louder than (ah)

They speak louder

Louder than, louder than words

Actions speak louder than


왜 우리는 불장난을 할까?

왜 우리는 불장난을 할까?

왜 우리는 불 속에 손을 집어넣을까?

왜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댈까?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가로등을 달지 않을까?

거리가 위험한데도

왜 우리는 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진실을 알게 되는걸까?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대답하지 마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니까


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까?

이대로도 그럭저럭 살 만한데

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까?

비록 보스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새 길을 내야 할까?

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는 잘못된 걸 보고도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대답하지 마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니까


어떻게 해야 한 세대를 깨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누군가를 날아오르게 할까?

우리가 깨어나 이 나라를 흔들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멀리서 궁금해만 하겠지


왜 우리는 연인과 함께할까?

서로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도

왜 우리는 밤에 혼자 자느니 

차라리 지옥에 뛰어들까?

왜 우리는 이끌지 못하는 리더를 따를까?

왜 재앙이 일어나야만 혁명이 시작될까?

우리가 자유롭다면, 이유를 말해줘

제발 말해줘 

왜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지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대답하지 마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니까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대답하지 마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니까


'Louder Than Words' of 'Tick,Tick...Boom!'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moments so dear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In daylights, in sunsets

In midnights, in cups of coffee

In inches, in miles

In laughter, in strife


In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a life?

How about love?

How about love?

How about love?

Measuring love

Seasons of love

Seasons of love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journeys to plan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can you measure the life of a woman or a man?

In truths that she learned

Or in times that he cried

In bridges he burned

Or the way that she died

It's time now to sing out

Although it's not the end

To celebrate, remember a year in the life of a friend

Remember the love

Remember the love

Remember the love

Measuring the seasons of love

Seasons of love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날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 

날짜로 계절로 매일 밤 마신 커피로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로


그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을

그것은 사랑

그것은 사랑

그것은 사랑

사랑으로

느껴봐요

사랑으로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그 많은 순간을 어찌 살아갈까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

인생의 가치를 어찌 판단을 하나 

아팠던 진실로 뜨거운 눈물로

스쳐간 연인들로 죽은 이유들로 

다 함께 노래해 우리 삶은 계속돼

자 친구들과 함께한 일 년을 노래해 

기억해요 사랑

기억해 기억해 사랑

기억해요 사랑

사랑, 기억해

기억해요 사랑

사랑으로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사랑

느껴봐 사랑

기억해 사랑

사랑

 

'Seasons of Love' of 'Rent'

 

 

[2023뮤지컬렌트] La Vie Boheme.jpg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2024년이라는 52만 5,600분의 새로운 시간이 주어진 김에 생각해 보기 시의적절한 질문이다. 각자의 답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라슨이 '렌트'와 '틱,틱...붐!'을 통해 내놓은 그의 답은 명확하다. 새장보다는 날개를,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말보다는 행동을 택하는 삶을 살자고.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을 나누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자고. 집세는 내기 힘들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더라도, 노력이 꼭 좋은 결과로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곧 우리가 우리를,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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