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전시]

눈과 의식에게 주는 자극
글 입력 2024.01.1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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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린아이가 입원했을 때 거즈의 실을 가지고 놀거나 창밖 행인의 그림자를 보면서 광학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라면 간식을 먹거나 간호사 언니와 놀기 바빴을 텐데 바자렐리는 뭔가 달랐던 것 같다. 그는 어려서부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광학적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빛과 물질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등 관찰을 넘어 관측을 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그의 열정적인 ‘눈’은 그가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게 도와줬다.

 

그는 의학을 전공하다 미술을 배우고 상업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광학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색채의 대비, 빛과 음영의 관계, 물성의 표현력, 평면 및 조형 공간에서의 신체 표현, 움직임 등. 아울러 자연적 기하학적 구조를 관찰하여 옵(티컬)아트를 창시했다. 그는 여러 차원의 사물을 동시에 감지하는 우리의 눈을 이해하고 착시 및 환상을 주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의 작품에는 미술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 특히 물리학, 수학,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녹아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규칙, 케플러의 큐브 법칙, 무아레 효과, 헤르만 격자 착시 현상, 게슈탈트 심리학의 기본 이론 등이 바자렐리의 색채 이론에 활용됐다. 그가 자주 사용한 개념들을 하나씩 찾아봤다. 아래를 먼저 참고한 후에 전시를 본다면 바자렐리의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유클리드 기하학.jpg

유클리드 기하학 규칙

 


케플러.jpg

케플러의 큐브 법칙

 


모아레 현상.jpg

무아레 효과

 


헤르만 격자.png

헤르만 격자 착시 현상

 

 

게슈탈트 심리학 기본 이론: 인간의 정신 현상을 개개의 감각적 부분이나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그 자체로서 전체성으로 구성된 구조나 갖고 있는 특질에 중점을 두고 이를 파악한다. (위키백과)

 

그가 여러 개념을 토대로 움직임에 대한 착시를 만들어내는 키네틱 아트를 연 것도 의미가 있지만 ‘플라스틱 유닛’ 개념을 만든 것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그는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우리 세계 원소들의 속성에서, 지구 너머 먼 곳과 심지어 알려지지 않은 우주의 일부를 알고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내가 ‘플라스틱 유닛’이라고 부르는 나의 조형 언어인 원, 사각형, 여러 가지 색의 마름모는 궁극적으로 별, 원자, 세포, 분자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래알, 자갈, 나뭇잎, 꽃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의 작품 자체도 개성이 있지만 그가 플라스틱 유닛을 자신의 ‘조형 언어’라고 불렀다는 점이, 색과 형태를 완전히 동등한 요소로 간주하여 이미지를 창작했음이 흥미로웠다.

 

 

플라스틱 유닛.jpg

 

 

뿐더러 그가 1950년대에 이미 미래를 예견한 점이 놀라웠다. 그가 진작에 여러 이론을 활용했듯 학문의 융합은 물론이고 미래의 창조자는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 건축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채로운 행복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그의 예술적 목표 중 하나로 전 세계의 모든 공간, 가정, 세부 사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예술 형식을 창조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특히 노란 선언문에서 이성이 지배하는 그의 철학을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성장하는 예술가는 그리기 기술이나 재료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과학의 법칙에 의존해야 한다는 그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철저히 계산적이고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는 그의 예술 세계가 심플해서 좋았다. 감성적인 터치를 하는 예술도 좋지만 이성적인 파워를 보여주는 그의 철학이 멋있었다.

 

덕분에 나는 나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나의 전공, 경력, 취미를 어떻게 융합하여 한 방향으로 통합하지. 누구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볼까. 눈을 크게 뜨고 하나씩 해보자. 내가 열망한다면 세계 원소들이 움직여서 나를 도울 것이다. 반응할 것이다.’

 

 

* 전시장에서 읽은 섹션 소개들 중 취사선택하여 작성했습니다. 저의 강조점과 해석을 가미하였으나 일부 문장은 섹션 소개글과 일치할 수 있음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윤 에디터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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