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술은 겉절이인가요?

글 입력 2024.01.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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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ardo Gomez Angel via Unsplash

 

 

교육에 미쳐버린 나라. 눈이 멀어버린 나라. 내가 평생을 살고있는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였다. 신문에서 ‘교육열 과열’이라는 키워드를 안 본 해가 없는 것 같다. 뜨겁다 못해 녹을 지경이다. 학생들은 용광로의 철마냥 이미 녹아버렸다. 사회가 재단한 틀에 쇳물을 이들을 부어 똑같이 찍어낸다. 이게 교육인지 생산인지 모르겠다.

 

사회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구성원의 인간적, 사회적 성숙.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목적지다. 사람이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그렇게 어른이 되어 한 명의 성숙한 시민이 되게끔 길을 닦아주는 것이 공교육을 행하는 기관을 만드는 목적이다. 학교가 공부만 하려고 있는 곳이 아닌 것.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게 이런 맥락이다. 슬프게도 내 기억에 시험과 성적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공부를 했던 적은 없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선생님들이 나에게 했던 말은 대학과 입시뿐이었다.

 

그때부터 이 나라의 교육은 병들었나 보다. 증상이 너무 심해진 나머지 버티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진다. 사회나 시민의 성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좀 더 높은 성적, 더 많은 학생을 유명한 대학에 보내는 게 학교의 자랑거리이자 목표가 됐다. 모든 교육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몰두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누군가의 명령을 실행하고 그 대가를 모아 부를 축적하는 기계가 된다.

 

지난달 서울교육청의 미술 교사 관련 공문을 보고 충격받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예술이라는 분야의 위치가 어디까지 추락했나 싶었다. 아이의 삶을 갈아 넣어서라도 국·영·수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음악이나 미술에 쓸 시간 있으면 수학 문제 한 개, 영어 지문 한 줄이라도 더 봐라. 그 와중에 국어는 또 뒷전이다. 글로벌 시대라나 뭐라나. 이런 게 진정한 블랙 코미디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힌다.

 

미술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교육 내용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내가 미술 시간에 배웠던 것들은 일련의 역사 조금과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는 법, 어떤 작품을 단순하게나마 만드는 방법이었다.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게 빠졌다. 성인이 되고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야 겨우 알게 된 것. 누군가의 작품을 해석하고, 그 해석에 자기만의 의견을 더해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법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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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un_fckr via Unsplash

 

 

예술은 누군가의 세계를 표현하는 분야다. 예술은 교양을 만들고, 교양은 나만의 세계를 그릴 도화지와 물감이다. 물감이 필요하면 문구점에 사러 가야 하듯이, 교양을 쌓으려면 예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각을 키워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 예술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쌓아가는 교양이 성숙한 어른을 만든다. 인문학과 예술은 시간 나면 한 번쯤 보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도구다.


예술은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생활에는 의식주가 필요하듯 삶에는 예술이 필요하다. 음악도, 노래도, 조각도, 소설도 모두 다 누군가의 세상을 담고 있다. 그 세상을 경험하고 이를 거름 삼아 나만의 세상을 그려낼 수 있는 자재를 모아가는 것을 우리는 교양이라고 부른다. 예술은 교양을 만들고, 교양이 쌓인 사람이 지식을 얻고 소화할 때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교육은 사람을 바꾼다.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만든다. 공교육의 가치가 곧 사회의 가치로 이어진다. 경쟁과 성공을 가르치면 사회는 경쟁으로 가득 찬다. 화합과 공존을 가르치면 사회는 융합을 만들어낸다. 모두가 같은 가치를 배울 테니까.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왔다. 사회의 근간을 만드는 공교육의 가치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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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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