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심청전 Dive 편'의 예술성에 대한 고찰 ② [만화]

조르주 바타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글 입력 2024.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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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재물은 LG에서 제작한 광고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을 철학자 바타유의 시각에서 비평한다. 광고 속에서 심청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광고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해당 광고물이 현대인에게 각광 받은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광고의 그림체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바타유의 이론에 기반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더불어 이를 원작 < 심청전 >과 비교하여 두 작품이 지니는 차이를 분석한다.

 

 

 

바다의 상징성: 주권성 획득의 공간


 

첫 번째 연재물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자연과 인간이라는 모든 장애물을 이겨낸 심청은 바다를 향해 뛰어든다. 그녀는 드넓고 검푸른 바다 사이를 홀로 부유하지만, 바다가 지닌 어둠의 이미지는 이내 밝은 빛에 의해 사라진다. 그리고 심청은 빛줄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곧은 시선으로 응시한다. 경직된 곳 없는 안면근육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자신에 대한 신뢰로 가득 찬 심청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물고기들의 환상적 이미지는 심청이 일반적인 인간을 넘어 초월자로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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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초월한 심청의 이미지는 바타유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간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바타유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온전하게 부정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적 효용성을 판단하거나 노동 및 계산을 일삼는 모습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신적이고 비인격적이며 비이성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속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난 채 초월자가 된 심청의 이미지는 바타유의 의견과 상당히 부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해석 방식을 따른다면 심청이 몸을 던진 바다라는 공간은 주권성을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타유가 정의하는 주권성이란 누구에게도 그리고 무엇에도 종속되지 않은 상태로 자기 자신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주권적 인간으로서의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희생제의에 내맡김으로써 자기 자신을 불에 태우듯 소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바타유의 제안과 유사하게 심청은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포한 채 스스로를 희생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는 위계질서에 휘둘리지 않은 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광고 속 바다는 단순한 바다의 의미를 넘어서서 심청에게 주권성을 제공하는 공간이며, 이러한 바닷속에서 심청은 노동하는 인간이나 인식하는 인간을 넘어서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진실된 인간성을 발견하게 된다.

 

 

 

각 작품이 공감받은 방식: 시대에 따른 금기의 변화



< 심청전 >과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은 각 작품이 창작된 당대 사회에서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때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바로 < 심청전 >에 대한 평가가 현대에는 부정적으로 변하였다는 점이다. 현대 사람들은 원작 < 심청전 >에서 나타나는 심청의 희생을 비윤리적이라고 느끼며, 광고의 제작자 또한 이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에 심청의 캐릭터성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았던 < 심청전 >에 대한 평가는 왜 현대에 달라지게 된 것일까?


그 원인을 바타유의 철학에 기반하여 찾는다면, 금기의 권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심청전이 창작되었던 시기에는 전쟁, 질병,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죽음이 흔했기 때문에, 당대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이를 초월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죽음의 금기를 위반하도록 도와주는 희생 제의를 매혹적이라고 느끼게 되었고, 이것은 마을 소녀를 제물로 삼는 이야기를 읽더라도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각종 재해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재해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낮아졌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불안이 부분적으로 해소됨에 따라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초월하는 행위에 몰두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희생 제의의 필요성을 약화시켰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 사람들은 심청의 죽음으로부터 ‘효’라는 윤리적 아름다움을 찾아낸 반면에 현대인들은 심청의 죽음이 예술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못하다고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고려하여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은 원작 심청전의 내용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 채 광고를 제작하였다. 이때 광고 제작자가 각색한 플롯이 현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원인 또한 바타유의 금기 이론으로 설명된다. 현대 사회는 상당히 경쟁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제한 경제 체제가 극대화된 사회이다. 사람들은 노동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며, 무직 상태의 인간은 잉여적이고 도태되었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현대인은 자신을 착취하며 노동하는 논리에 복속되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위반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지니며 살아간다.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은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를 정확하게 관통했고, 광고 시청자가 심청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그래서 심청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진취적인 캐릭터라고 설정하면서도, 그 실현 방식이 현대 사회처럼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속 세계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제한 경제 체제의 관점에서 이러한 심청은 무용한 인간이다. 그녀는 효용성을 판단 준거로 활용하지 않을뿐더러 과도하게 이상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가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다에 빠지는 무용적 행위를 추구함으로써 계산 논리에 반대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바타유적 시선에서 분석한다면, 심청은 선사시대 인류와도 큰 유사성을 보인다. 바타유는 라스코인이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상당 부분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미덕을 통해 예술작품을 만들었다고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성, 도구, 노동 등의 요소가 인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제시한다. 이와 유사하게 생산적이지 못한 행위를 추구하며 비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심청은, 오히려 그러한 불필요한 생각과 행동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원작 심청전과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이 각각의 창작 시대에 각광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각 시대의 가장 큰 금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것을 작품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국가 간 위계질서의 강화: 그림체와의 연관성


 

그러나 광고 속 심청이 제한 경제 체제의 모든 위계질서로부터 벗어난 것과 다르게, 해당 광고를 만든 제작자들은 제한 경제 체제의 위계질서를 끝내 극복해내지 못했다. 이는 해당 그림이 그려진 그림체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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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는 한국의 전통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물이다. 그럼에도 활용된 음악은 영어 가사로 구성되어 있고 캐릭터의 외형도 디즈니 공주의 느낌과 최대한 흡사하게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를 표현하는 것은 국가 간 권력 관계를 의식한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문화 산업은 선도적인 문화를 지닌 국가의 등장과, 해당 국가를 동경하며 모방하는 다른 국가들의 추격을 통해 발전해왔다. 이때 현대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위계질서의 최상위권에 위치한 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는 바로 미국의 월트 디즈니사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광고를 분석했을 때, 이 광고는 미국식 그림체를 따라했다는 점에서 주체적으로 내면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위계질서에 편승하는 문화 사대주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 덕분에 광고가 전 세계로부터 이슈화되었다는 점에서는 높은 효용을 달성했지만, 이는 제한 경제 체제의 원칙에 종속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찾아내지는 못한 영상물이다.

 

 

 

결론


 

<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 >은 제한 경제 체제가 만연한 현대 사회 속에서 위계질서에 대한 비판적 의문을 던질뿐더러 금기와 관련된 대리만족을 제공하였다. 이는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심청이 세계와 투쟁하는 모습을 잘 포착해냈고, 그러한 점에서 해당 작품을 제작한 제작자의 혁신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에게 위계로부터 탈피할 것을 제안하고 있음에도 정작 광고 제작자가 그 위계에 순응한다는 점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영상물은 과거의 예술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자 시도하였지만, 정작 현대 사회의 고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한 해석을 내놓았다고 분석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까닭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통의 변용을 적극적으로 실현하여 세계에 우리 문화의 예술성을 전파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작품에 이중적 면모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비평할 수 있다.

 

 

참고문헌

박기현, < 조르주 바타이유와 선사 시대의 예술 >, 인문과학연구, 2018.

조르주 바타유, 《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 마네 》, 차지연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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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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