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떠돌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마는 - 떠돔 3부작

글 입력 2024.01.0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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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씩은 혜화를 방문하는 것 같다. 보통은 연극을 보러 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꽤나 먼 곳이라 자주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연극을 핑계 삼아 방문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연극을 보러 갔다.

 

이번 연도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장식할 연극은 <떠돔 3부작>. 떠돎과 마주함이라는 소재로 3개의 각기 다른 연극을 하나로 묶은 연작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3편의 연극이 모두 2인 극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을 가지나, 내용은 상이하다. 시간대별로 상영하는 작품이 달라, 혹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연극이 있다면 미리 시간대를 확인해 보고 예약해야 한다.

 

나는 그중 'GOOD DAY TODAY'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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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GOOD DAY TODAY'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인은 개기월식 이벤트를 보러 온 관객들을 위해 와인을 서빙하는 일을 한다. 아무 말 없이 와인을 서빙해야 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여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대사와 함께,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내는 목수였다. 딸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는 딸과 함께 둥근 달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그 소원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렸다.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극의 초반에는 여인과 사내,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별개의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극이 마무리되려는 찰나, 어쩌면 둘 사람이 가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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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사내는 떠도는 삶을 살아간다. 그토록 바라던 서울에 상경했지만,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여인과 목수라는 직업 특성상 일거리를 찾아다녀야 하기에 사랑하는 딸조차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내의 삶은 늘 새로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떠도는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둘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감정을 느끼면 그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허락되지 않은 자리일지라도.

 

연극 'GOOD DAY TODAY'를 보며, 떠도는 삶의 애환이 잘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극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는 중부대학교 교수님과 연출자,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여인을 연기한 김시영 배우는 자신 역시 떠도는 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여인의 삶이 본인의 삶과 닮아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현대 사회는 떠도는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사회라는 생각을 했다. 교통이 발달하며 사람들은 더욱 쉽게 도시에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먹고살기 위한 사람들을 더욱이 도시로 불러 모았다. 좁은 서울 땅에 옹기종기 모여든 사람들. 그들 중 떠돌지 않고 한곳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서울에 왔다는 것부터가 떠돎의 시작이니까.

 

하수민 연출은 <떠돔 3부작>이 조금 더 감각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제목에서 'ㄹ'을 일부러 뺐다고 말한다. 떠돎이라는 단어보다 떠돔이라는 표현이 주는 감각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 연극 또한 감각적으로 느껴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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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 중에서 소비 사회를 조명한 이유를 여쭤보았다. 그에 대한 답은 교수님께서 해주셨는데, 떠도는 사회의 단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인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모여 소통을 하는 장소가 아닌 단순히 소비를 위한 장소로 변해버린 백화점, 빌딩 등을 풍자하는 작업이 여인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다는 점에서 그런 해석을 내리셨다고 하셨다.

 

극장을 나서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떠돌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떠도는 삶에 뿌리 깊게 배어있는 외로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인과 사내가 부녀지간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인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불러일으킨 착각이지 않았을까? 잊고 있던 그리움이 사내를 보고 되살아남을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그 그리움이 연극 'GOOD DAY TODAY'의 시작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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