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편적인 방황과 고독, '떠돔 3부작'

글 입력 2023.12.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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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돎'이라는 단어보다 현대인의 삶과 잘 어우러지는 낱말이 또 있을까 싶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거처나 소속되어 있는 집단, 품고 있는 꿈, 그리고 한없이 쏟아지는 걱정까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저 한시적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누구도 여생을 지금과 같은 환경 속에서 영원히 보낼 수 있으리라는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희망과 더 나은 희망의 사이를, 절망과 덜 비극적인 절망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우리의 삶이 한층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함께 오늘도 의연히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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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즉각반응의 '떠돔 3부작'은 결코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현대인들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애잔함을 자아내는 한편,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결국에는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안도감을 담아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유약함 내지는 삶의 필연적 고독을 노래하는 작품들은 대개 그것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우울한 감정을 전파하면서도, 사실은 모두가 비슷한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적절한 위안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떠돔 3부작' 역시 관객들에게 인간 본연의 우울감을 전파함으로써 훌륭한 위안을 건네는 아이러니한 따스함의 전형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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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과 목수가 자신들의 삶을 반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Good Day Today',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는 '무라', 그리고 35년 만에 재회한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찰칵'까지, '떠돔 3부작'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이야기는 '가족'과 '2인극'이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

 

모두 만남과 상호작용의 필연성을 함의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떠돎'으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방황이 필연적인 비극일 수밖에 없듯이,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만남과 상호작용 또한 결국에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삶에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사로운 위로를 건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다.

 

우리는 오늘도 정처 없이 외로이 떠돌고 있지만, 적어도 이 고독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언젠가는 이를 치유할 만남이 필연적으로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덜 절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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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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