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시아 오직, 숄

글 입력 2023.12.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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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겨진 사람들이 어제가 아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시아 오직의 <숄>은 홀로코트스 문학이지만 수용소에 대한 묘사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물의 감정과 심리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숄>과 <로사> 두 단편이 함께 실려있다. 10쪽 남짓한 짧은 단편인 <숄>은 짧은 만큼 강렬하다. 로사와 그의 아이인 마그다가 위태롭고 추운 날씨에 놓인 상황을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용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로사와 마그다, 로사의 조카인 스텔라까지 함께 수용소에 있는 상황에서 마그다를 감싸고 있는 기적의 “숄”을 중심으로 시간이 흐른다. “숄”은 누군가의 집, 밥이 되어주며 목숨을 살리고 빼앗고, 그리움을 넘어 집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꾸역꾸역, 늑대의 울부짖음을 삼케게 될 때까지, 꾸역꾸역, 마그다의 침이 배어든 계피와 아몬드 맛이 느껴질 때까지. 그리고 로사는 그 울부짖음이 마를 때까지 마그다의 숄을 마셨다.] - p.20

 

<로사>는 <숄>의 시간적 배경으로 30년이 흐른 오늘이다. 남겨진 로사가 살아가는 방법, 그리고 살아온 시간들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이다. 로사는 마그다를 감싼 “숄”을 소중히 여기며 그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로사는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생존자. 무언가 참신하다. 그들이 인간을 말할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과거엔 난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존재는 없다. 더 이상 난민은 없고 생존자만 있다.] - p.59

 

로사는 30년 전 <숄>에서 머물러 있다. 고통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미친 사람으로 말하는 모습은 오로지 개인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극이지만 그녀가 살아남는 방식이기도 하다.

 

[펜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작고 뾰족한 막대기에 지나지 않은 그것이 상형문자의 웅덩이를 흘린다. 기적처럼 폴란드어를 말하는 펜. 혀에 채워졌던 자물쇠가 제거되었다.] - p.70

 

유대계 미국인인 <숄>의 저자 신시아 오직은 역사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결국 <숄>을 쓰고 난 후 무거운 마음으로 오랜 시간 서랍에만 보관해 놓았다고 한다.

 

이 짧은 책을 읽으며 로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긴 역사를 함께 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진심은 실제보다 강력하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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