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물 콧물 기절 서준맘이 말하는 엄마가 된다는 것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12.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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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6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36.6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안녕하세미>는 신도시에 살며 아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류인나의 일상을 보여준다.

 

해당 채널은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의 코너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의 캐릭터가 신도시녀, 미시녀의 키워드로 주목받으면서 개설한 개인 유튜브 채널이다.

 

채널에는 서준이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상, 쇼핑 품목 추천 영상, 브이로그, asmr, 고민상담과같이 다양한 영상들을 올린다. 영상 길이는 평균 10분에서 20분 내외이며 영상의 제목을 ‘미용실 갔다왔어유~~’, ‘올리브영 세일하는데 뭐하니?’와 같이 영상 속 류인나의 구어체를 제목에 그대로 재현한다.

 

채널의 영상들은 크게 류인나의 두 가지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첫 번째 페르소나는 가장 잘 알려진 엄마로서의 류인나이다. 두 번째 페르소나는 서준이의 엄마이기 전에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이자 아줌마로서의 류인나이다.

 

류인나는 서울 근교의 신도시에 살며 아들은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전업주부이지만 블로그로 공동구매를 진행하여 수입을 얻고 있는 설정이다. 신도시 거주, 영어 유치원, 공동 구매 등 현실적이고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설정은 시청자가 류인나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것 같다고 믿게 만든다.

 

‘신도시녀’와 ‘미시녀’는 각각 표면적으로는 ‘동탄, 판교와 같이 신도시에 사는 여성’과 ‘육아를 하고 있지만 예쁜 여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도시에 살며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자신의 사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부정적인 여성을 지칭할 때 쓰이거나 섹슈얼한 이미지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류인나 캐릭터는 피상적으로는 신도시녀와 미시녀의 키워드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엄마로서의 모습과 신도시에 사는 젊은 아줌마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두 키워드의 부정적이고, 부적절한 이미지가 아닌 육아와 가정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여성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더불어 영상뿐만 아니라 구독자의 댓글을 통해서도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고 있다. <안녕하세미> 채널은 구독자와 함께 이상적인 어머니상의 틀을 깨고, 엄마로서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삶의 공존에 대한 담론을 제기한다.

 

 

 

엄마로서의 류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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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 중 ‘Going to kindergarten’ 영상 캡쳐

 

 

엄마로서의 류인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잘 보여주는 영상은 서준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상이다. 서준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준비 하는 이야기, 유치원에서 친구와 싸우고 온 뒤의 이야기, 병원에 가는 이야기, 두발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는 이야기 등 엄마와 함께하는 유치원생의 일상이 주 내용이다.

 

예로, 영상 ‘I got hurt’에서는 서준이가 유치원에서 친구와 싸우고, 얼굴에 상처가 나서 집에 돌아온다. 류인나는 싸운 친구가 있는 놀이터에 가서 서로 잘못한 것에 대해 알려주고 화해를 시켜준다. 이 영상은 류인나가 자신의 아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잘못한 점을 알려주고, 친구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하는 장면에서 엄마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영상에 등장하는 류인나의 모습은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이미지가 강력했지만 서준이의 시점에서는 다정한 엄마이자, 양육자로서의 류인나의 모습이 부각되어 나타난다.

 

엄마로서의 류인나의 모습은 엄마 류인나의 입장에서는 로우 앵글인, 유치원생 서준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시청자들은 류인나의 시점으로 찍은 영상 혹은 제3자가 류인나와 서준이를 찍은 영상의 시점의 영상과 비교했을 때 시청자들은 류인나의 말 이 자신에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엄마로서의 류인나의 모습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서준이가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Going to kindergarten’, ‘I play with my uncle’과 같이 영어로 영상 제목을 설정하는 것 또한 시청자가 신빙성을 갖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서준이의 시점에서 찍은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나 성인,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영상을 보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눈빛이나, 보지 못했던 서준이를 재우고 화장실에 가서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며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엄마의 사랑을 환기하는 영상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부모, 특히 어머니의 희생을 통한 경험을 댓글로 공유했다.

 

또한 유년 시절에 부모와의 유대관계에서 결핍이 있었던 시청자들은 서준맘의 영상을 통해 경험하지 못했던 엄마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신도시녀, 미시녀로서의 류인나


 

신도시녀, 미시녀로서의 류인나의 모습은 서준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육아에서 벗어나 네일을 받거나 머리를 바꾸는 일상,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일상, 옷 쇼핑을 브이로그와 쇼핑 하울 형식으로 재현된다.

 

류인나가 서준이를 등원시킨 뒤 자신의 여가 생활을 즐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 자신의 지인들에 대해 험담하기도 하고, 동네의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 등 수다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참견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타인에 대한 험담은 주로 미용실과 네일샵에서 이루어진다. 미용실과 네일샵은 손님과 디자이너가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야기가 필연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험담이 이루어지는 장소에대한 개연성과 현실성이 높다.

 

또한, 류인나는 ‘완전 눈물 콧물 기절이야’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흔드는 행동을 일상에서 자주 반복하는데 이는 류인나의 과장되고 수다스러운 성격을 잘 보여준다.

 

류인나가 받는 네일은 한가지 색상의 단조로운 네일이 아니라 파츠를 여러 개 붙이거나 명품 로고 등이 포함된 네일이다. 네일을 받는 영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을 통해 SNS에 자신의 소비를 자랑하는 현실을 재현한다.

 

신도시에서 미시녀라고 불리는 여성들은 육아와 꾸밈을 동시에 한다. 따라서 활동성이 좋지만 꾸몄음을 보여줄 수 있는, 몸에 붙는 원피스를 선호한다. <안녕하세미> 채널에서도 신도시 미시룩을 소개하고, 모든 영상에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도시에 살고 있는 아줌마인 류인나는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수다스럽고 동네 소문과 일에 관심이 많다. 자칫하면 부정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육아와 집안일, 혹은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구독자들이 류인나의 영상을 통해 대리 만족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며 류인나를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류인나는 자신의 오지랖 넓은 이미지를 활용하여 실제 구독자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형성하고 있다. 구독자의 고민을 받아 진행했던 고민 상담 영상이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구독자 집 가사도우미’ 시리즈 영상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다. 채널 구독자의 사연을 받아 육아를 하고 있는 구독자의 집에 찾아가 하루 동안 육아를 도와주는데 이는 신도시녀와 미시녀 류인나의 삶이 결국 육아하는 엄마의 삶으로 회귀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

 

류인나는 신도시에 살면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등 현대 사회의 젊은 부부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서준맘은 사회가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와는 다소 거리가 먼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안녕하세미>의 류인나는 신도시녀 혹은 미시녀에 대한 풍자를 위한 캐릭터가 아니다. 신도시녀, 미시녀를 키워드로 하지만 섹슈얼하고, 무책임한 이미지가 아닌 가장 보통의 엄마의,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성, 류인나를 내세워 우리 사회에서 엄마 혹은 아내에게 암묵적으로 바라고 있는 모습을 재고해 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단편적으로 배우자의 재력에 기대어 사치와 허영을 즐기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정성껏 돌보는 모습, 육아로 경제활동의 범위가 한정되어 블로그를 통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는 점 등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군상에 대한 이면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류인나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가상의 인물임을 전제하고 소비한다는 것에서 한계가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만,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류인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실제 주변 인물로 존재할 때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육아를 하는 류인나와 같은 인물뿐만 아니라 일터로 돌아간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물 건너온 아빠들>와 같이 예능을 통해 육아하는 남편의 모습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다. 여성의 경우 육아에서 해방된 여성의 이야기는 많았지만, 일터로 돌아간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스토리텔링은 비단 텍스트와 영상 매체를 통해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의 이야기만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류인나와 같이 가상의 인물을 통해 사회의 편협된 통념에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제시할 수 있다. 가상이라고 하더라도 이야기된다는 것은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라도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오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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