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설레는 마음을 보냅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음악]

글 입력 2023.12.24 09: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듣는 곡이 있다. 지금은 작고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이다. 경쾌한 멜로디의 크리스마스 캐롤도 좋지만, 설레는 크리스마스만의 여운을 남기는 이 곡의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그중에서도 특정한 날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바로 그 곡이다. 겨울과 어울리고, 특히 크리스마스와 어울린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크리스마스의 설렘, 아련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듣는다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에 이 음악이 기억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작년에도 잊고 있다가 크리스마스가 끝날 무렵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받아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한 기억이 난다. 6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크리스마스가 끝났다는 아쉬움,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나면 다음 연도도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허무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작년과 다르게 크리스마스 전부터 이 곡이 떠올라 검색해서 듣고 있다.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나는 한 시간 동안 반복해서 듣고 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방 안에 이 음악만이 흐르는 시간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과 크리스마스 당일,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내 생일만큼 어쩌면 생일보다 더 좋아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날들에 비해 신나지 않았다. 작년 크리스마스가 끝날 무렵에 들은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설렘과 아련함, 포근함도 있었지만, 공허함과 허무한 감정이 더 컸다. 막상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는 평소와 똑같은 시간을 보냈기에, 크리스마스를 기대한 그동안의 날들에 비해 크리스마스 당일의 내 하루는 특별하지 않아서 실망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 즐긴다. 이번 연도에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들었을 때는 기대와 설렘의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또다시 그리 특별한 것 없는 하루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일상에서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그리 많지 않다. 나의 일상에서 새로운 경험은 적고, 새로운 경험이 있을 때 그것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경우가 많기에. 그래서 이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매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을 기다리기보다는 크리스마스만의 ‘설렘’을 기다리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글자 자체만 봐도 설레고, 장갑과 목도리를 하고 나와 흩날리는 눈을 보면서 듣는 캐롤도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산타를 믿던 나이였을 때 산타가 어떤 선물을 줄지 설렜고, 더 이상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자체가 설레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 있을 때도 선물을 고르며 선물을 받고 기뻐할 사람을 볼 생각에 설렐 것 같다. 막상 별거 없는 크리스마스더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동 안은 설렘으로 가득 차기에, 그것만으로도 그동안 크리스마스를 기대했고,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도 기대한다.


당신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인가. 그 계획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든,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든 그곳이 당신에게 가장 설레는 마음을 줄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

 

 

 

컬쳐리스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