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연 '진짜' 정신의학이란?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글 입력 2023.12.2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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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의 새 시즌이 공개되었다. 원래 좋아하던 드라마인지라 바로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치료라는 이름으로 가학적인 고문을 행하는 장면이었다. 작 중 의사는 얼음물에 주인공을 빠뜨리고, 직접 물리적인 폭력도 마다하지 않으며 비과학적인 행위를 계속한다. 그 장면을 보던 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아무리 옛날이라고 해도 고문을 하면 증상이 (지금에서는 정신질환이라고 쉽게 알 수 있는) 고쳐진다고 믿었다고? 너무 바보같은 거 아냐?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정신 질환에 대한 비밀스러운 사실을 하나씩 알아나가며 드라마의 연출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될테지만, 우리는 예상보다도 더 정신질환에 대해 모른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본인이 정신적인 병을 앓았던 작가의 입으로 전해지는 정신의학에 대한 이야기다. 본문 앞 부분에 소개되는 작가의 일화는 정신 의학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던 나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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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나 캐헐런은 24살에 ‘상상 속의 빈대가 자신의 집을 완전히 점령하고, 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뻔하고, 욕실에 눈들이 떠다니고,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들을 변장한 기자라고 믿는’ 병을 겪는다.

 

이 말만 들으면 누구든 쉽게 ‘조현병’이라는 정신 질환 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적어도 이 묘사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의 생각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예측과는 다르게, 심지어는 의사의 진단과도 다르게 이 모든 증상을 가진 수재나는 조현병이 아니었다. 대신, 그녀의 몸에는 뇌를 공격하는 항체가 있었고, 그것이 뇌염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증상은 같지만 원인은 달랐고, 치료법도, 결과도 달랐다. 그녀의 문제가 정신이 아니라 몸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자 마치 조금 곤란한 감기를 치유하듯 의사들은 ‘몸’을 치료하는 데에 열중을 가했다.

 

하지만 작가처럼 검사를 받을 상황이 되지 못했던, 작은 의심을 품어줄 사람이 없었던, 검사에 유리한 사회적 지위나 부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사람은 다른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실제로 책에도 그녀와 같은 증상을 보인 뒤 2년 동안 오진을 받은 채 인지 능력을 잃은 환자도 있었다.

   

작가는, 그리고 대중은 이것을 계기로 정신 의학의 완전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

 

사실 정신 질환과 관련된 의학 분야에 대한 추궁과 의심은 끝없이 존재했다. 이는 해당 분야가 부정확하기 때문이 아니라, 육체적인 이질감을 형성하지 않는 정신질환의 특성 상 병과 치료가 아닌 다른 의도가 개입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대 이전에는 허위적인 진술로도 타인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가는 것이 가능했기에 많은 피해자들이 이로 인해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병동에 갇혔다.

 

정확한 연구와 치료법, 혹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지도 않았던 터라 대부분의 치료 방식은 고문과 폭력, 기아와 학대를 동반했다. 이전에 드라마에서 봤던 고문 받던 남주인공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현대 의학이 발전된 이래로 주로 ‘의학’은 완전성을 띈 것과 같이 보이곤 한다. 이젠 더 이상 폭력적이고 비과학적인 방식을 치료법으로 맹신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과학은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지 이미 완벽한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적 증거로 병을 진단할 수밖에 없는 정신 의학은 분야는 더더욱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정신의학과 정신병원에 의문을 제기한 데이비드 로젠한의 연구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정신의학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숨겨져있었던 많은 비밀과 의문은 어떤 것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해보길 바란다.

 

   

[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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