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신의학을 뒤흔든 실험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도서]

글 입력 2023.12.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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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을까? 매우 상대적이며 가변적인 개념이다. 문화권, 사회적 기준,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 등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은 변화한다. 비정상은 다름보다는 틀림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이 된다. 즉 만약 의사들로부터 비정상이라고 공식적으로 진단을 받는다면 비정상이라는 꼬리표 하나만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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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의 저자인 수재나 케헐런은 비정상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뻔한 경험을 직접 겪었다. 저자는 과거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했다. 당시 의사들은 그녀에게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한 의사의 노력으로 자가 면역 뇌염이라는 정확한 병명으로 진단을 받는다. 정신병 오진을 통해 한순간 비정상이 될 뻔한 저자의 충격적인 경험은 곧 로제한 실험을 추적하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정신의학 전체를 뒤흔든, 흥미로우면서도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을 낱낱이 파해친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정신의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질문들을 제공하며, 광기와 비정상에 대해 과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재나 캐헐런은 끈질기게 로젠한 실험을 추적하면서 어떠한 이유로 이와 같은 실험이 계획되었는지 등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뒤흔든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등을 냉철하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쿵, 비었어 공허해”


 

로젠한은 1973년 1월에 <사이언스> 저널에 [Being Sane In Insane Places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로젠한은 이 논문을 위해 본인을 포함하여 여덟 명의 지원자들은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은 의사에게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며 정신병원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의사들은 이런 증상만을 근거로 ‘가짜 환자’들에게 정신질환 진단을 내리고 입원을 시켰다. 가짜 환자들의 입원 기간은 7일부터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은 약 19일이었다. 총 2100개의 알약이 가짜 환자들에게 처방되었다. 가짜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지 않고 뺨이나 호주머니에 숨겼다가 변기에 뱉거나 버리도록 훈련받았으며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며 병원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기록했다.


로젠한은 이러한 가짜 환자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문제의 논문을 발표한다. 해당 논문이 발표되자 미국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과학계 최고 저널인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결과적으로 정신의학자들이 정상과 비정상, 즉 온전한 정신과 정신 이상을 구별하지 못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로젠한 실험은 심리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정신과 진단 및 그간의 정신과 치료 관행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정신 병원 개혁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으며 개인의 정신병 이력을 분류하고 치료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었다.

 

 

 

서스팬스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

 

로젠한 실험과 관련된 그녀의 책이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끈질기게 추적한 방대한 자료를 수려하게 풀어낸, 서스펜스 소설처럼 엮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자칫 딱딱하고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며 자연스럽게 정신과 광기에 대한 정신의학과 관련된 오랜 의문과 윤리적 딜레마를 곱씹게 만든다.


해당 책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이 아니다. 정신병원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경험들에 대한 신랄한 탐구를 기반으로 한 연구보고서이다. 저자는 당시 가짜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직면했을 극심한 자아 상실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정신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폭로했다. 책은 학문적 탐구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독자들에게 정신과 의사들의 오진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킨 필독서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정신의학계의 윤리적 책임과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보다 인도적인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킨 책이다.

 

당연히 이 책을 읽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정신의학은 연구 중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의학의 비정상이 후대에선 편견으로, 틀린 지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젠한 실험이 가지는 의의는 우리가 가진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상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절대적인 기준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과 생각의 씨앗을 준다.


심리학, 윤리,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교차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필독서이다. 정신 의학에 대한 선입견에 과감히 도전하고 보다 깊게 정신 질환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적나라한 진실에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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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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