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에게나 포근했던 안식처 '딜쿠샤'

글 입력 2023.12.20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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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는 다난한 역사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한 시대와 역경을 거치며 보금자리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딜쿠샤는 국가 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에 있다. 대한독립선언서를 입수해 3·1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 기자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21년엔 전시관으로 개관하였다.

 

뮤지컬 <딜쿠샤>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모티브로 하였으며, ‘금자’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과거와 현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가옥 ‘딜쿠샤’를 거쳐 간 많은 이들의 사연을 전하며 따뜻함과 뭉클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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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는 역사적 사건보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맞춘다.

 

아픔을 담고 있지만 희망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금자와 브루스 테일러의 편지 내용을 통해 펼쳐진다. 미국에 살며 어릴 적 자신의 집 딜쿠샤를 그리워하는 브루스 테일러, 그리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딜쿠샤를 지켜오고 있는 금자는 딜쿠샤를 둘러싼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한다.

 

식민지 소녀에게도, 전쟁 속 피난 온 이들에게도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딜쿠샤. 그곳이 품은 포근함과 따스함은, 단순히 머물다 떠나는 ‘집’의 개념을 넘어서 모종의 위안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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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안락함을 상기시키는 곳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딜쿠샤’를 떠올리며 은행나무 옆 가옥이 품고 있던 사람 사는 이야기에 녹아 들었다.

  

가장 독특했던 건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 위 배우들처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주자들은 극의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 인물의 정서에 맞추어 호흡을 맞추어 나갔다. 배우들은 연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의 존재를 인식하진 않았지만, 때때로 극 중 상황의 일부로 연주자들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여 위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또 하나 독특했던 점은 배우들도 무대에서 무대로 퇴장한다는 점이었다.

 

완전히 의상을 갈아입지 않는 이상, 배우들이 무대 뒤로 퇴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연기가 끝나면 단상 위 의자에 앉아 마치 관객들처럼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몰입했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는 구간에서는 함께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모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 순간, 오케스트라 피트부터 배우들까지, 심지어 그들을 비추는 조명과 아름다운 선율조차도 모두 하나가 되어 <딜쿠샤>를 완성해 나갔다. 그 최고의 합이 이루어질 때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강하게 전해졌고, 극장을 깊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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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자와 브루스 테일러가 직접 만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는데, 브루스 테일러는 금자가 소개하는 딜쿠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던 과거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금자는 그런 그에게 동기화되듯 함께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의 시선은 오랫동안 딜쿠샤에게 머물렀고, 그들을 감싸 안은 딜쿠샤의 포근한 그림자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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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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