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글 입력 2023.12.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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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정신 의학 진단에 의혹을 품고 시행한 실험, 로젠한 실험.

 

이 실험은 심리학자 로젠한과 그의 주변인이 가짜 환자로 정신병동에 입원되어 스스로 정상인임을 입증하고 정상 퇴원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냈다. 아주 사소한 연기만으로도 쉽게 병원에 입원될 수 있는 사실은, 기존의 정신의학에 대한 의구심을 확장시키며 당대 정신의학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실험에 참여한 모든 가짜 환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짜 증상 호소를 통해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되어 치료받았다. 모든 가짜 환자들은 정신병 진단, 오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병동에서 나오기 위해 원래의 일상생활의 루틴처럼 정상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퇴원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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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캐헐린도 자가면역 뇌염으로 인한 뇌손상을 앓았을 당시, 정신과 의사에게 조현병을 진단받았다. 사실 정신병이라는 병이 암덩이처럼 가시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의료진의 주관적인 진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의료진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병원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 병을 진단받은 캐헐린과 같은 오진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신의학이라는 또 곧, 객관적인 의학적 수치로 포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지 않나 하는 물음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할까에 대한 문제는 정신의학에서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단지 증상을 몇 마디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정신질환을 확정할 수 없다. 그래서 정신의학계는 환자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노력한다. 정신의학은 아주 많이 발전해 왔고,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시선 역시 많이 개선되었다. 정신의학의 인식이 점차 좋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서부터 기인한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지금도 남용되고 있다. 쉽게 알고 있는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주의집중장애 같은 흔한 정신 질환들이 너무 쉽게 핑계의 빌미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구심? 순간적인 충동성이 병으로 변질되는 사례를, 병이라는 진단명이 다시 한번 증상에 실어 주는 무게감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많은 악행과 비겁함들이 쉽게 정신질환의 이름을 빌어 숨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이 만병통치약마냥 면죄부를 주느냐? 정신질환 이면에 숨어 있는 편견만 생각하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캐헐린도, 추후에 다시 진짜 병명을 찾기는 했다만 단순히 진단명이 바뀌었을 때 주변인의 태도와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경험했다. 언제부터 정신질환이 부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 것인지.......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많이 밝아졌다고는 하나, 그 이면에 숨은 모습까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세에서 19세기까지 광기가 이성에 의해 배제되고, 감금되고, 억압받던 시절에서부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이성과 비이성의 구분, 진부한 이분법에 따른 편견, 그 이면에 자리한 권력은  21세기인 지금에 오기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더 이상 물리적인 폭력과 악행에 대한 침묵이 정당화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판단하는 것들로 비정상을 규정하고, 광기를 통제하고, 멋대로 그들을 정의하고 있지 않나?


로젠한 실험만 해도 그렇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병에 차도를 보였던 조현병으로 진단받았는데,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말해도 그것이 정상인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이상했다. 이미 비정상으로 규정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정상이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보다, 나는 여전히 아프지만 내 병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퇴원에 도움을 준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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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헐린은 50년 전 시행되었던 로젠한 실험에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지나치게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점, 과연 로젠한의 가짜 환자는 실재하는 것인지, 연구의 시도 자체가 편향된 관점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였다. 의료 운리, 연구 윤리를 따지자면 턱없이 말도 안 되는 성과일 수는 있겠으나, 어쨌든 터무니없는 근거로 이루어진 로젠한의 이 연구가 정신의학 후속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사실이다.

 

로젠한 연구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 일종의 개혁이 시도되었다고도 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이 좋았든 싫었든 어쨌든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정신의학의 이면은 충분히 폭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변화도 유도했다.


실은 아직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정신질환이 있다. 정신의학계의 진보를 위해 더 많은 병명들을 조금 더 일반적인 시선에서 인정되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 내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더 이상 정신질환자를 이방인으로만 구분 짓지 않는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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