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도 딜쿠샤를! - 뮤지컬 딜쿠샤 [공연]

어두운 상황 가운데 나의 편이 내주는 존재와 장소가 있다면
글 입력 2023.12.2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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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딜쿠샤_포스터(12.7-30).jpg

 


[딜쿠샤]는 다난한 역사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한 시대와 역경을 거쳐 온 보금자리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지어져 100여 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가옥 '딜쿠샤'를 배경으로 이곳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인연과 사연을 풀어낸다. 고향이자 피난처였으며, 안식처이자 연대의 장이었던 순간들을 통해 저마다의 시간을 담고 있는 '집'의 다양한 의미에 접근할 예정이다.

 

딜쿠샤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독립선언서를 입수해 3·1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 기자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21년엔 전시관으로 개관하였다.

 

뮤지컬 [딜쿠샤]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 '금자'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과거와 현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국립정동극장] 2023 뮤지컬 딜쿠샤_공연사진 (2).jpg

  

 

뮤지컬 <비밀의 화원>을 마지막으로 정동극장에 온 것은 이번이 정말 오랜만이다.

 

여전히 정동길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포근함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동길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장소에 수많은 창작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람한 뮤지컬 <딜쿠샤>는 우리의 어두운 역사 속 밝은 면을 비춰주는 공연이었다. 처음엔 ‘딜쿠샤’의 존재와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관람한 무지한 관람객 중 하나로서 자리 잡고 있던 나였지만 공연을 본 이후에는 나에게도 ‘딜쿠샤’ 같은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앨버트 테일러 가옥'으로도 불리는 딜쿠샤는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할 뿐 아니라 항일 독립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년 ~1948년)와 그의 아내 메리 테일러가 지어 살았던 집이다.

 

조선의 항일독립운동을 지지했던 앨버트가 1942년 일제에 의해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고 추방당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사망하였고 생전 그의 뜻에 따라 유해는 한국으로 안치되었다.

 

이후 다른 주인을 거쳐 국가에 소유되었으나 오랜 세월 방치되어 훼손되고 한동안은 다양한 식구들의 집이 되기도 했다.

 

 

[국립정동극장] 2023 뮤지컬 딜쿠샤_공연사진 (4).jpg

 

 

최근에서야 딜쿠샤의 가치가 재조명되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고 딜쿠샤 고증 연구를 거쳐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고, 2021년 3·1절을 기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이러한 딜쿠샤의 모습과 역사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오래 걸렸던 이유도 어두운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딜쿠샤>가 그 역사를 밝게 조명하는 일을 해냈다. 딜쿠샤에 머물렀던 모든 인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그들의 유대는 그 어느 우애적 사랑보다도 단단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시대 상황을 엿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빛나는 부분이 몹시 반갑기도 한 뮤지컬이었다.

 

나도 어두운 상황 가운데 나의 편이 내주는 존재와 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대인들에게도 각각 자신만의 딜쿠샤를 찾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움이 해소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모든 의미를 통합하는 우리의 딜쿠샤가 아닐지 생각한다.

 

 

[국립정동극장] 2023 뮤지컬 딜쿠샤_공연사진 (1).jpg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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