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악인’에게 열광하는가 – 드림캐쳐 ‘OOTD’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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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당신은, 눈앞에 놓인 선택과 유혹 앞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 무수한 갈림길 앞에서, 목표를 향해 과감한 질주를 시작한 악인들의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
드림캐쳐 미니 9집 [VillainS]
지난 11월, K-POP 아티스트 그룹 드림캐쳐가 Apocalypse 3부작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6개월 만에 미니 9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록 메탈 장르를 기반으로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해온 드림캐쳐의 [VillainS]는 새로운 세계관인 평행세계 2부작 ‘VersuS’의 서막을 여는 앨범이다. 이에 그들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과 유혹에 대응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주제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7명의 빌런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그렇게 공개된 타이틀곡 ‘OOTD’는 강렬한 Pop punk 장르의 곡으로, 자신감을 넘어 나르시시즘에 다다른 빌런의 파격적인 자신감과 당당함을 다루고 있다. 오늘 입은 옷으로 오늘의 나를 표현한다는 ‘#Outfit of the day’의 약자 ‘OOTD’를 제목으로 한 것처럼, 드림캐쳐는 남들의 시선에 부합하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함으로써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드림캐쳐 ‘OOTD’ (2023.11.22.)
OOTD this my Fashion
Shut up, no more questions
타이틀곡 ‘OOTD’는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그리고 그 너머 존재하는 나 자체에 관해 어떠한 질문이나 반박도 받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시작된다.
(1절 verse)
비춰 spotlight, Unforgettable
I’m the future, So incredible
...
(2절 verse)
Fxxx outta my way
나의 Red carpet I’m another level
이제 안 숨길래 Looking for my life
이어지는 1절과 2절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걸어가는 그들의 앞에 오직 성공만이 놓여있을 뿐이라는 굳은 확신과 당찬 포부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순간을 목격 중인 제3자는 더 이상 타인의 입맛에 맞추고자 자신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그들의 눈부신 모습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될 거라는 것이다.
Rise
매일 불꽃이 터져
So high
I am Venus, Nephthys
Call me a Goddess
닿지 못할 만큼
I’m only doing better
후렴구를 이어주는 브릿지 파트에서 그들의 이러한 자신감은 곧 나르시시즘으로 이어지며 항상 더욱 발전된 모습만을 보여줄 것이라는, 스스로를 향한 완벽한 신뢰로 이어진다. 마치 로마 신화 속 사랑과 풍요의 여신인 비너스나 이집트 신화 속 죽음의 여신인 네프티스, 그리고 이들과 동일시되는 그리스 신화 속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그들을 빗대어 신격화 하는 것처럼 말이다.
Celebrate, 우리의 축제
Elevate, 보다 더 높게
Visualize, 나를 더 표현해
Hypnotize, 좀 더 어지럽게
결론적으로, 타이틀곡 ‘OOTD’의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하고 가치 있으며 그 무엇도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는, 드림캐쳐에게 펼쳐질 눈부신 미래를 감히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그저 우러러보게 될 것이라는 당당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피카레스크: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악역에 관하여
이처럼 드림캐쳐는 승리와 환희로 가득 찬 미래를 지닌 존재를 주인공이 아닌 ‘악역’으로 설정하며 한 차례 반전시킨 스토리를 전개해간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특징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매우 열광하는 장르 ‘피카레스크(picaresque)’와 연관시켜볼 수 있다.
피카레스크는 15-16세기경 스페인에서 유래한 문학 장르의 한 갈래로, 악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뜻한다. 즉, 작품의 주인공은 더 이상 온전하게 선하지 않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피카레스크 장르는 주인공의 비도덕적인 행위나 악행들을 미화시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점이 바로 드림캐쳐의 'OOTD'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곡의 소개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듯이, 드림캐쳐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여정을 '무자비한'이라는 수식어로 부연 설명한다. 동시에 그들에게 힘의 근원이 되는 매혹의 왕관을 완성시키고자, 때로는 다른 이들을 해치고 조종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권선징악으로 보편화된 전통적 플롯의 흐름으로 따져봤을 때, 악인이 악행을 저질러 얻어낸 성공이라는 점에서 결코 온전한 명예로움이라고 여겨져선 안 된다. 오히려 더 나아가, 불쾌감을 느끼고 거부하거나 이런 삶의 방식을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의 교훈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 드림캐쳐는 어째서 ‘악인’을 주연으로 내세워 이처럼 일반적인 시각에 반하는, 과격하다고도 보일 법한 가사와 메시지를 전한 것일까?
나는 그 해답을 ‘인간의 내재된 근원적 욕망과 성취욕’에서부터 얻어낼 수 있었다.
과감함과 추진력: 본능적이고도 당돌한 빌런의 탄생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목에서 옳고 그름, 혹은 정답과 오답의 경계에 선 채 마치 심판을 당하고 있는 듯한 위기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의 선택 한 번이 결코 인생의 크나큰 실패나 종결로 직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실상, 이는 내면에 성공과 승리를 향한 욕구와 욕망이 가득 한 인간이라면 필히 느끼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요한 순간 ‘불안’이라는 이름의 감정에 사로잡혀 선택을 주저하고, 간혹 선택을 회피하며 속절없이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인들의 만류나 억압에 짓눌려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기대한 바를 성취하지 못함으로 인한 좌절과 절망으로 이어진다.
이에 드림캐쳐는 이런 날 것의 감정들을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인간의 민낯을 당당히 인정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향을 선택해 보다 본능에 충실한 인간적 면모를 그려낸다. 즉, 성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에 앞선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빌런은 그저 현존하는 세상을 지켜내기에 급급한 주인공과는 달리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아예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 점이 대의를 위해 온갖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주관 없는 주인공보다, 냉철하지만 자신만의 명확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스스로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는 악역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이유가 아닐까?
모든 인간은 욕망과 유혹에 흔들린다. 그리고 이때, 그에 대응하는 방법과 태도만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만을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가는 드림캐쳐가 뒤이어 평행세계 시리즈의 후반부에서는 어떤 당돌한 행보를 펼쳐갈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박서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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